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바로 VS 민병헌 ‘동갑내기 3번타자 전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30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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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나바로-두산 민병헌(오른쪽). 스포츠동아DB
삼성 나바로-두산 민병헌(오른쪽). 스포츠동아DB
클린업트리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테이블 세터가 밥상을 차리며 순간의 흐름을 가져온다면 직접 점수를 뽑고 해결하는 것은 중심타선이다. 특히 3번은 4번으로 기회를 이어줌과 동시에 해결사 역할까지 해야 한다. 빅이닝의 단초이자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번 한국시리즈(KS)에선 양 팀 3번의 활약에 따라 흐름이 크게 뒤바뀌었다. 1987년생 동갑인 삼성 외국인타자 야마이코 나바로(28)와 두산 간판 민병헌(28)이 펼치는 플레이 하나하나에 온 신경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 KS 운명의 키


1차전과 2차전은 양 팀 3번에 의해 희비가 엇갈렸다. 먼저 웃은 쪽은 삼성이었다. 나바로는 4-8로 뒤진 7회 무사 1·2루에서 함덕주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밋밋한 직구를 퍼 올렸다. 멋진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 공은 중월3점홈런으로 연결돼 1점차로 따라붙었다. 테이블 세터가 차린 기회를 멋진 홈런으로 응답하면서 경기의 흐름을 되돌린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삼성은 상대 실책에 편승해 추가 2득점하면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나바로는 넥센과 맞닥뜨린 지난해 KS 무대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쳤다. 역대 단일 시리즈 최다홈런 타이기록인 4홈런을 터뜨리며 삼성의 통합 4연패에 일조했다. 홈런으로 8타점을 쓸어 담으며 KS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올해도 1차전부터 불을 뿜으며 통합 5연패를 향해 진군하고 있다.

KS 2차전은 민병헌의 무대였다. 1-0으로 앞선 5회초 삼성 좌완선발 장원삼이 두산 2번타자 박건우의 타구에 왼발 뒤꿈치를 맞아 내야안타를 내주며 만루가 만들어진 상황. 민병헌은 볼카운트 1B-2S로 몰린 뒤 5구째 바깥쪽 공을 기막히게 받아쳐 우익수 앞으로 빠지는 깨끗한 2타점 적시타를 날리면서 3-0 리드를 만들었다. 4-0으로 앞선 7회초 무사 만루 찬스에서는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승부에 쐐기를 박는 추가 타점을 올렸다. 홀로 3타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6-1 승리를 이끌었다.

민병헌은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 1·2차전에서 부진하며 6번으로 밀리기도 했지만 3차전부터 타격감을 끌어올리며 4차전에서 3번으로 복귀했다. NC와의 PO 5경기에서 2홈런을 때리며 승리의 주역이 됐고, 대구에서 열린 KS 2경기에서 타율 0.500(8타수 4안타)을 기록했다. 특히 4타점을 올리며 승부처에서 해결사로의 모습을 뽐냈다.

● 센터라인을 책임지는 수비 핵

민병헌은 KS 1차전에서 부상한 리드오프 정수빈을 대신해 2차전부터 중견수로 선발출전했다. 정수빈이 왼쪽 검지손가락에 투구를 맞아 6바늘을 꿰매면서 선발수비 가능성이 낮아져 민병헌이 공수에서 중책을 맡게 됐다. 특히 5차전까지 치러지는 잠실벌에서는 중견수의 넓은 수비범위와 핸들링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멋진 홈런만큼이나 호수비 하나도 흐름을 되돌리는 결정적 장면이 될 수 있다. 삼성 주전 2루수인 나바로는 3차전에서 뼈아픈 실책을 저질렀다. 팀의 추격의지를 꺾는 무리한 플레이였다. 유격수 김상수와 함께 호흡을 정비한다면 공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반격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다.

잠실 |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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