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디팩트] 결혼식의 꽃길, 버리지 말고 기부하자

  • 입력 2015년 10월 26일 16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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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영리단체 ‘플리’, 꽃의 재활용 통해 외롭고 힘든 사람들에게 희망 전달

최근 경조사에 보내는 화환 대신 그 가격만큼 쌀을 구매해 불우한 이웃을 돕는 새로운 형태의 기부에 이어 결혼식 등에서 쓰인 꽃을 죽음을 앞둔 호스피스 시설의 사람들에게 보내 희망을 전하는 ‘더 블룸 프로젝트(The bloom project)’가 확산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2007년 미국 오리건주의 비영리단체에서 시작했다. 창시자 라센 제이가 큰 사고 뒤 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경험이 토대가 됐다. 그는 자신이 많은 방문자들이 전하는 꽃을 받으며 심신의 안정을 회복하는 동안 외로이 지내는 다른 환자들에게도 꽃을 나눠 주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목격했다. 이를 계기로 이듬해에 환자들에게 꽃을 나눠주는 비영리단체를 설립했다.

비영리단체는 꽃 생산농가나 꽃집과 파트너를 맺기도 하고, 결혼식이나 파티 등에 쓰이고 역할을 다한 신선한 꽃들을 직접 기부받기도 한다. 꽃꽂이기술 등 재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기부된 꽃을 새로 예쁘게 꾸미는 재능과 시간을 기부할 수도 있다.

이 프로젝트는 오리건에서 시작해 캘리포니아주로 확장되고 있으며, 20개 이상의 호스피스 시설에 7만8000개의 꽃다발을 전달했다.

꽃다발에는 당신을 생각한다는 의미가 담긴 ‘thinking of you’ 꼬리표가 달려 있다. 이 꼬리표는 환자에게 어딘가에 여전히 당신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기운을 낼 수 있도록 돕는다.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수도원에서 결혼식 후 기부받은 꽃들을 노인요양원에 전달하기 위해 화병으로 만들고 있다.국내에서는 ‘플리’(FLRY)에 연락하면 기부를 통해 웨딩플라워의 ‘수거-꽃다발제작-전달’에 참여할 수 있다.

플리는 지난 6월에 시작된 비영리 프로젝트로 결혼식에서 꽃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온 친구들이 참여하고 있다. 본인이나 지인이 결혼할 경우 결혼식의 꽃을 플리 홈페이지나 페이스북을 통해 기부할 수 있다. 플리는 이밖에도 꽃꽂이나 사진촬영 재능이 있는 사람의 재능기부도 환영한다.

플리의 첫 번째 기부자는 이우영 씨로 지난 6월 자신의 결혼식에 사용된 꽃으로 화병 10개와 꽃다발 5개를 만들어 용산구립 노인요양원에 전달했다. 결혼성수기인 10월을 맞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수도원은 이 곳에서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로부터 꽃을 기부받아 효림원 등 지역 요양센터와 서초구립 요양원에 전달했다.

이 단체는 지난 24일 꽃장식 등을 배워본 일이 없는 자원봉사자를 모아 꽃장식을 만드는 간단한 교육을 실시했다. 이날 만들어진 꽃은 미혼모 시설 애란원 모자의집과 애란영스빌에 기부됐다. 앞으로 미혼모 시설, 어린이병원 등 꽃이 필요한 곳으로 전달 대상을 넓힐 계획이다. 개인 기부 외에도 호텔이나 예식장을 통해 꾸준히 꽃을 기부받는 사업도 펼칠 방침이다.

플리의 설립자인 김미라 씨는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주말 등을 이용해 자비를 들여 이동하고 수거하는 모든 일을 직접 하고 있다”며 “작업공간과 운송차량 지원을 해 줄 수 있는 기업이나 자원봉사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양키캔들같은 공병을 보내주시면 화병으로 감사히 쓰겠다”며 “아직은 전업이 아닌 과외시간에 하는 일이라 부족하지만 기쁘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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