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인턴 “계약서 있는 노비…여자라고 청소·설거지 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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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10월 26일 14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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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인턴이 황제 인턴? “계약서 있는 노비다”

“계약서만 있을 뿐 노비다, 이런 얘기를 우스갯소리로 합니다.”

인턴, 열정페이 등 ‘청년 일자리’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관련 문제를 해결하고, 정책을 마련해야 할 우리 국회에서도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인턴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2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선 자신을 국회의원실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소개한 인턴이 출연해 ‘국회 인턴’의 부당한 처우에 대해 토로했다.

우선 국회의원실 내 성차별에 대해 꼬집었다. 그는 “제가 국회의원실에서 제일 먼저 배운 건 청소, 설거지, 손님 접대, 전화를 받고 팩스를 돌리는 단순한 작업”이라며 “남자 인턴은 정책 담당이라며 시키지 않고 여자 인턴인 제가 전담해서 처리했다”고 폭로했다.

이어 “설거지의 경우, 직접 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기본적으로 깨끗하게 안 돼 있으면 제가 혼나는 입장이기 때문에 하나, 하나 전부 꼼꼼하게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며 “국회 인턴이라면 정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법을 발의할 건지 알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탄했다.

근로시간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 법정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근로기준법 제53조 1항에 따르면 당사자간에 합의하여 1주간 ‘12시간’을 한도로 근로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보통 7시에서 7시 반 정도에 출근해 퇴근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았다. 토요일, 일요일 출근에 하루에 12시간은 기본이고 특별한 일이 생기면 새벽 1시, 2시가 돼서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갔다”며 “남자 인턴은 아예 캐리어와 짐을 가지고 와서 한 달 넘게 숙식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열정페이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인 ‘급여’ 부분도 부당하게 지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저임금으로 정해 놓은 시급 5580원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었던 것.

그는 “계약서엔 월급이 기본금 120만원으로 명시돼 있다. 이를 시급으로 따지면 일주일에 한 80시간(근로기준법 기준 1주일 40시간)정도 일하기 때문에 4500원정도 된다”라며 “시간 외 근로 수당은 13만 7760원인데 아무리 밤을 새도 고정적으로 지급된다”고 폭로했다.

이어 “계약서 상에는 주당 업무 시간이나 업무 내용은 적혀있지 않았다”며 “‘의원실 특성상 변동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시간 외 근로수당은 이렇게 정한다’라는 식으로만 쓰여 있었다”고 말했다.

욕설과 폭언, 심지어 구타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일단은 돌아가는 구조를 하나도 모르는 상태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자꾸 실수가 나오고 그러면 등을 때리면서 ‘너는 좀 맞으면서 배워야 한다’고 했다”며 “제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인턴들끼리 이야기하다가 ‘어떤 인턴은 심지어 나는 발로 맞아봤다. 자기도 여기에 와서 처음으로 인격적인 모독을 느껴봤다. 그러니 너도 좀 참아라’라는 식의 위로도 받아봤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국회 인턴 대부분이 부당한 처우를 받고 있는 걸까.

정의당 미래정치센터 조성주 소장은 “국회 인턴에 대해 전반적으로 실태조사를 해본 결과,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라며 “임금이 9년째 동결된 상태이며, 현재 120만원 수준으로 지난 9년간의 물가인상률에 비하면 터무니없는 처우”라고 분석했다.

이어 “노동시간 또한 하루에 최소 3~4시간은 기본이고, 교육훈련을 하지 않는 의원실도 있다”며 “인턴이란 제도 자체가 원래 한국에서는 특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개별 의원실, 직장마다 마음대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고 꼬집었다.

성차별 문제와 관련해서도 “여성 인턴 같은 경우에는 외모에 대한 지적도 받는다”며 “여성이라고 해서 커피를 탄다든지, 출신 지역에 대한 차별 심지어 약간의 비하까지 있었다는 제보도 있었다”고 말했다.

끝으로 “사실은 한국사회에서 인턴이라는 제도는 이미 수십 년 동안 단기 계약직으로 이미 자행이 되어 왔다. 기간제 노동자와 사실 별 차이 없는 단기계약직으로 사용을 하다 보니까 여기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굉장히 많다”라며 “기간, 업무, 처우 수준에 대한 사회적인 기준을 정확하게 하여 노동법을 고치고 제정해야 한다고 생각 한다”고 주장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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