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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매거진]에도시대의 일본을 거닐다, 역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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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매거진]에도시대의 일본을 거닐다, 역사와 함께…

오카야마(일본)=조성하 전문기자입력 2015-10-29 03:00수정 2015-10-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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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하 기자의 일본 취재 여행기
17∼19세기 에도시대의 정취가 진하게 묻어나는 구라시키 미관지구의 해진 직후. 구라시키 강을 끌어들인 운하 옆으로 시라카베(흰 벽) 창고와 상점, 저택이 줄지어 있다. 구라시키(일본 오카야마 현)=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세상살이 재미중엔 이런 것도 있다.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나 세상을 달리 보게 되는 것 말이다. 오카야마 현 취재여행길에서다. 오카야마 성에서 ‘우키타 히데이에(宇喜多秀家·1572-1655)’라는 이름과 조우했다. 그는 1597년 이 성을 완성한 당시 비젠(備前) 국의 성주. 그런데 그 이름이 친숙했다.

그와의 인연은 이렇다. 행주산성 근처에 사는 나는 주말이면 고양누리길로 14km가량을 혼자 걷는다. 행주산성은 그 도중에 있고 거길 오를 때마다 나는 정상의 순국추모비 앞에서 묵념한다. 그러다 보니 행주대첩 역사를 통달할 수밖에. 우키타는 행주대첩에서 거의 주연급 인물. 지휘관으로 ‘패장의 낙인’이 찍힌 왜장이다.

그런 그를 여기서 만나다니. 아마도 여행이란 행위가 없었다면 기대하기 어려운 체험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연은 게서 그치지 않았다. 유바라 온천까지 이어졌다. 그곳은 성에서 북으로 100km쯤 떨어진 심산유곡의 온천마을. 거기서 나는 그의 어머니가 한동안 유바라 온천에서 지냈다는 말을 들었다. 병든 노모를 위해 탕치소(湯治所·온천치료소)를 지어 모셨던 것이다.


일본이 작은 나라로 나뉘어 싸우던 전국시대에 우키타는 비젠 국 영주의 삼남으로 태어났다. 그리고 아홉 살 어린 나이에 숨진 아버지의 뒤를 이어 영주가 됐다. 당시 비젠 국은 오다 노부나가를 도왔다. 그리고 오다 사후 우키타는 그 세력을 발판으로 전국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총애를 받는다. 이름 중 ‘히데(秀)’는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의 이름 중 한 글자를 하사받은 것이고 그의 정실부인은 도요토미의 양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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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어머니는 도요토미의 측실이 된다. 그녀는 요염하기로 이름난 미인. 그래서 후대사람들은 우키타에 대한 도요토미의 각별한 사랑은 그녀의 요염한 미모를 탐냈기 때문이라고 수군댔다. 어쨌든 그는 도요토미의 5대 가신 중 한 사람이었고 임진왜란 출정 때도 도요토미가 임명한 다섯 명의 총대장 중 한 명이었다. 약관 스무 살의 나이로.

그는 도요토미의 죽음과 더불어 몰락의 길에 들어선다. 도요토미 사후 전국은 소용돌이쳤고 종내는 도요토미 추종파(서군)와 도쿠가와 이에야스 추종파(동군)의 격돌로 치달았다. 그 결과 1600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승리한 동군의 수장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새 세상인 에도시대를 연다. 그 전투에서 우키타가 선 곳은 당연히 서군. 그런 만큼 에도막부에 그의 자리는 없었다. 그는 1606년 유배돼 50여 년간 한 섬에 갇혀 지내다가 83세에 숨졌다.

아사히 강 삼각주에 조성된 정원 고라쿠엔. 시와노이케 연못 뒤로 외벽이 검다 해서 꺋까마귀성’이라 불리는 오카야마 성이 보인다.

에도막부는 오카야마 번을 이케다 가문에 하사했다. 그리고 이케다 가문은 17세기 말에 성 옆에 기막힌 정원 하나를 조성한다. 일본에서 아름답기로 이름난 3대 정원 중 하나인 ‘고라쿠엔(後樂園)’이다. 정원은 오카야마 성과 해자(방어용 물길)를 사이에 두고 맞붙어 있다.

고라쿠엔은 땅과 물의 조화가 도드라진 정원이다. 터 자체가 오카야마의 명물. 오카야마 시내를 관통하는 아사히 강의 삼각주다. 툭 트인 평지 한가운데는 연못(시와노이케)을 두고 그 안과 주변엔 인공 섬 3개와 높이 6m의 인공 산, 숲과 과수원, 언덕을 만들었다. 그리고 연장 640m의 작은 물길이 정원 곳곳을 지나도록 했다. 연꽃연못과 폭포, 논 등의 습지는 그 물로 조성했다.


오카야마(岡山) 현은 혼슈의 서쪽을 덮고 있는 주고쿠(中國) 산지의 다섯 현 중 하나. 남쪽은 세토내해와 면한다. 지형은 ‘산등성이(岡·오카)+산(山·야마)’이란 지명 그대로다. 평야는 남쪽에만 약간 발달해 있고, 나머지는 대부분 산이다. 그럼에도 이 땅은 축복받았다. 일본 최고로 알려진 기후 덕분인데 달기로 이름난 과일이 그걸 말해준다. 특히 이곳 백도(白桃·하얀 복숭아)는 일본에서 알아주는 명품. 커다란 복숭아에서 태어난 ‘앤트맨(Ant man)’ 모모타로가 악귀를 물리친다는 전설의 고향이기도 하다. 알이 골프공만큼 커다란 포도(피오네 품종)도 여기가 주산지다.

오카야마엔 다른 명물도 많다. 이 가을 호쿠보 평원은 코스모스로 뒤덮인다. 모내기를 마친 계단 논 오오하기니시(미사키 초)는 대지가 만든 예술작품이다. 이곳은 해돋이 고장으로도 이름났다. 그중에서도 명소는 세토내해의 어촌 무시아케((충,훼)明) 항. 적막이 감도는 포구의 정면 섬 위로 해가 솟는다. 하지만 뭐라 해도 오카야마 여행의 진수는 ‘구라시키 미관(倉敷美觀)지구’ 거닐기다.
'유바라온천의 계곡. 로텐부로 '스나유'는 빨간 장막의 탈의실 앞 바위에 있다.

구라시키 미관지구: 17세기에 조성돼 이제껏 잘 보존된 에도시대의 창고와 상점가다. 일본엔 이런 에도시대 상가가 곳곳에 남아 있지만 설문조사에서 1위는 구라시키가 차지했다. 이곳은 오카야마 성에서 서쪽으로 20km(기차로 15분). 도시 한가운데로 흐르는 구라시키 강이 세토내해로 흘러들기 때문에 내륙 항으로 발전해 물류중심이 됐다. 세토내해는 해운수송의 고속도로, 구라시키 강은 국도였던 셈이다. 그 물길로는 오카야마의 특산물인 과일, 쌀, 소금, 옷감 등이 에도와 교토, 오사카로 실려 나갔다.

미관지구는 당시 외부로 나가는 물건을 쌓아두기 위해 지은 수많은 창고와 상점, 가옥들이 밀집한 곳. 그 중심엔 400여 m의 인공운하가 있는데 창고에 부릴 물건을 쉽게 운반하기 위한 시설이다. 미관지구는 그 운하 옆으로 들어선 혼마치 거리를 중심으로 조성됐다. 창고건물은 ‘시라카베(白壁)’라는 흰 벽과 격자무늬가 특징. 흰 벽은 회칠이고, 격자창살은 도난방지 시설. 창고는 불이 나도 타지 않게 흙벽으로 지었다. 외벽을 회칠로 마감해 거리의 창고는 온통 하얗다.

구라시키 미관지구는 내게 ‘혼슈의 오타루(홋카이도의 항구도시)’로 다가왔다. 수양버들 늘어진 운하 양쪽으로 19세기 유럽풍의 근대건축물과 일본 전통 창고, 가옥 등이 들어서 있는 분위기가 너무도 비슷해서다. 요즘 그 운하에는 삿대로 젓는 거룻배가 관광객을 태우고 수시로 오간다. 옛 상점과 창고에선 기념품과 술, 음식을 판다. 그런 가게가 줄지은 혼마치 거리는 늘 관광객으로 붐비는데 유럽인도 많다.

이렇듯 오랜 거리가 아직도 구라시키에는 건재한 이유. 2차대전 중 폭격을 면한 덕분이기도 하지만 창고 대부분이 지금도 구라시키의 거상 오하시(大橋) 가문이 소유하고 있어서다. 전국시대(15세기 중반∼16세기 후반)에 사무라이였던 오하시 가문의 운명은 비젠 국 영주였던 우키타 히데이에와 비슷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휘하여서 에도막부가 열리며 몰락했다는 점이. 이들은 고향을 떠나 교토의 큰 다리(大橋) 밑에 숨어 지냈다. 그러다 1705년 구라시키에 평민으로 정착해 논과 염전을 일궈 돈을 벌고 은행까지 소유한 거부가 됐다. 미관지구 안에 있는 오하시 가옥(1796년 건축)은 당시 부잣집의 전형이다.

미관지구에 있는 오하라미술관은 개인이 수집한 서양미술품 전시관으로는 일본 최초. 로댕의 조각 두 개로 장식된 건물 정면은 그리스신전을 방불케 한다.

유바라 온천: 심산계곡의 이 온천마을은 홍수방지 댐 아래 있다. 가장 큰 자랑거리는 댐 밑 개울가 바위에 조성된 로텐부로(노천욕장) ‘스나유(砂湯)’. 전국 로텐부로 순위에서 ‘서군의 요코즈나’(스모 챔피언)로 등극했을 정도다. 물가에 있는 탕 세 개에선 40도의 온천수가 쉼 없이 솟아난다. 주변은 수풀 우거진 계곡이고 들리는 건 물 소리뿐이라 풍광도 기막히다. 탈의실도 있고 24시간 개방하는데 무료. 단, 남녀혼욕탕이란 사실만은 기억해 두길. 여성은 원피스 형태의 욕의를 입기도 하는데 료칸에서 500엔에 빌려 준다. 조용하게 자연의 정취를 음미하며 온천휴양을 하고 싶은 이에겐 별천지 같은 곳이다. 원천은 모두 15개. 모두 자연 분출될 만큼 수량이 풍부하다.

오카야마=조성하 전문기자 summer@donga.com
● Travel Info

항공: 대한항공의 인천∼오카야마 직항편이 매일 운항(1시간 30분 소요).

오카야마: 오카야마 도심에는 노면전차가 있는데 1일권(400엔)도 판매한다. 오카야마 성과 고라쿠엔은 아사히 강변에 이웃해 있다.

구라시키: 오카야마 시에서 기차로 15분. 미관지구는 구라시키 역에서 걸어서 8분.

유린안: 구라시키 미관지구 내 100년 된 2층짜리 구옥의 게스트하우스 겸 카페. 다다미 객실(3인1실)이 세 개 있다. 이부자리 펴고 접기는 셀프서비스. 체크인(오후 6시 반) 때는 투숙객이 모여 인사를 나눈다. 함께 저녁시간을 보내도록 하기 위한 주인의 배려. 카페의 주 메뉴는 노란색 기나부추를 가미한 간장으로 맛을 내는 ‘다마코 가케고항(날계란비빔밥·650엔)’. 예쁜 잔에 담아내는 복숭아주스, 행복한 얼굴을 만들어주는 시아와세(幸福) 판나코타(사진·판나코타는 푸딩과 비슷한 이탈리아식 디저트)도 있다. 숙박료는 3780엔.

모리타 슈조(森田酒造): 105년 전 창업한 구라사키 유일의 일본술(사케) 양조장. 300년 된 정원의 구옥에 딸려 있는데 미관지구 안에 있다. 여기선 압축기(프레스) 형태의 특별한 후네(술통)를 사용한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혼조조(本釀造) ‘이치반시보리’(35% 정미 사용). 주머니에 담은 모로미(발효조에서 바로 꺼내 쌀과 술이 섞여 있는 것)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온 것만 받아 가열처리하지 않고 담는 후쿠로츠리 방식으로 만든 술이다. 상큼한 맛과 향이 일품이고 알코올도수(17∼18%)도 높은 편이라 애주가가 선호할 만하다. 이 양조장의 술 브랜드는 ‘만넨유키(萬年雪)’.


▼ 그 어느 때 보다, 일본… JOIN J-ROUTE ▼

2010년부터 ‘조인 제이루트(JOIN J-ROUTE)’라는 이름으로 추천여행지를 소개해온 일본관광청(JNTO)이 올 6월부터는 ‘그 어느 때보다 일본’이란 슬로건 아래 새로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일본관광청의 이 시도는 일본에 와본 적이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해 각자가 선호하는 장소와 지역을 엄선해 추천하는 것이다. ‘첫 방문자’와 ‘재방문자’는 일본여행 중에 추구하는 감성과 매력이 다르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 캠페인은 ‘일본여행 특별한정판(Japan Edition)’이란 테마로 진행한다. 그걸 구현한 것이 ‘지금 아니면 볼 수 없는 일본’ 시리즈다. 어떤 여행지도 찾는 시점에 따라, 방문하는 사람에 따라, 어떤 정보를 갖느냐에 따라 달리 느끼게 마련. 그런 만큼 ‘지금 아니면 볼 수 없는 일본’은 곧 ‘나만의 특별한 경험이 기대되는 여행’을 겨냥한 일본관광청의 세심한 배려이자 제안이다.

이 캠페인의 정보는 광고와 제이루트(J-ROUTE)홈페이지, 페이스북에서도 얻을 수 있으며 일본여행의 특별함과 즐거움을 공유하는 참여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

www.jroute.or.kr
www.facebook.com/joinjro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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