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 NO” 노경은의 반팔 포효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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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4차전 두산 4-3 삼성

30일 한국시리즈 삼성과 두산의 4차전이 열린 잠실구장. 이날 기온은 영상 8도로 비가 내렸던 전날보다 2∼3도가 더 낮았다. 강풍까지 불어 체감온도는 더 낮았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추위 탓에 유니폼 안에 긴팔 티셔츠를 껴입고 경기에 나섰다. 방한용품으로 얼굴을 거의 감싼 선수도 있었다. 더그아웃에는 난로까지 등장했다. 하지만 이때 반팔 유니폼만 입고 맨살을 드러내며 마운드에 선 선수가 눈에 띄었다.

두산 투수 노경은이었다. 선발 투수 이현호가 1과 3분의 2이닝 동안 4피안타 3실점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마운드를 내려오자 예상보다 일찍 마운드에 올랐다. 사실상 노경은은 선발 투수의 역할을 맡은 셈이다.

노경은은 준플레이오프 3경기, 플레이오프 2경기에 구원 등판해 승패 없이 1홀드를 기록했다. 5경기 8이닝에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3분의 1이닝만 소화했다. 하지만 이날 노경은은 올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긴 5와 3분의 2이닝 동안 2피안타 5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제 몫을 해냈다. 이날 던진 92개의 공은 올 시즌 자신의 한 경기 최다 투구였다. 만약 노경은이 이현호에 이어 일찍 무너졌다면 두산은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추위를 잊은 반팔 투혼으로 만들어낸 최고의 역투였다. 노경은이 8회 교체될 때 1루 두산 관중석에서는 기립박수가 나왔다.

위기도 있었다. 노경은은 4-3으로 1점 앞서 있던 6회초 배영섭에게 안타를 허용하고 나바로를 볼넷으로 출루시키며 무사 1, 2루를 허용했다. 하지만 최형우를 뜬공으로 처리하고 박석민을 병살타로 유도하며 위기를 넘겼다. 8회초 1사 1루에서는 나바로에게 홈런성 파울 타구를 맞으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노경은은 경기 뒤 “나바로가 홈런성 파울을 때린 뒤 5초 정도 숨을 못 쉬었다. 처음엔 홈런인 줄 알았다. 하늘이 돕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긴팔 티셔츠를 입으면 답답해 평소에도 안 입는다. 오늘은 정말 추워서 얼어 죽는 줄 알았다”며 웃었다.

노경은이 삼성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사이 두산 타선도 힘을 냈다. 두산은 4회말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MVP)로 뽑힌 민병헌이 안타에 이어 득점까지 성공하며 3-3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5회말 2사 1, 2루 상황에서 민병헌의 타구가 삼성 3루수 박석민의 글러브를 맞고 튕겨 나가는 행운의 1타점 2루타가 되며 재역전에 성공했다. 두산은 마무리 투수 이현승을 8회 투입해 4-3 한 점 차 승리를 지키며 1패 뒤 3연승했다.

5차전은 같은 장소에서 31일 오후 2시에 열린다. 두산이 이기면 2001년 이후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김동욱 creating@donga.com·김종석 기자 
#한국시리즈.노경은#민병헌#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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