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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창업 갈증 때문에 교수의 길 버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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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창업 갈증 때문에 교수의 길 버렸죠”

신민기기자 입력 2015-10-28 03:00수정 2015-10-29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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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청년 리더]<14>컨설팅 업체 ‘아르스프락시아’ 김도훈 대표
20일 서울 중구 서울파이낸스센터 내 아르스프락시아 사무실에서 만난 김도훈 대표는 청년들에게 “편한 자리에 자신을 가두지 말라”고 당부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공부를 오래 한 사람들이 가장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이 과연 학교뿐일까요. 100세까지 사는 시대인데, 너무 일찍 자신을 편한 자리에 가두지 마세요.”

새하얀 와이셔츠에 깔끔하게 빗어 넘긴 머리, 지적인 인상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안경까지. 국내외 유명 대학에서 오래 공부한 그답게 교수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하지만 그는 교수의 길을 가지 않았다. 그 대신 험난한 창업을 택했다. 데이터 기반 전략 컨설팅 업체 ‘아르스프락시아’의 김도훈 대표(39)를 20일 서울 중구 아르스프락시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 데이터 분석에 사회과학적 해석 더해


아르스프락시아는 의미망 분석을 통해 전략 컨설팅을 제공하는 업체로 2010년 9월 설립됐다. 자체 개발한 온라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댓글을 비롯해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의 모든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략을 도출한다. 기업이 내놓은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이나 정치인에 대한 대중의 이미지 등을 분석하는 데 유용하다. 실시간으로 움직이는 소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어 빠르고 유연한 분석이 장점이다. 언론에서도 의미망 분석을 이용해 여론을 조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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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는 아르스프락시아와 비슷한 모델로 미국의 팰런티어테크놀로지를 꼽았다.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이 설립한 데이터 분석 업체로 현재 기업가치가 150억 달러(약 16조9500억 원)가 넘는다. 테러 방지를 위해 사전에 테러 정보를 분석하는 작업도 하고 있는데, 미국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 정부기관이 단골이다. 국내에도 여러 빅데이터 분석 업체가 생겨났지만 김 대표는 “단순한 데이터 분석에 그치는 빅데이터 분석 업체와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아르스프락시아는 사회과학적인 해석을 하는 데 전문성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아르스프락시아라는 회사 이름도 라틴어로 예술, 이론을 뜻하는 ‘아르스(ars)’와 실용을 뜻하는 ‘프락시아(praxia)’에서 따왔다. 실제 아르스프락시아에는 컴퓨터 공학 전공자뿐 아니라 사회과학, 산업디자인 등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여 일하고 있다.

● 오랜 공부 끝 창업 도전


김 대표는 박사다. 연세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석사를, 서섹스 과학정책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오래 공부했으니 주변에서는 모두 교수가 될 거라고 예상했었죠. 다들 원하는 교수 자리 두고 창업을 하려고 하느냐고 만류도 많았습니다.” 김 대표는 창업을 택한 이유가 ‘갈증’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학계는 연구 방법론이나 해석에 있어서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공부만 하면서 좀 더 실용적인 가치를 찾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 대표는 “오래 공부하면 자연스레 교수가 되는 걸 목표로 삼는 사람이 많은데, 창의성과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다른 분야는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2005년 일어난 황우석 사태였다. 김 대표는 “객관적인 진실이 드러났는데도 이를 외면하고 변함없는 맹신을 보여준 지지자들의 태도를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를 주제로 의미망 분석을 해서 논문을 썼는데, 이 논문을 본 후배들이 “마케팅에 유용한 분석 모델이 되겠다”며 창업을 하자고 의견을 보탰다.

유사업체들 많아져 경쟁 치열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에 창업했는데, 해보니 너무나 힘들더군요.” 김 대표는 “사업을 할수록 점점 높은 파도가 몰려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유사한 업체들이 생겨나 경쟁이 치열해졌다. 김 대표는 “남이 잘되는 것 같으면 아무런 차별화 전략 없이 따라 하는 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며 “오래 가는 기업을 만들고 건강한 창업 생태계를 만들려면 획일적인 경쟁을 거부하는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적 자산을 낮게 평가하는 문화도 아쉽다. 김 대표는 “외국에 비해 한국에서는 컨설팅 수수료가 훨씬 낮은 수준”이라며 “결과물보다는 투입된 인건비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책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포기할 생각은 없다. 김 대표는 “점점 더 먼 바다로 나가기 때문에 파도도 높아지는 것”이라며 “큰 파도에도 끄떡없도록 배의 역량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르스프락시아는 설립 후 매년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 김 대표의 목표는 150년 이상 가는 탄탄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그는 “직원들에게 ‘우리 회사는 150년 후가 가장 전성기일 것’이라고 말하곤 한다”며 “소셜 미디어 분석이라고 하면 생명력이 짧을 것이라고들 생각하지만, 데이터에 대한 사람의 해석은 150년 뒤에도 가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창업을 꿈꾸는 청년들에게는 “쉽게 멘토를 만들지 말라”고 조언했다. 김 대표는 “창업가에게는 도전정신과 자립성이 가장 중요한데 남 얘기만 들으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사업은 인간관계가 중요한 만큼 주변에 좋은 사람은 많이 만들되 중요한 것은 자신의 확고한 신념”이라고 강조했다.

신민기 기자 minki@donga.com
#청년드림#아르스프락시아#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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