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야기] 삼성 박찬도 “입대하기 전에 꼭 뭔가 보여주고 싶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28일 05시 45분


지난해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소속팀 삼성의 우승을 지켜본 박찬도(가운데)가 26일 열린 올해 KS 1차전에 나서며 작은 소원을 이뤘다. 경찰청 입대를 앞두고 조금이나마 팀에 보탬이 되려고 한발 더 뛸 작정이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지난해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소속팀 삼성의 우승을 지켜본 박찬도(가운데)가 26일 열린 올해 KS 1차전에 나서며 작은 소원을 이뤘다. 경찰청 입대를 앞두고 조금이나마 팀에 보탬이 되려고 한발 더 뛸 작정이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12월 경찰야구단 입대 앞두고 데뷔 첫 KS
입단 동기 박해민 맹활약보며 자신감 충전


삼성 박찬도(26)는 지난해 가을을 일본에서 맞았다. 팀은 넥센과의 한국시리즈(KS)에 한창이었지만,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한 선수들은 일본 오키나와에서 마무리훈련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다 건너 있을지언정 그들 역시 삼성의 일원이다. 훈련이 모두 끝나면 숙소에서 삼삼오오 모여 KS 경기를 봤다. 박찬도는 “이기면 선수들이 다같이 환호하고, 지면 다같이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웃지 못 할 해프닝도 생겼다. 일본은 한국처럼 초고속 인터넷이 발달되지 않았다. 와이파이 신호를 겨우 잡아서 컴퓨터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야구를 보다 보면, 중요한 장면에서 갑자기 화면이 멈추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특히 시리즈 전적 2승 2패 상황에서 맞붙었던 5차전이 그랬다. 패색이 짙다가 9회말 삼성이 끝내기 기회를 잡았는데, 타석에 선 최형우가 막 배트를 휘두르려는 순간 또 다시 화면이 끊겼다. “으아아악!” 모두가 긴장 속에 침을 꼴깍 삼키며 멈춰 버린 화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얼마 후 다시 영상이 플레이되기 시작했다. 타격 장면은 뚝 끊겨 사라지고, 느닷없이 외야 오른쪽 라인 안쪽으로 타구가 데굴데굴 굴러가는 장면이 보였다. 끝내기안타. 화면 안의 삼성 선수들이 열광적인 관중의 함성 속에 펄쩍펄쩍 뛰고 있었다. 동시에 오키나와의 삼성 숙소도 떠나갈 듯한 환호로 가득 찼다. 박찬도 역시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다가 문득 생각했다. ‘와, 나도 KS에서 뛰어 보고 싶다.’

한 시즌이 더 지났다. 그때 남몰래 마음에 품었던 박찬도의 희망은 무사히 이뤄졌다. 삼성의 KS 엔트리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고, 데뷔 후 첫 KS에 나섰다. 1년 전에는 육성선수 입단 동기이자 팀 내서 가장 친한 동료 박해민이 KS에서 맹활약하는 장면을 지켜만 봐야 했다. 올해는 박찬도도 대구구장 덕아웃에서 가을의 환희를 함께 할 수 있다. 박찬도는 “확실히 한국시리즈라 분위기가 다른 것 같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이번 시리즈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며 쑥스러워했다.

이번 KS가 박찬도에게 더 특별한 것은, 단지 ‘처음’이어서만은 아니다. 박찬도는 크리스마스이브인 12월 24일 경찰야구단으로 입대한다. 2년에 걸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야 다시 팀의 가을잔치에 참여할 수 있다. 그래서 더 귀한 경험이고, 더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다. 그는 “나도 경기에 나가면 잘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려고 한다. 입대하기 전에 꼭 뭔가 보여주고 싶다”며 당차게 눈동자를 빛냈다.

대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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