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과 통일 논의하자니… ‘자위대 역할론’ 불거질까 부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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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한중일 정상회의]

“모른다. 조율 중인지 뭔지 알지 못한다.”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일정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30일 오전 청와대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이 몇 시에 이뤄지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 관계자는 “김규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28일 밝힌 것 외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김 수석은 당시 한중 정상회담과 한중일 정상회의, 한일 정상회담이 각각 31일과 11월 1, 2일 열린다는 사실만 알렸을 뿐이다. 한일 정상이 공동 기자회견을 하느냐는 질문에도 답하지 않았다.

이처럼 회담을 코앞에 두고도 구체적 일정과 의제를 공개할 수 없는 ‘깜깜이 회담’이 된 것은 그만큼 한일이 막판까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한일에 지나칠 만큼 관심이 쏠리면서 한중 회담이 조명을 받지 못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로서는 자신의 취임 후 첫 방한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그늘에 가리는 상황을 유쾌하게 받아들일 리 없다.

○ 아베 총리와도 미중과 나눴던 ‘통일대화’

한일 정상회담의 의제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다. 다만 북한 핵에 대한 공동대응 및 안보협력 문제가 다뤄질 것은 확실하다. 일본 정부 당국자는 “한국이 참가를 검토 중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논의도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이 밖에 한일 회담이 앞서 열린 한중(9월), 한미(10월) 회담을 종합하는 동북아 외교의 완성판이라는 점에서 통일 문제도 주요 어젠다가 될 가능성이 있다. 박 대통령이 9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10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만난 뒤 청와대는 “통일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일본 역시 통일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관련 논의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인다.

문제는 ‘통일 언급=급변사태=자위대 한반도 파견’이라는 연상 작용이 일어나는 것을 어떻게 불식시키느냐는 점이다. 자위대가 북한 지역에 파견될 때 한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느냐를 두고 일어난 논란이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여서 양국 정상이 통일 논의를 했다고 밝힌다면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 중일 만남을 벼르고 있는 아베 총리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은 물론이고 처음 만나는 리커창 중국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십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중일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남중국해 인공섬 조성에 강한 우려를 전달할 방침이라고 30일 보도했다. 이 통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중국의 조치를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로 규정하고 항행의 자유와 법의 지배에 입각한 대응을 요구할 방침이다. 최근 미국 구축함의 중국 인공섬 12해리 해역 진입으로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이어서 아베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노골적인 미국 편들기로 해석될 수 있다.

또 아베 총리는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 중지,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충돌 방지를 위한 ‘해상 연락망’ 운영, 간첩 혐의로 구속된 일본인 석방 문제도 제기할 것으로 관측된다.

○ ‘나 홀로 기자회견’ 일본식 돌발 행동 우려

아베 총리는 11월 2일 정상회담 이후 단독 기자회견 개최를 두고 여전히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외신 기자회견 대신 정상회담 이후 자신의 숙소에서 ‘도어스테핑’(약식 기자회견)을 검토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처음 총리가 됐던 2006년 10월 9일 정상회담차 방한했을 때도 단독 기자회견을 했다.

정상회담 결과는 양국이 문안 조율을 마친 상태에서 공동 발표하는 것이 상례다. 일본 측만 단독 회견을 할 경우 한쪽 주장만을 담은 발표가 될 수 있어 추가 공방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앞서 한일은 ‘11월 2일로 한일 정상회담을 제안했다’(한국) ‘그런 제안은 없었다’(일본)며 언론을 상대로 진실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도쿄=배극인 특파원
#일본#통일#자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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