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 향균효과 위한 은나노, 생식세포에 나쁜 영향 줄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7일 11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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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유나 의료 장비 등에 항균 효과를 더하기 위해 사용하는 은나노 입자가 자칫 생식세포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김진회 건국대 동물생명공학과 교수팀은 은나노 입자가 생식세포와 임신 중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과 원인을 규명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진은 시험관에 생쥐 정자를 넣고 은나노 입자에 노출시켰더니 정자 머리 부분에 폭탄을 맞은 것처럼 움푹 파인 홈이 군데군데 생겼다. 또 꼬리 부분이 서로 연결되거나 모양이 바뀌면서 불량 정자로 바뀌는 현상을 발견했다. 이 불량 정자를 인공적으로 난자와 수정시켰더니 정상 수정란에 비해 태아와 태반으로 자랄 수 있는 세포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수정란은 착상이 되더라도 잘 자라지 못하고 유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발정기에 들어간 생쥐 암컷과 수컷에게 은나노 입자를 먹게 했더니 난자와 정자를 만드는 세포가 대부분 죽어 수정 능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이번 결과를 사람에게 비교한다면 유산이 너무 일찍 일어나 임신과 유산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단순히 생리 주기가 지연된다고 여길 수 있다”며 “결국 습관성 유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에서 나노물질과 나노제품에 대해 유통 전에 승인을 받게 하거나 표시 의무를 부여하는 등 규제가 마련되고 있는 만큼 국내에도 ‘나노제품 표시제도’를 도입해 소비자에게 경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진은 관련 논문 4편을 독성학 분야 전문지 ‘나노톡시콜로지’ 15일 자와 ‘국제나노의학지’ 5일자, ‘사이언티픽 리포트’ 등에 연달아 발표했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기자 ilju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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