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파업 안된다” 노조원 설득한 UAW 지도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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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규·산업부
김성규·산업부
전미자동차노조(UAW)는 미국 내에서도 대표적인 강성 노조로 분류돼 왔다. 하지만 최근 보여준 행보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감지된다. ‘일자리’의 중요성을 깨달은 것처럼 보인다.

UAW와 제너럴모터스(GM)는 25일(현지 시간) 4년간의 근로계약 잠정안에 합의하며 파업을 피하게 됐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GM이 경영 위기를 겪은 2007년 이전 입사자인 ‘티어(Tier) 1 노동자’와 그 이후 낮은 임금으로 고용된 ‘티어 2 노동자’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 내용이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UAW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와도 비슷한 내용으로 협상을 했는데, 문제는 임금 격차 해소가 이뤄지는 기간이었다. 첫 협상안에서 임금 격차를 해소하는 기간을 8년으로 잡은 사실이 알려지자 노조원들이 “너무 길다”며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달 초만 해도 UAW가 파업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UAW는 FCA와의 첫 협상안이 노조원 투표에서 부결되자 6일 사측에 파업 통지서를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곧 재협상이 타결됐고, 이번에는 GM과 협상이 타결된 것이다.

UAW의 이번 협상 타결은 일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노조원들의 반발을 설득한 노조 지도부의 노력이 있었다. ‘얻게 될 많은 것’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UAW 지도부는 “저가 중국제품이 쏟아져 들어오는 데다 엔저와 전기자동차의 출현 등으로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고용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최고의 이익”임을 강조했다. 노조가 일부 양보한 대신 사측이 일자리 유지를 위한 미래 투자를 하기로 절충한 점도 적극 설명했다.

UAW는 과거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몇 달간의 파업도 불사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GM이 파산을 신청하는 지경에 이르자 UAW는 조합원들에게 주었던 각종 혜택을 축소하고 사측의 조기 퇴직안에 합의해주는 등 유연한 자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 차 산업이 회복세를 보이는 중에 이뤄진 이번 협상 타결은 UAW의 체질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GM과의 협상 타결 후 UAW 위원장인 데니스 윌리엄스는 “우리는 이번 합의가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임금 상승과 고용 보장을 이뤄낼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고, 캐시 클레그 GM 부사장은 “양측은 근로자에게 이득이 되고 회사는 시장 수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건설적 해결책을 만들어냈다”고 화답했다. 한국에서도 이런 모습이 보이길 기대한다.

김성규·산업부 sunggyu@donga.com
#경제카페#uaw#전미자동차노조#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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