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야기] KS 응원소리에 설레는, ‘생짜 신인’ 두산 남경호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30일 05시 45분


두산 남경호. 스포츠동아DB
두산 남경호. 스포츠동아DB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삼성과 두산 선수 56명 가운데, 정말로 올해가 프로 데뷔 첫 시즌인 ‘순수 신인’ 선수는 단 한 명뿐이다. 두산 고졸신인 투수 남경호(19·사진)다. 요즘은 고졸신인이 포스트시즌은커녕 1군 무대 한번 밟아보기도 어려운 시대다. 신인왕 후보들도 모두 데뷔한 지 2∼3시즌이 넘은 중고신인들로 이뤄진다. 그러니 남경호에게 올 가을은 어쩌면 다른 신인들이 이루지 못한 꿈을 현실로 만든 계절이다.

사실 이미 포스트시즌은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다. 남경호는 정규시즌이 끝난 뒤 다른 유망주들과 함께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로 떠났다. 그러나 한창 훈련에 열을 올리던 와중에 2군 매니저를 통해 놀랄 만한 소식을 들었다. “플레이오프(PO) 엔트리에 포함됐으니 허준혁과 함께 귀국하라”는 얘기였다.

남경호는 그 순간 할머니의 얼굴이 문득 떠올랐다고 했다. “유치원 때 부모님이 두 분 다 일을 하셔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저를 키워 주셨어요. 그래서 아무래도 두 분에 대한 마음이 어릴 때부터 남달랐죠.” 누구보다 야구하는 손자를 자랑스러워하던 할머니는 그러나 고교 시절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앞서 간 할아버지의 뒤를 따라 세상과 영원히 작별했다. 그는 “길지 않은 내 인생에서 가장 슬펐던 날”이라고 표현하면서 “꼭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는데 너무 일찍 돌아가셔서 뭐라 말할 수 없이 슬펐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 와중에 믿을 수 없는 일도 생겼다. 남경호가 두산에 1차지명으로 선택을 받은 6월 24일이 바로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날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손자는 “마치 할머니가 저를 두산에 소개시켜주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마지막까지 이런 선물을 주신 것 같다는 마음에 눈물이 많이 났다”고 토로했다.

할머니의 마지막 선물과도 같았던 팀에서 천신만고 끝에 잡은 기회. 그는 올 가을의 모든 순간순간을 다 몸과 마음에 새길 생각이다. NC에 크게 졌던 PO 3차전에서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올랐다가 홈런 2방을 내주는 혹독한 경험을 했지만, 기죽기는커녕 당차게 스트라이크를 뿌리면서 김태형 감독과 선배 투수들의 박수를 받았다. 남경호는 “시즌 초반에 1군 무대를 밟아봤더니 정말 설레고 재미있었다. 계속 1군에 있고 싶다는 생각에 최선을 다해 준비해왔다”고 눈동자를 빛냈다.

남경호는 스스로 “나는 팬들의 응원에 많이 감동을 하는 것 같다”고 말하는 미래의 스타감이다. 그가 잠실구장 마운드에 오르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팬들의 열광적인 함성을 듣고 싶다”는 이유에서다. “정규시즌 때와는 또 다른 커다란 응원 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아지고 신이 난다”는 남경호. 그의 ‘신나는 가을’이 무르익고 있다.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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