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때 빛난 ‘정몽구 역발상’… 美판매 1000만대 신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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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 첫 수출 29년 만에… 현대차, 美 누적판매 1000만대 돌파
車메이커 10번째 대기록

《 현대자동차의 미국 누적 판매량이 1000만 대를 돌파했다. 1986년 소형 승용차 ‘엑셀’(사진)로 첫 수출을 시작한 지 29년 만이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역발상 경영’과 ‘품질 경영’이 이뤄낸 성과다. 현대차 이전까지 미국에서 누적 판매량 1000만 대를 넘긴 업체는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 3’ 외에 도요타, 혼다, 닛산, 폴크스바겐, 마쓰다, 다임러 등 9개사뿐이다. 》

2008년, 미국에 닥친 금융위기로 냉각된 소비심리는 제조업체들에 위기로 다가왔다. 자동차 회사들도 마케팅 비용부터 줄이던 시기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는 2009년 초 ‘어슈어런스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소비자가 차를 구매한 지 1년 이내에 실직하면 차를 무상으로 반납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경쟁사들은 “현대차를 겨누는 부메랑이 될 것”으로 내다봤지만, 실제로 차를 반납한 고객은 극히 적었다. 오히려 미국 내에서 현대차의 이미지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2009년 미국 신차 판매량은 2008년 대비 21.4% 감소하며 30여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현대차만큼은 판매가 8.3% 늘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사진)의 ‘뚝심 경영’, ‘역발상 경영’이 빛을 발한 사례다. 한때 세계 최대 시장이었던 미국은 지금도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자동차 시장이다. 1986년, 경쟁업체들보다 늦게 미국에 진출한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업체 중 10번째로 미국에서 1000만 대 판매 고지를 밟았다.

○ ‘품질 경영’과 ‘역발상 경영’의 성과

현대자동차는 26일(현지 시간) 미국 내 판매량이 1000만1014대를 기록해 1000만 대 판매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올해 1∼9월 판매량은 57만819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증가했다. 현대차가 29년간 미국에 선보인 차종 15개 중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은 ‘쏘나타’다. 1998년 처음 ‘EF쏘나타’를 내놓아 이달까지 총 249만8203대를 팔았다. 판매 2위 차종은 현대차에서 단일 모델 최초로 글로벌 1000만 대를 판매한 ‘엘란트라’(한국명 아반떼)다. 1991년부터 이달까지 총 248만4788대가 판매됐다. 3번째는 ‘엑셀’(현 엑센트·225만여 대)이다.

1999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그룹 회장 취임 후 미국을 방문해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당시 품질이 뒷받침되지 못해 리콜 요청이 쇄도했고, TV 프로그램에서는 미국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두고 현대차를 사는 것과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출장에서 돌아온 정 회장은 품질총괄본부를 발족했다. 그해 정 회장은 ‘10년, 10만 마일 보증’을 내세웠다. 당시만 해도 ‘2년, 2만4000마일 보증’이 일반적이었다. ‘미친 짓’이라는 경쟁사들의 냉소에도 불구하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998년 9만1217대였던 판매량은 1999년 16만3190대로 급등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는 중형차 시장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2004년 미국 JD파워 초기품질조사에서 쏘나타는 중형차 부문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했다. 올해 1∼7월 판매량 기준 ‘제네시스’는 미드럭셔리 부문에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에 이어 3위에 올랐다. 2000년 전체 판매량 중 5%였던 레저용차량(RV) 및 대형차 비중은 현재 26.8%까지 늘었다.

현대차는 2005년 미국 앨라배마 주에 연산 30만 대 규모의 공장을 준공한 뒤 연평균 6%대 성장을 거듭했다. 정 회장은 공장을 건설하는 3년간 착공, 시험생산, 최종 시험 등 단계별로 5차례 현장을 방문해 “쏘나타 신차는 현대차의 얼굴이자 자부심이다. 진정한 월드 베스트카를 생산해 달라”며 직원들을 독려했다.

○ 친환경차 시장 선점 등 과제도 남아

현대차에도 과제는 남았다. 최근 폴크스바겐의 ‘디젤 게이트’에서 보듯 까다로워진 미국의 환경 규제에 맞춰야 하고, 저유가와 경기 회복세에 힘입어 성장하는 미국 시장에도 적극 대응해야 한다. 실례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의 가동률은 상반기 기준 105.3%로 이미 100%를 넘겼다. 미국 제2공장을 검토하고 있지만 당장은 기아자동차 멕시코 공장에 역량을 집중하느라 착공이 어렵다.

조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실장은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연료소비효율이 좋은 내연기관차와 친환경차에서 앞서나가야 한다”며 “또 미국에서 팔리는 현대차 중 절반이 한국 수출분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경직된 노사 관계로 인한 비용 상승도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현대차#정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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