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전쟁 블랙홀’ 빠진 예산국회… ‘44억’ 놓고 이틀째 고성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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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결위 예산심사 파행]

“동네 개가 짖어도 이러지는 않을 것 같다.”(새정치민주연합 안민석 의원)

“계속 (예비비 관련 자료 제출을) 주장하는 건 생트집이다.”(새누리당 이철우 의원)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종합정책질의에서 벌어진 여야 의원들 간의 설전이다. 야당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위한 예비비 44억 원의 세부 명세 제출을 요구했지만 여당은 “규정에도 없는 억지 요구”라고 반발한 것이다.

새정치연합 박범계 의원도 “44억 원이 불법이면 (내년도 예산 총액인) 386조 원도 불법”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명명백백하게 자료를 내고 검증을 받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이 고성을 지르며 반박하자 “선수(選數·국회의원 당선 횟수)는 김 의원이 위인지 모르지만 국민을 대표하는 선수(選手)는 나”라고 맞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의 27일 예산안 시정연설 이후 본격화된 예산국회가 ‘역사전쟁’의 주무대로 변질되고 있다. 앞서 2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와 운영위의 전체회의에서도 여야가 ‘국정 교과서 태스크포스(TF)’ 등을 놓고 격돌해 예산 심의는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각 상임위 예산안 심사도 파행이 우려된다. 예결위 소위원회의 감액·증액 심사를 위해 각 상임위는 늦어도 다음 달 9일까지 예비심사를 끝내야 하지만 전망이 어둡다. “이러다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12월 2일) 직전에 졸속 처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역사전쟁은 웬만한 다른 현안을 송두리째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지난달에 17년 만에 노사정 대타협이 이뤄졌지만 이후 한 달 반 동안 국회 논의는 거의 진척이 없다. 이런 상태에선 노동개혁 법안의 연내 처리는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여러 차례 국회 통과를 요청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관광진흥법, 국제의료사업지원법 등 경제 활성화 법안에 대한 논의도 실종됐다.

11월 5일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가 확정되는 날이다. 역사전쟁이 정점으로 치닫는다는 얘기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쟁점이 없는 민생법안 등을 먼저 처리하자”며 11월 3일 본회의를 제안했지만 야당은 호응하지 않는다. 당분간 예산국회의 파행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역사전쟁은 ‘막말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친박(친박근혜) 실성파가 탄생했다. 새누리당 일부 의원은 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기 전에 두뇌 정상화가 시급해 보인다”고 비난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북한이 국정화 관련 반정부 투쟁 지령문을 보냈다는 언론 보도를 들며 “북의 남남갈등 전술에 가장 도움을 주는 건 다름 아닌 제1야당 새정치연합”이라고 주장했다. 예결위에서 황교안 국무총리는 “지금 진상을 파악 중이고 (북한 지령설이) 확인되면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민동용 기자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교과서국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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