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롯데 3조 빅딜은 M&A 승부사 ‘辛의 한수’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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辛회장, 7월초 이재용 부회장에 제안… 2015년에만 대규모 M&A 세 번째 성사
롯데측, 신격호 총괄회장 언급 없어… 삼성-롯데 화학 관련 주가는 약세

롯데와 삼성의 3조 원대 빅딜은 7월 초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직접 제안하면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30일 “신동빈 회장이 평소 자주 만나 두터운 친분을 쌓아온 이재용 부회장에게 직접 인수합병(M&A)을 제안했고, 결국 계약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은 롯데그룹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M&A다. 삼성SDI와 롯데케미칼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관련 안건을 통과시켰다.

○ 신동빈의 승부


신동빈 회장은 형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경영권 갈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대형 M&A를 성사시킴으로써 명실상부한 최고경영자임을 보여줬다. 최근 유통분야 실적 부진으로 사업 재편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신 회장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M&A 승부사’로 알려진 신 회장은 KT렌탈(1조200억 원), 더뉴욕팰리스 호텔(8920억 원)에 이어 올해에만 대규모 M&A를 세 번째로 성사시켰다.

또 신 회장은 이번 M&A를 통해 ‘신격호의 롯데’가 아닌 ‘신동빈의 롯데’로 자신의 경영 능력을 각인시키는 효과도 얻었다. 롯데그룹 정책본부는 3조 원에 이르는 대규모 M&A 건에 대한 공식 발표 자료에 신격호 총괄회장의 이름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대외적으로는 롯데가 석유화학사업 확장을 통해 유통사업 위주의 내수기업에서 수출기업으로 변화하는 이미지를 심어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업 구조조정에 자발적으로 화답하는 모양새도 갖췄다. 롯데 고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수익성 예측이 어려운 유통 분야 M&A에서도 날카롭게 판단하는 사업가인데, 오히려 석유화학 분야는 시장 예측이 훨씬 쉽다”며 “롯데케미칼 주력 사업은 최근 중국계 회사들이 뛰어드는 등 포화상태지만, 이번 계약으로 고부가가치 제품 라인업까지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 시장 반응은 냉담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의 매각 가격은 2조5850억 원으로 밝혀졌다. 삼성SDI는 내년 2월 케미칼 사업부문을 별도 법인으로 분할한 뒤 이 회사 지분 90%를 롯데케미칼에 즉시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나머지 10%는 3년 후 넘기기로 했다. 삼성과 롯데 간 전략적 제휴 관계를 이어가기 위한 방안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삼성SDI는 삼성정밀화학 지분 14.65%도 함께 롯데케미칼에 넘긴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전기, 호텔신라 등 다른 그룹 계열사들이 가진 지분까지 합하면 삼성그룹은 삼성정밀화학 지분 총 31.13%를 롯데에 매각하게 된다. 이 금액이 4650억 원으로 삼성SDI 케미칼 사업부문까지 합하면 총 3조500억 원에 이른다. 매각 작업은 내년 상반기 완료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롯데 입장에서 볼 때 이번 M&A의 시너지 효과가 분명하지 않은 데다 3조 원이 넘는 인수 가격도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날 롯데케미칼 주가는 전날보다 13.80% 하락한 24만500원에 마감했다. 롯데에 통째로 넘어가는 삼성정밀화학도 10.17% 급락했다. 화학사업만 매각하는 삼성SDI는 4.05% 내렸다. 반면 삼성정밀화학 지분을 매각한 삼성전기(―2.54%), 삼성물산(―0.64%), 삼성전자(+3.55%), 호텔신라(+2.80%) 주가는 엇갈린 행보를 보였다. 삼성전자가 3.55% 오른 것은 M&A 건과 별개로 29일 11조3000억 원어치의 자사주 매입 후 소각 발표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최고야 best@donga.com·김창덕·주애진 기자
#삼성#롯데#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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