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16년째 ‘전통 성년식’ 이어온 논산대건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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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투에 갓 쓴 학생-교사 240여명
3시간 넘게 엄숙한 의식 이어가며 바른 마음 가진 ‘진정한 성인’ 다짐

10월 30일 오후 논산대건고에서 열린 전통 성년식. 도포를 입은 학생들(오른쪽 줄)이 맞은편의 교사와 학부모에게 예를 올린 뒤 아명(미성년 때 이름)을 대체한 자와술을 받고 있다. 논산대건고 제공
10월 30일 오후 논산대건고에서 열린 전통 성년식. 도포를 입은 학생들(오른쪽 줄)이 맞은편의 교사와 학부모에게 예를 올린 뒤 아명(미성년 때 이름)을 대체한 자와술을 받고 있다. 논산대건고 제공
“성년이 되게 도와주신 조상과 부모님 은혜에 감사합니다. 사회인으로서 정당한 권리에 참여하고 신성한 의무를 충실하게 실천하는 어른의 도리를 다할 것을 엄숙히 선서합니다.”

지난달 30일 오후 충남 논산대건고 마리아홀. 2학년 이정윤 군이 학생 대표로 성인선서를 하자 강승구 교장은 “그대가 이제 성년임을 인정한다”고 선언했다. 변질되거나 잊혀진 성년식의 의미를 되살리기 위해 대건고는 2000년부터 16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전통 성년식을 열어오고 있다.

240여 명의 학생과 교사는 모두 상투에 갓을 쓰고 두루마기와 행전을 착용한 채 3시간여 동안 엄숙한 의식을 이어 나갔다.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참석한 어머니들은 아이들이 예복을 흐트러짐 없이 입을 수 있도록 정성을 다해 매만져줬다.

행사를 진행한 평생교육 전문기관인 대전지역사회교육협의회 이정옥 대표는 “이렇게 오래 전통 성년식의 전통을 지켜나가는 학교는 대건고가 유일할 것”이라며 “성년식 예복도 해마다 꾸준히 추가해 이제는 큰 행사를 치르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말했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자(字)와 술 내림’ 의식이었다. 교사와 학부모들은 아이들의 절을 받은 뒤 미리 준비한 자를 건네고 청주와 안주를 주며 덕담을 건넸다. 교사들은 성인의 의미를 강조하면서도 1년 앞으로 다가온 대입을 완전히 떨쳐내지는 못했다. 김규조 교사는 학생들에게 덕담 말미에 볼펜을 선물로 건네면서 “내년 대입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민 군은 “부모님이 항상 바른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라면서 일송(一松)을 자로 지어주셨다”며 “부모님의 품속과 가족의 울타리를 벗어나 진정한 성인 남자이자 사회구성원이 되겠다는 다짐을 했다”고 말했다.

이 행사를 6년 동안 담당한 한우진 교사는 “부모님들은 ‘이제 우리 아이 다 컸구나’ 하는 대견함과 자부심을 갖게 되고 아이들은 엄숙한 의식에 참여하면서 진지하게 성인임을 자각한다”며 “성년식을 치른 뒤 피드백 활동 시간에 다시 글로 적어 되새기고 이를 자료집으로 만든다”고 소개했다.

이 학교는 1학년에게는 주변 서당의 훈장을 초청해 ‘전통예절교육’을, 3학년에게는 외부 전문가를 모셔 ‘현대예절 및 면접예절’을 가르친다. 유학의 고장인 논산시가 전통 재현 행사를 많이 치르기 때문에 이를 연계 활용하는 교육도 펼친다. 성년식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논산시 주관으로 돈암서원에서 열린 조선시대 과거 재현행사인 ‘논산향시’에 대건고 학생 56명이 응시해 14명이 장원과 입상을 차지했고 48명이 육방과 장군 등 향시 진행요원으로 참여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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