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사회도 암살과 반역?…일벌이 여왕벌 죽이는 이유 밝혀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0일 14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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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정 시대에 왕이 후손이나 신하들에 의해 암살당하는 사건은 역사상에서 비일비재한 일이다. 그런데 이런 암살과 반역이 인간 사회가 아닌 엄격한 곤충사회에서도 일어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케빈 루프 미국 캘리포니아대 리버사이드캠퍼스 곤충학과 연구원은 미국에 사는 땅벌(yellow jacket wasp)의 경우 여왕이 낳는 후손이 일벌들의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일벌들이 여왕벌을 살해하고 새로운 여왕을 옹립한다고 29일 밝혔다.

여왕과 무리를 위해 일방적인 희생을 할 것으로 생각돼왔던 일벌들이 종종 여왕을 살해하고 새로운 여왕을 옹립하는 이상한 현상을 관찰한 루프 연구원은 그 까닭을 밝히기 위해 땅벌들을 키우기 시작했다. 여러 개의 땅벌 무리를 만들고 카메라를 장착해 어떤 특징을 가진 무리에서 여왕벌을 살해하는 일이 벌어지는 지를 관찰했다.

그 결과, 여왕이 살해당하는 특정한 몇몇 상황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먼저 같은 세대의 일벌로 무리가 포화상태에 이르면 여왕살해가 일어났다. 땅벌의 경우 일벌은 1년에 한 번 수벌이 태어날 알을 낳을 수 있는데, 일벌은 기존 여왕벌을 죽이고 자신들이 낳은 수벌과 교미한 새로운 여왕을 옹립시켰다. 기존 왕을 죽이고 자신의 자식을 왕위에 앉히려는 인간들의 행동과 유사한 행동이 곤충 사회에서도 나타난 것이다.

또 이렇게 일벌들이 낳은 수벌들과 교미를 하고 옹립된 새 여왕이 한 수컷의 정자만을 이용해 일벌을 낳으면 일벌들에게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반대로 여러 수컷의 정자를 골고루 이용해 다양한 일벌이 태어날 때는 살해당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루프 연구원은 “이전까지 여왕과 무리를 위해 이타적인 행동만 보이는 줄 알았던 일벌들이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여왕을 죽이기도 한다”며 “곤충 사회에서도 혈연을 선택하고 중시하는 행동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진 데 의의가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결과는 ‘셀’ 자매지 ‘커런트 바이올로지’ 29일자에 실렸다.

이우상 동아사이언스기자 ido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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