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도가자’ 누가 왜 위조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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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0월 27일 13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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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옥편에도 없는 ‘𤮨(연자매 용)’ 활자 中서 위조했을 가능성 높아
고미술상 “中서 예전부터 매매… 문화재 지정설에 가격 치솟아”

증도가자는 누가, 왜 위조했을까.
고미술업계에서는 일찍부터 ‘짝퉁 문화재’ 공장으로 통하는 중국에서 증도가자가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실제로 본보가 접촉한 한 고미술상은 “증도가자가 중국에서 예전부터 매매되고 있다”며 “과거 한 글자에 한국 돈 10만 원 정도 했는데 최근 국가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1000만 원으로 치솟았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증도가자의 출처가 북-중 접경지대에 있는 중국 단둥(丹東)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증도가자로 분류된 금속활자 59개를 소유한 김종춘 다보성고미술 대표는 “대구의 고미술상으로부터 증도가자를 구입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국과수는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증도가자 용역보고서에서 중국 위조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하나 찾아냈다. 청주 고인쇄박물관의 활자 7개 중 하나가 국내 옥편에 나오지 않고 옛 중국에서만 잠시 쓰였던 ‘𤮨(연자매 용·사진)’ 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것. 국과수는 증도가자가 중국에서 위조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현지 조사를 추진 중이다.

황당한 것은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의뢰로 용역보고서를 작성한 경북대 산학협력단은 이 ‘𤮨(연자매 용)’ 자를 다른 한자(‘聾·귀먹을 롱’)로 오인해 고려활자로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권인한 성균관대 교수는 “𤮨(연자매 용) 자는 고려∼조선시대 서책에 쓰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보고서에는 이 밖에도 허점이 여럿 보인다. 보고서는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한 증도가자 3개 중 하나(受·수)가 삼성출판박물관이 소장한 증도가에 사용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조사결과 受 자는 증도가에 세 차례 이상 등장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 먹에 대한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에서 령(令) 자의 연대가 서기 640∼780년으로 측정된 것도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활자는 고려시대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정작 먹은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꼴이기 때문이다.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용역을 의뢰한 연구 주체에 대한 신뢰성도 논란거리다. 경북대 산학협력단을 이끈 남권희 경북대 교수가 5년 전 김종춘 대표와 함께 증도가자 진품을 주장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과수 검증을 계기로 주무 부처인 문화재청의 안일한 증도가자 검증이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국과수의 증도가자 검증 자료를 아직 받아보지 못해 요청해 놓은 상태”라며 “향후 증도가자와 관련해 문화재 지정조사단 전문가들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주=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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