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화학계열사 롯데에 매각]이재용의 ‘파격적 주주 친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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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주 소각, 3분기 영업익의 1.5배… 삼성전자 경영권에는 영향 없어

삼성전자가 29일 11조3000억 원의 자사 주식을 매입해 소각한다고 발표하자 재계에서는 파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삼성전자가 2000년부터 올해 1월까지 15년간(11차례)에 걸쳐 매입한 자사주 규모 15조8000억 원의 70%에 이르는 규모 때문이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이날 1회 차 자사주 매입 규모를 4조2000억 원으로 결정했다. 30일부터 3개월간 보통주 223만 주와 우선주 124만 주를 매입하고 나머지는 향후 2, 3회에 걸쳐 매입한다. 자사주를 소각하면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주당 가치가 커진다. 이건희 회장 및 오너 가족들의 경영권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 금액과 별개로 연간 세금 및 시설투자 등에 쓰고 남는 프리 캐시플로(순현금수지)의 30∼50%를 배당에 우선 쓰고 남는 건 자사주 매입 후 소각에 쓰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프리 캐시플로가 평균 10조 원임을 감안하면 매년 3조∼5조 원이 추가로 주주 가치 제고에 쓰이게 된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구글 애플 등에 비해 ‘배당이 짜다’는 평을 들어왔다. 하지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 당시 ‘엘리엇 사태’를 겪은 그룹 수뇌부가 주주 친화 정책 도입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배당을 늘리면 외국인 지분이 절반이 넘는 삼성전자 구조상 국부 유출이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자사주 소각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기업설명회에서 지난해보다 14% 늘어난 27조 원의 설비투자를 올해 집행한다고 밝혔다. 내년 투자 계획 중 일부를 앞당겨 반도체 설비에만 2010년 이후 최대인 15조 원을 투자한다. 삼성전자는 3분기(7∼9월) 매출 51조6800억 원, 영업이익 7조3900억 원을 거뒀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삼성#롯데#화학계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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