삼성, 패배보다 아픈 세 가지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1월 2일 05시 45분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 시상식. 준우승한 삼성 류중일 감독과 선수들이 3루 덕아웃 앞에 서서 두산의 우승을 축하해주고 있다. 비록 5연속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삼성은 ‘아름다운 패자’의 모습만은 잃지 않았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3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 시상식. 준우승한 삼성 류중일 감독과 선수들이 3루 덕아웃 앞에 서서 두산의 우승을 축하해주고 있다. 비록 5연속 우승에는 실패했지만, 삼성은 ‘아름다운 패자’의 모습만은 잃지 않았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1. 아직 털어내지 못한 진갑용 잔상
2. 해외원정도박 선수들 징계 가능성
3. 마운드 미래 심창민·정인욱 부진


“참 노래 제목부터 잘 지었단 말이야.”

삼성 류중일 감독은 10월 31일 한국시리즈(KS) 5차전을 앞두고 감상에 젖었다. 덕아웃에서 취재진과 대화를 나누다 가수 이용의 ‘잊혀진 계절’이라는 노래를 화두로 삼았다. 1승3패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 야구 얘기를 꺼내면 아픈 소리밖에 할 수 없기에 화제를 다른 데로 돌렸다. ‘10월의 마지막 밤’을 노래한 ‘잊혀진 계절’은 1982년 세상에 태어났지만, 지금도 이날만 되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10월 31일. 류 감독에게는 더더욱 잊으려야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2011년 삼성 사령탑으로 취임해 SK를 꺾고 첫 KS 우승을 확정한 날도, 승승장구하다 올해 처음으로 KS 우승 실패를 확정한 날도 공교롭게 10월 31일이기 때문이다.

삼성은 두산에 1승4패로 패퇴하면서 팀 역사상 10번째 KS 준우승을 기록했다. 과거에는 유난히 KS 무대에서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던 팀이었지만, 류 감독이 부임한 2011년부터 최근 4년 연속 우승을 거머쥐며 ‘삼성 제국’이 건설됐다. 그랬던 만큼 이번 패배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팬들은 그동안 류 감독에게 “감독 부임 후 한 번도 등수를 올리지 못한 무능한 감독”이라는 농담을 하곤 했다. 류 감독은 이런 얘기를 들을 때마다 “특등이 없는 데 어떡해야 하나”라며 너털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순위에 변화가 생겼다.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2등이다. 익숙하지 않은 자리에 앉아 난생 처음 패장 인터뷰를 한 류 감독은 “프로에서 2등은 비참하다는 걸 선수 때 너무 많이 겪어봤다. 프로는 1등이 돼야 한다. 4년간 우승했지만 올해는 우리가 실패했다. 완패했다”고 현실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올해를 교훈 삼아 내년에 또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삼성을 향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한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과거다. 삼성 제국을 책임진 진갑용이라는 걸출한 안방마님이 올 시즌 은퇴하면서 이번 KS 무대에는 나서지 못했다. 이지영이 주전 포수로 착실히 성장했지만, 공교롭게도 이번에 우승에 실패하면서 과거 영광의 잔상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했다.

그리고 현재다. 전력의 핵인 윤성환, 안지만, 임창용이 KS 엔트리에서 제외되면서 동력을 잃었다. KS를 앞두고 해외원정도박 파문이 일면서 삼성 선수단 전체 분위기가 냉각됐다. 아직 수사 단계에 있지만, 이들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삼성 전력에는 큰 치명타를 입게 된다. 법적 처벌과는 별도로 구단과 야구계의 징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미래도 불투명하다. 삼성이 우승에 재도전하기 위해선 마운드 강화가 필수다. 그러나 삼성 마운드의 미래전력 중 선두주자로 평가받는 심창민이 이번 KS에서 신뢰를 주지 못했다. 정인욱도 얼마나 성장할지는 미지수다.

과거는 잃었고, 현재는 불안하고, 미래마저 불투명하다. 삼성에게 지난 4년 연속 통합우승은 이제 ‘잊혀진 계절’이 됐다. 과연 ‘류중일호’는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까.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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