잽만 날린 트럼프-카슨… ‘막말 빅매치’는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김빠진 美공화 대선주자 토론회… 지지율 떨어질까 2시간 내내 조심
힐러리 대항마 없는 민낯 드러내… 언론 “트럼프 근소한 판정승”

당초 예상했던 ‘빅2’ 주자 간의 빅 매치는 없었다. 대신 군소 주자들의 도토리 키재기 식 논쟁만 오갔다.

28일 미국 콜로라도 주 볼더의 콜로라도대에서 CNBC 주최로 열린 공화당 대선 경선 주자 3차 TV 토론은 대선을 1년여 앞둔 공화당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줬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대세론이 형성된 민주당에 비해 좀처럼 대표 선수를 내세우지 못하고 있는 공화당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하는 도널드 트럼프와 벤 카슨은 혹여 말실수를 해 지지율이 떨어질까 봐 2시간에 걸친 토론회 내내 ‘말조심’하느라 전전긍긍하며 새로운 이슈를 끌어내지 못했다.

이에 비해 군소 후보라 할 수 있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은 조금이라도 주목을 끌기 위해 거친 언사를 주고받았지만 반전에 실패했다.

트럼프와 카슨이 토론회 초반부터 펀치를 주고받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은 처음부터 빗나갔다. 부시 전 주지사가 트럼프와 카슨을 한꺼번에 겨냥해 “미국을 갈기갈기 찢어놓은 사람들이 지지율이 잘 나오는 게 당황스럽다”며 포문을 열었지만, 두 주자는 예봉을 피해갔다. 트럼프는 “매우 점잖지 못한 질문” “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이라는 말만 반복했고, 카슨은 “나의 동료들과 끔찍한 일에 휘말리지 않을 것”이라며 맞대응을 피했다.

이러다 보니 토론회는 군소 주자들 간의 이전투구로 채워졌다. 특히 같은 플로리다 주를 정치적 기반으로 한때 정치적 스승과 제자로 불렸던 부시와 루비오는 안면몰수식 언쟁을 주고받으며 지지율 회복에 안간힘을 썼다. 부시는 루비오에게 4월 대선 출마 선언 후 59차례나 의회 표결에 불참한 것을 거론하며 “마코, 선거 유세를 다니는 건 좋은데 이렇게 (표결에 불참하면서) 하려면 상원의원을 그만두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돌직구를 날렸다.

이에 루비오는 얼굴이 벌게지며 “당신이 (표결에 많이 빠진) 존 매케인 상원의원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는 것은 보지 못했다. 나는 당신에 맞서 싸우기 위해 출마한 게 아니다”라고 되받아쳤다. 토론회가 서로 말꼬리를 잡는 식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가 “지금 경제가 무너지고 이슬람국가(IS)가 우리를 공격하고 있는데 뭐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토론회 후 미 언론은 당분간 공화당은 트럼프, 카슨이 혼전 속에 선두권을 유지한 채 군소 주자들이 지지율을 쪼개 갖는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워싱턴포스트(WP)는 “공화당 주자들이 ‘혼란스러운(chaotic)’ 토론회를 연출했다. 그나마 루비오가 부시의 공격을 잘 받아치며 아직 가능성을 보여 줬다”고 평가했다. 빅2 중에선 트럼프가 근소하게 앞섰다는 평가가 많았다. WP는 “트럼프는 큰 실수 없이 선방했고, 27일 CBS와 뉴욕타임스 공동 여론조사에서 26%를 얻어 트럼프(22%)를 처음으로 제친 카슨은 주요 이슈에 대해 깊이를 보여 주지 못했다”고 평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미국#미국대선#공화당 대선주자 토론회#트럼프#카슨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