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히틀러 이전의 독일은 천재의 나라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1일 03시 00분


코멘트

◇저먼 지니어스/피터 왓슨 지음·박병화 옮김/1416쪽·5만4000원·글항아리

저먼 지니어스
저먼 지니어스
칸트 헤겔 니체 쇼펜하우어 프로이트 하이데거 마르크스 베토벤 괴테 헤세 아인슈타인 베냐민 하버마스….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정답은 ‘독일인’이다. 이 책은 근대 독일에서 배출한 천재들의 발자취를 추적한다. 개개인의 이야기가 이 책의 핵심은 아니다. 저자는 1400여 쪽에 달하는 이 책을 쓴 이유를 ‘독일 문화사의 재조명’이라고 설명한다.

우선 어떻게 한 나라에서 이토록 많은 천재가 나올 수 있었는지부터 살펴보자. 근대 독일인들은 ‘문화(Kultur)’를 중시했다. 여기서 문화는 한 사회의 정치, 사회, 윤리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 아니다. 철학, 미술, 문학, 음악 등 통칭 ‘고급문화’라고 일컫는 것들을 뜻한다.

독일인 개개인은 권력, 부의 축적 같은 외적 가치보다는 내적인 정신적 자아실현을 지향했다. 이에 교육을 중시하는 풍토가 생겼고 대학 발전으로 이어졌다. 교양과 지식을 갖춘 중간계층이 사회의 주축이 됐고 이런 환경이 수많은 천재를 육성시켰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하지만 1933년 히틀러가 등장하면서 독일의 우수한 유산이 무너진다.

1933년부터 1941년까지 해외로 망명한 독일인이 10만 명이 넘으면서 사회 패러다임이 달라진 것. “독일이란 단어를 검색하면 나치, 세계대전 등의 단어만 튀어나옵니다. 히틀러를 빼고 근대 독일의 찬란함을 한번쯤 탐구해야 해요.” 저자의 주장이다.

독일 천재들의 소소한 에피소드도 흥미롭다. 바그너와 니체는 절친한 친구였지만 원수가 된다. 실명 위기의 니체를 치료한 의사가 그의 상황을 편지에 담아 바그너에게 보냈고, 바그너는 답장을 통해 “실명이 자위행위에서 비롯됐다”고 평했다. 이후 니체가 자위행위 습관을 고치려 사창가에 간다는 소문이 돌았고 니체는 “바그너에게 배신감을 느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