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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 스타일 기타’ 세계 1인자 濠 토미 이매뉴얼 내한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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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 스타일 기타’ 세계 1인자 濠 토미 이매뉴얼 내한공연

임희윤기자 입력 2015-10-28 03:00수정 2015-10-2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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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때부터 들리는대로 따라 쳤을뿐… 지금도 악보 못 봐”
토미 이매뉴얼은 “개가 음식 냄새에 끌리듯 손에익은 연주만 고집하면 발전할 수 없다”고 했다. 씨앤엘뮤직 제공
‘통기타는 노래 반주에 쓰이는 악기다.’

단단해 보이는 이 명제는 호주 기타리스트 토미 이매뉴얼(Tommy Emmanuel·60) 앞에서 처참히 무너진다. 한 사람이 통기타 한 대로 리듬, 화성, 선율을 동시에 연주하는 ‘핑거스타일 기타’ 장르의 세계 1인자. 23일 부산, 25일 서울 콘서트에서 기타 몸통을 때리고 긁어 드럼 소리를 내고 금속 줄을 빠르게 타격하며 보는 사람 혼을 뺀 이매뉴얼은 사람 같지 않았고 그의 통기타는 메리 포핀스의 가방 같았다.

마법사인지 사기꾼인지 확인하려 이매뉴얼을 서울 공연 전 대기실에서 만났다. “네 살 때부터 기타를 쳤고 여섯 살 때부터 가족 밴드 멤버로 캠핑카를 타고 호주 전역을 돌며 공연했어요. 누구도 귀여운 꼬마라고 봐주진 않았죠. 무대 위에서 실수란 용납되지 않는 법이니까요.”


열 살 때 밴드 리더인 부친이 별세하고 나서야 이매뉴얼과 남매들은 연주 여행을 끝내고 학교에 복귀했다. 이매뉴얼은 열두 살에 기타 선생이 됐다. 돈 내고 배우는 그의 수강생 중엔 이매뉴얼이 다니던 학교의 선생님들도 있었다. 집안 형편은 넉넉지 않았다. “낮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엔 기타 쳐서 돈 벌던 열여섯 살 때 일이에요. 하루는 깜빡 실수해서 공장의 전기 사포에 오른손 엄지가 빨려 들어가 크게 다쳤죠. 지금은 나았지만 그 뒤로 한참 동안 엄지를 뺀 나머지 손가락만으로 연주해야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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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뉴얼은 지금껏 미국 ‘기타 플레이어’지 ‘최고의 통기타 연주자’ 선정, 2000년 시드니 올림픽 폐막식 공연, 2010년 호주 국민훈장 수훈을 포함해 수많은 영예를 얻었다. 에어 서플라이, 다이애나 로스, 마이클 잭슨(1958∼2009)… 다양한 가수의 음반에서 그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꼬마 때부터 들리는 대로 따라 쳤지 정규 음악교육을 못 받아서 지금도 악보 보는 법은 몰라요. 배우곤 싶은데 요즘엔 연주하기 바빠서….”

호주 기타리스트 토미 이매뉴얼(왼쪽)은 25일 밤 서울 콘서트에서 9개월 된 딸 레이철 양과 한국계 아내 클라라 씨를 무대에 불러냈다. A&A 제공
환갑인 이매뉴얼에게 한국은 이제 장모의 나라다. 한국계 호주인 클라라 씨와 작년 재혼해 올해 초 딸 레이철을 낳은 것. 그의 신작 ‘It‘s Never Too Late’는 레이철에게 바치는 음반이다. 클래식, 플라멩코, 블루스, 컨트리, 록의 매력이 모두 담긴 역작.

1년에 300회 이상 공연하는 그에게 무대는 여전히 자기수련의 장이기도 하다. “늘 치던 대로 치면 재미도 창의도 없잖아요. 자주 무대 위에서 내키는 대로 원곡을 조옮김해서 시작해버려요. 가끔은 손가락보다 뇌를 더 많이 써야 하죠. 하하하.” 2006년 헝가리 부다페스트 공연 때는 기타 줄을 너무 세게 내리쳤다 오른손 검지 끝이 찢어졌다. 피가 철철 나는 검지를 접어 엄지로 감싼 채 나머지 손가락으로 공연을 마쳤다.

기타 지판 위를 반세기 넘게 달려온 그의 왼손가락 첫마디들을 기자가 만져봤다. 오랜 고목처럼 굳은살이 박였으리라는 예상은 빗나갔다. 그건 생각보다 부드러웠다. 곁에 놓인 기타를 가리키며 그가 말했다. “그가 없으면 전 불완전한 존재예요. 그리고 저 안엔… 대단한 미스터리가 있어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핑거기타#토미이매뉴얼#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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