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시아 재균형”- 中 “대양해군”… 해상패권놓고 일촉즉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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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군함 ‘남중국해 레드라인’ 진입]
中 “美군함 감시, 추적 경고”… 美 “일회성 아닌 수주간 지속”
남중국해 긴장 파고 높아질 듯… 아베 “美, 국제법 따라 항해” 지지

미국이 27일 남중국해의 인공섬 근해에 이지스 구축함 라센함 파견을 결행해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중 간 갈등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 외교부 장예쑤이(張業遂) 상무부부장은 이날 맥스 보커스 주중 미국대사를 불러 미 구축함의 남중국해 진입을 “아주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중국 외교부 루캉(陸慷) 대변인은 “인공섬 12해리 이내에 진입한 미군 구축함을 감시, 추적하면서 경고했다”고 밝혀 물리적 충돌은 없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미군 당국자들은 이번 군함 항해는 이번으로 끝나는 일회성이 아니라 앞으로 몇 주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돌발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형국이다.

이번 사건으로 2001년 하이난(海南) 섬 인근 해역 상공에서 중국 전투기와 미국 정찰기가 충돌해 중국 조종사 한 명이 바다에 빠져 실종되고 미 정찰기는 하이난 섬에 억류됐던 사건 이후 남중국해의 긴장 수위는 최고조로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은 최근 인공위성 사진 판독과 초계비행 등을 통해 남중국해에 최소 7개의 인공섬이 건설됐고 3곳에는 활주로 시설이 건설됐으며 두 곳에는 등대도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융수자오(永暑礁) 인공섬의 활주로는 3km에 이른다. 27일 미 이지스 구축함 라센함이 항해한 수비 환초(중국명 주비자오·渚碧礁)와 미스치프 환초(중국명 메이지자오·美濟礁)에도 활주로가 건설 중이다.

미국이 인공섬 주변의 중국이 영해라고 주장하는 해역에 군함을 파견할 것이라는 보도는 올해 5월부터 나왔으나 국방부는 17일 수일 내로 군함을 파견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뒤 열흘 만인 27일 결행했다.

앞서 지난달 26일 워싱턴 미중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옆에 세운 자리에서 “모든 국가는 항해와 항행의 자유, 방해받지 않는 상업활동의 권리를 갖고 있다”며 “그런 만큼 미국은 국제법이 허락하는 어디에서도 항해하고 비행하며, 작전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바다에 잠겨 있는 바위나 산호초 등을 매립해 만든 인공섬은 영토가 될 수 없으며 이에 따라 영해 주권도 생성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군함 파견에 대해 중국 내에서는 무력 충돌도 불사해야 한다는 강경론도 없지 않다. 중국은 미군의 군함 파견 방침이 전해진 후 남중국해에서 미사일 발사 훈련 등을 하는 등 무력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중국 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오래전에 이런 작전을 했어야 했다”며 “미 해군도 원했지만 오바마 행정부가 막아왔다”고 했다. 그는 이번 미 함정의 항해가 중국의 인공섬 건설을 막지는 못하더라도 항행의 자유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남중국해 갈등에서 미국 편을 들고 있는 일본은 중국의 인공섬 건설을 비판하며 미국의 구축함 파견을 지지하고 나섰다. 카자흐스탄을 방문 중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날 동행한 기자들과 만나 “남중국해 해역에 미군 군함이 항해한 것은 국제법을 기준으로 한 행동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의) 일방적인 행동은 국제사회 공통의 우려”라고 덧붙였다.

중국과 영유권 분쟁 중인 필리핀 베트남 등도 미국의 구축함 파견을 내심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대통령은 27일 마닐라 외신기자클럽에서 “미 군함의 인공섬 주변 항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힘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베트남도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인공섬 건설, 등대 설치 등에 대해 “이는 베트남 주권을 침해하며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고 여러 차례 비난해 왔다. 다만 화교 비중이 높고 중국과의 교역을 중시하는 말레이시아는 필리핀이나 베트남과 달리 중국에 대한 비판을 자제한 채 평화적 분쟁 해결을 주장하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bonhong@donga.com /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남중국해#레드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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