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예산심사 파행]예결위가 지적한 황당-부당예산 사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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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각 추진 청사 리모델링비 25억 편성… 12개 부대 없앴는데 장성 숫자 그대로

일이 터지면 일단 예산부터 늘려 놓기, 성과 없는 대통령 공약사업에 ‘물’ 붓기….

동아일보가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2016년도 예산안 검토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재정 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는데도 정부 예산안 곳곳에 ‘나 몰라라’식 예산이 숨어 있었다.

보건복지부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홍역을 치른 뒤 항바이러스제를 확보하기 위해 511억7600만 원을 내년에 새로 편성했다. 비축률을 현재 국민의 25%에서 선진국 수준인 30%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것. 하지만 어떤 품목을 언제, 어느 정도 사들일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예결위는 “예산을 편성하지 않아도 내년 2월 이후 타미플루 복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라 구매 시기를 조정하면 30% 절감된 예산으로 비축률을 29%로 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달청은 매각을 추진 중인 서울청사를 리모델링하겠다며 24억9200만 원을 편성했다. 구내식당, 사무실, 정문 주출입구 등의 개·보수 비용이다. 서울지방조달청이 정부과천청사로 이전하면서 서울 서초구에 있는 이 건물을 매물로 내놓았다. 매각이 지지부진하지만 매각 방침을 철회한 것은 아니다. 예결위는 “서울청사 매각 결정이 이뤄지면 리모델링 예산은 불필요해지는 만큼 재검토하라”고 주문했다.

국방부는 군 구조개편 계획에 따라 2005년 이후 12개 장성 지휘 부대를 해체했지만 장성급 정원은 겨우 1명만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건비가 배정된 장성급 정원은 2005년 442명에서 지난해 441명으로 같은 규모로 유지되고 있다. 국방부는 부대가 해체된 점을 감안해 영관급 이하 장교 규모는 줄였지만 장성급은 줄이지 않았다. 내년에도 1개 사단이 해체될 예정이지만 장성급 인건비는 유지할 계획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경기 성남시 판교 창조경제밸리에 ‘글로벌 혁신생태계’를 조성하겠다며 예산 140억 원을 새로 편성했다. 이 중 30억 원을 2017년 8월 완공 예정인 제2창조경제밸리의 공간 배치, 전시물품 기획 등에 배정했다. 하지만 현재 제2창조경제밸리는 설계안 공모조차 하지 않았다.

‘박근혜표 사업’에 대한 ‘묻지 마’ 예산 증액도 지적됐다. 해외취업 지원 사업인 ‘K-move스쿨’과 ‘새마을운동 지원’은 각각 취업률이 낮고 집행 실적이 저조한데도 예산을 늘렸다.

홍수영 gaea@donga.com·홍정수 기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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