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박지순]저출산·고령화 대책에 담아야 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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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5개년 계획, 일회성 이벤트 나열… 중장기 계획 안보여
노동-복지 아우르는 사회개혁 큰그림에 국민 협조 당부해야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우리 사회의 당면 현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는 가운데 18일 정부는 제3차 5개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시안을 공개했다. 갈수록 심화되는 저출산 문제와 인구의 고령화로 인하여 2017년부터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가 줄기 시작해서 베이비붐 세대가 노년층에 진입하는 2020년부터는 급격하게 노인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25∼49세의 핵심근로인구는 이미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의 저출산 기조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저출산 문제는 분명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큰 도전이자 대한민국 발전의 커다란 장애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앞으로 5년간 대한민국의 새로운 사회개혁을 추진하기 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비법(?)을 내놓았다. 청년들의 조혼을 촉진하도록 학교 수업연한을 줄이는 학제개편, 신혼부부 전세자금 대출 확대와 보육체계 개편 등 신혼부부 지원 강화, 아빠 육아휴직 확대, 임신·출산 의료비 경감, 미혼남녀 단체미팅 주선 등등….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5년간 추진해야 할 중장기적 기본계획으로 가치가 있는 어젠다인지, 우리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뤄낼 수 있는 해법인지 의문이다. 이 기본계획에 대하여 대다수의 언론이나 블로거들이 왜 그토록 냉소를 보내고 희화화(희(화,획)化)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정부가 적어도 향후 5년간의 기본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것이라면 우리 사회에 대한 통찰과 격조 있는 진단 및 해법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한시적 성격의 정책이 아니라 다음 정부도 수용할 수 있는 연속성을 가진 대책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단기적 정책과제에 매몰된 정부가 그나마 일관성을 가지고 중장기적인 정책 구상을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기본계획인데 이번 저출산 기본계획에는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우리 사회를 개혁하고 변화시킬 어젠다다운 어젠다가 보이지 않는다.

저출산 문제는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 문제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개혁이 없으면 해결되기 어려운 과제이다. 기본계획은 노동시장정책, 복지정책, 산업정책, 교육정책의 기조를 변화시키는 거대한 개혁 프로젝트를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기술적으로 해결될 수 있는 정책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청년실업률과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비율이 높을수록 결혼을 기피하는 청년들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은 타당하다. 그렇다면 가장 심혈을 기울여 마련해야 할 어젠다는 어떻게 해야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할 것인지 그 중장기적 비전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노동개혁이 과연 청년들에게 그런 비전을 줄 수 있을 정도로 충실한 프로그램을 담고 있는지 설명하고 추가로 해결해야 할 과제를 제안해야 한다.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는 돈으로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미래지향적 산업구조 개편과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인력운영 방식의 구체적 개선과제가 제시되지 않은 채 정부가 예산을 일부 지원한다고 대기업과 공공기관이 청년들을 쉽게 채용하겠는가? 산업과 노동에 관한 종합적인 개혁의 청사진이 제시되어야 청년고용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본계획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가 실현해야 할 개혁의 청사진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가 불러올 가장 큰 문제는 생산가능인구, 핵심근로인구의 부족이다. 앞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적은 인구로 노동과 생산과 소비가 이뤄져야 할지도 모른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금보다 고용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려 생산참여 인구수를 늘려야 한다. 즉, 청년고용뿐만 아니라 여성, 중장년, 고령자의 고용률을 높이고 또한 고용을 유지시킬 수 있는 맞춤형 고용정책과 인사정책이 제시되고, 바꾸어야 할 관행과 문화를 알려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동개혁의 내용이 이 문제에 어떤 비전과 해법을 줄 수 있는지 설명하고, 앞으로 추진해야 할 새로운 개혁과제와 함께 정부와 기업과 국민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제시해야 한다. 도발적이고 현혹적인 정책의 나열이 아니라 무겁지만 우리가 짊어지고 가야 할 개혁과제를 국민에게 성심을 다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정부의 모습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저출산#고령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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