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으면 업계 1위… 대우증권 인수 ‘2조+α 혈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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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예비입찰 마감… 새주인 찾기 시작

KDB대우증권의 새 주인 찾기가 2일 예비입찰 마감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자기자본 기준 업계 2위(4조2581억 원)인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순식간에 증권업계 1위로 뛰어오를 수 있어 인수전 참여를 선언한 KB금융지주, 미래에셋금융그룹, 한국금융지주 간에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대우증권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KB금융이다. 3사 중 가장 먼저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KB금융은 은행에 쏠린 사업 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대우증권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3분기(7∼9월) KB금융의 순이익 4071억 원 중 절반이 넘는 57%(2337억 원)가 KB국민은행에서 나왔다. KB금융은 지난해 우리투자증권 인수 실패를 반복할 수 없다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KB금융은 넉넉한 실탄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올해 6월 말 기준 자산규모는 317조 원(지주회사 중 4위), 자본적정성을 평가하는 총자본비율은 업계 최고 수준(15.86%)으로 자금 조달에 여유가 있다. 다른 증권사들은 “은행의 보수적 움직임에 투자 역량이 떨어질 것”이라거나 “글로벌 투자은행(IB) 육성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며 KB금융을 견제하고 있다.

미래에셋은 올해 9월 초 미래에셋증권의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대우증권 인수 의지를 드러냈다. 금융투자업계는 자산 운용이 강점인 미래에셋과 위탁매매 및 IB 부문 강자인 대우증권이 합치면 균형 잡힌 이익 구조가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자기자본은 올해 6월 말 기준 2조4476억 원이며 현재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다. 미래에셋 측은 “KB금융이 대우증권을 인수하면 국내 시장에서는 1등을 하겠지만 해외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글로벌 투자 경험이 많은 미래에셋이 적임자”라고 주장했다. 변수는 미래에셋이 당초 1조2000억 원을 목표로 했던 유상증자가 어느 정도 규모로 마무리될지다. 최근 주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어 기존 주주들이 청약에 어느 정도 참여할지도 불투명하다.

대우증권 인수전에 뒤늦게 합류한 한국금융지주는 아직 인수 TF를 구성하지 못했다. 한국투자증권(자기자본 3조2580억 원)은 대우증권과 합병 시 독보적 1위 증권사의 지위를 차지할 수 있으며, 덩치를 키워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것이란 목표를 세웠다. 한투증권 측은 2005년 동원증권 인수합병(M&A)을 성공적으로 이끈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자금조달 방안은 유상증자 없이 회사채 발행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인수자금 마련은 무리 없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준비기간이 짧은 만큼 예상치 못한 변수에 대응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현재 한투증권이 카카오 컨소시엄의 주축으로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에 묶여 있어, 대우증권 인수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업계는 대우증권의 새 주인이 결국 가격으로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우증권의 주식가치는 지난달 30일 주가 기준 1조5593억 원 수준이며 경영권 프리미엄을 합치면 매각가는 2조 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산은 관계자는 “3파전으로 진행됨에 따라 매각 가격은 시장 추정치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기대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
#대우증권#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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