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부장적 국가’ 네팔서 첫 여성대통령 탄생…정치적 영향력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9일 17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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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에서 첫 여성대통령이 탄생했다.

BBC는 “28일 네팔 하원이 대통령 선출투표에서 비디아 데비 반다리 통합마르크스레닌주의 네팔공산당(CPN-UML) 부총재(54·여)를 제2대 대통령으로 선출했다”고 29일 보도했다.

전체 의원 597명 가운데 549명이 참여한 투표에서 반다리 당선인은 327표를 얻어 214표를 얻은 쿨 바하두르 구룽 네팔국민회의당(NC)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로써 입헌군주국이었던 네팔은 2008년 공화제로 바뀐 이후 두 번째 대통령이자 첫 여성대통령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당초 2년 임기로 재직할 예정이었지만 헌법 채택이 늦어지면서 7년간 대통령 직을 수행해온 람 바란 야다브 초대대통령은 이번에 반다리 당선인에게 자리를 물려주게 된다.

반다리 당선인은 네팔의 전통적인 가부장제 사회와 싸워온 대표적인 여성 운동가다. 1979년부터 공산당 학생 조직에 가입하고 왕정 반대 운동을 하며 재야에서 활동해왔다. 하지만 1993년 그의 남편인 마단 반다리 CPN-UML 전 서기장이 의문의 교통사고를 당한 후 이듬해 정치에 입문하게 된다. 그는 남편의 지역구였던 수도 카트만두에서 출마해 당시 경쟁자였던 크리슈나 프라사드 바타라이 전 총리를 누르고 당선돼 정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이후 2009~2011년 국방장관직을 수행했고 이달 11일 총리로 선출된 카드가 프라사드 샤르마 올리 CPN-UML 총재(63)의 측근으로 지냈다.

그가 네팔의 대표적인 여성운동가로 꼽히는 이유는 지난달 20일 채택된 새 헌법에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내용을 명문화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새 헌법은 하원 의원의 3분의 1이 반드시 여성이어야한다고 못 박고 있다. 또 대통령과 부통령 중 한 명은 여성이어야 하며, 정부 위원회를 구성할 때에도 반드시 여성을 포함해야 한다. 최근 선출된 하원 의장에 여성인 온사리 가르티 의원이 당선된 것도 새 헌법에 따른 것이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네팔의 소수자와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모든 여성이 그를 지지했던 것은 아니다. 새 헌법이 여성의 정계 진출을 위한 획기적인 발판은 됐지만 가부장제 가정에서 살고 있는 여성의 보편적인 권리 보장에는 미흡한 탓이다.

또 네팔은 실질적인 권한이 총리에게 있기 때문에 반다리 당선인의 역할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BBC는 “네팔의 대통령은 군사 최고지휘관이긴 하지만 상징적인 역할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그가 정치에 깊게 간섭하는 것은 제한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힌두교 중심의 가부장적 국가인 네팔에서 이번 결과는 의미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카트만두 포스트는 “당선인은 남성 중심적인 정치계에서 실질적인 성취를 이뤄낸 유일한 여성”이라고 보도했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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