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아이야, 티 없이 맑은 그 영혼 지켜줄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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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시집보내기/류선열 글, 김효은 그림/140쪽·1만500원·문학동네


1989년 37세에 작고한 작가의 동시집이 출간되었습니다. 류선열 작가는 동시 70편과 동화 1편만 남겼습니다. 2002년에 ‘샛강아이’라는 시집이 나왔지만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눈 밝은 동시인들 사이에서 입에서 입으로 작품들이 평가되기 시작했지요. 어떤 이들은 그의 시가 자신의 가슴을 쩍쩍 갈라놓았다고 했고, 어떤 이는 권정생의 시와 견주기도 합니다.

그의 시의 커다란 주제 중 하나는 ‘동심의 회복’입니다. 아이들은 존중받아야 하며, 놀이가 아이를 키운다는 것이죠. ‘…선생님! 아무도 사랑할 줄 모르는 꽉 막힌 천재들보다/들꽃과 멧새와 풀벌레까지 사랑하는 나를/친구와 이웃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내 이름을/좀 더 부드럽게 불러주세요/…’(꼴찌 만세)나 ‘…쯧쯧 지불찌불, 아이들이 울고 있어요. 어른들이 모두 합심해서 몽고반점을 가진 아이들을 점수 따기 시합에 묶어 놓고 있다구요…’(수다쟁이 참새) 등에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이런 생각은 그가 늘 안타까워했던 농촌 사회의 붕괴와도 연결이 됩니다. 그에게는 동심과 농촌은 삶의 바탕이라는 면에서 같은 것입니다. 충주댐 건설로 인해 고향이 수몰되는 과정이나 아이들의 줄세우기가 똑같이 현대 사회의 단면이라 생각했던 것이죠.

그는 아이들이 기를 펼 수 있는 세계를 구축합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힘을 받을 수 있죠. ‘호랑이 사냥’ ‘할아버지의 구구법’ ‘우리의 외할아버지’ ‘참새’ 등의 시에서 할머니나 할아버지로 상징되는 세계입니다.

아이들이 읽으며 신나고 위로받을 수 있는 동시, ‘시간의 풍화를 견디고 마침내 현재로 넘어오는 데 성공한 시인’(해설)의 힘입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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