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가을사나이] 연장전 꽁꽁 묶은 크리스 영, 9년만에 PS 승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29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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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자스시티 로열스 크리스 영.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캔자스시티 로열스 크리스 영.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12회초 캔자스시티 7번째 투수로 등판
싱킹패스트볼 앞세워 3이닝 4K 무실점


208cm로 메이저리그 최장신 투수인 크리스 영(36·캔자스시티·사진)이 28일(한국시간) 카우프먼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뉴욕 메츠와의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프린스턴대학 출신으로 머리가 비상하기로 유명한 영은 3년 전 자신을 내친 친정팀 메츠를 상대로 3이닝 무실점으로 쾌투해 캔자스시티에 소중한 승리를 안겼다.

영은 4차전 선발로 예고됐지만, 4-4로 동점을 이룬 연장 12회부터 팀의 7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최고 구속은 90마일(146km)에 그쳤지만, 3이닝 동안 볼넷 1개만을 내줬을 뿐 주무기인 싱킹패스트볼을 앞세워 삼진을 4개나 잡아내는 안정감 있는 투구를 펼쳤다. 샌디에이고 소속이던 2006년 이후 9년만의 포스트시즌에서 2번째 승리를 따내는 기쁨을 누렸다.

영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프린스턴대 1학년 때 농구와 야구에서 모두 아이비리그 최우수신인상을 수상했다. 장신 센터와 선발투수로 명성을 떨쳤고, NBA와 메이저리그에서 모두 지명 받을 만큼 뛰어난 기량을 인정받았다. 관심을 모은 그의 선택은 야구였다. 2005년 12승을 따내며 케빈 브라운이 보유하고 있던 텍사스 구단의 신인 최다승과 타이기록을 세우기도 한 그는 이듬해 파드리스로 트레이드된 후 11승으로 2년 연속 10승 고지에 올라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리기 시작한 2009년부터 급격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어깨 수술 후유증으로 2013년에는 아예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은퇴의 기로에 선 그에게 손을 내민 구단은 시애틀이었다. 지난 시즌 생애 최다승과 타이인 12승을 따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럼에도 어깨 부상 전력이 있는 그에게 시애틀 구단은 계약연장을 거부했다. 절치부심 끝에 올 시즌부터 캔자스시티 유니폼을 입은 영은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11승6패, 방어율 3.06으로 건재를 과시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선발과 구원을 넘나들며 투수진의 맏형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위력적인 공을 던지지는 못하지만, 명석한 두뇌를 앞세운 수 싸움에 매우 능하다. 포스트시즌 6연속경기홈런의 주인공인 대니얼 머피를 비롯해 4번타자 요에니스 세스페데스, 5번타자 루카스 두다를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한 영의 12회초 피칭은 이날 경기의 백미였다.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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