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경제]‘기업하기 좋은 나라 4위’ 한국, 국가경쟁력은 왜 26위 머물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8일 0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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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중·경제부
김철중·경제부
“기업 하기 좋은 나라 순위에서 우리나라가 올해 세계 4위를 차지했습니다. 역대 최고 순위에다 주요 20개국(G20) 중에서 1등입니다.”

27일 세계은행이 ‘2015년 기업환경평가’를 이처럼 발표하자 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한국의 기업환경이 좋은 성적을 받은 건 기쁜 일이죠. 하지만 불과 한 달 전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한국이 26위에 그친 것을 생각하면 다소 의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산업계는 “규제가 여전하다”라고 호소하고 있고, 대통령도 “규제 철폐에 더 노력해 달라”고 각 부처에 수시로 지시를 내리는 상황입니다.

세계은행의 기업환경평가는 창업부터 퇴출까지 생애주기별 기업의 경영환경을 10개 부문으로 나눠 평가합니다. 해당 국가에서 회사를 세워 영업활동을 하고 사업을 정리하는 데 필요한 절차와 비용 등을 산출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WEF 등의 순위는 국가경쟁력을 정부, 교육, 금융, 노동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평가하는 영역이나 범위가 서로 다르다 보니 결과 역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설문조사 방식과 대상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세계은행은 변호사, 회계사 등 민간 전문가들을 통해 객관적인 수치를 조사합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1인당 국민소득 10배 규모로 창업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은 얼마인가’라고 묻는 겁니다. 하지만 WEF 등은 기업인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금융환경에 점수를 매겨 달라”는 식으로 다소 추상적인 만족도를 조사합니다. 기재부 측은 “기업인들의 추상적인 만족도는 전체 경제상황이 나쁘면 실제보다 더 불만족스럽게 답하는 등 오류가 있을 수 있다”면서 “여러모로 세계은행의 자료가 더 객관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다고 정부가 자화자찬에만 그쳐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곳곳에 여전한 규제가 경제 활력을 갉아먹는 건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특히 세계은행 평가에서는 다루지 않은 노동과 금융 분야는 우리 사회의 시급한 개혁과제입니다. 제도가 있어도 절차가 복잡하거나 소극적인 공무원들 때문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일도 막아야 합니다. 자랑보다는 ‘세계 네 번째로 기업 하기 좋은 나라’에 걸맞은 위상을 갖추도록 사각지대를 찾아내 고치는 일에 더 집중해야 할 때입니다.

세종=김철중·경제부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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