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분노의 날’ 격렬시위… 이 “분쟁사원 출입 허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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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24시간 영상감시로 전환… 케리 美국무 중재안 받아들여
6000명 거리 투쟁… 290여명 부상… 이스라엘 군경, 최루탄 대응 진압

팔레스타인이 2차 ‘분노의 날(Day of Rage)’로 정한 23일 이스라엘 전역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이날 이스라엘 가자지구, 동예루살렘, 요르단 강 서안지구 등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팔레스타인인 6000여 명이 참가한 시위가 벌어졌으며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 군인과 경찰이 실탄, 최루탄, 고무탄을 발포해 290여 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시위는 전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서안지구에서 기도를 올리던 무슬림에게 2차 분노의 날을 촉구하면서 촉발됐다. 이날 이스라엘 군인에게 흉기를 휘두르던 팔레스타인 남성이 총격을 받고 부상당한 사건이 계기가 됐다. 분노의 날은 대규모 반(反)이스라엘 시위로, 이달 13일 1차 분노의 날에는 이-팔 간 충돌로 5명이 숨졌다.

분노의 날 메시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빠르게 퍼져 팔레스타인인 수천 명이 국기를 들고 수건으로 입을 가린 채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로이터에 따르면 시위대 중 일부가 화염병과 돌을 던지고 각목으로 자동차 유리창을 깨부쉈고, 이에 이스라엘 측이 비살상 무기로 대응하면서 부상자가 속출했다. 서안지구와 가자지구에서 방화로 13세 소년을 포함해 24명이 크게 다치고, 사진기자 3명은 가자지구 국경에 접근하다가 이스라엘군에 무기 공격을 받았다고 이스라엘 타임스는 전했다.

시위가 격화되자 이스라엘 측은 23일 동예루살렘 알아크사 사원 출입 제한을 중단하겠다는 당근책을 꺼내 들었다. 이스라엘이 종교 분쟁지역인 알아크사 사원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최근 5주간 이어진 양측 간 갈등이 시작됐고, 이후 이스라엘은 40세 이하 이슬람 남성에 대해 사원 출입을 통제해 왔다.

이번 조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이 독일 베를린에서 회동한 다음 날 이뤄졌다. 케리 장관은 24일 “네타냐후 총리가 알아크사 사원에 영상 감시 설비를 가동하자는 요르단의 제안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요르단은 종교 분쟁지인 알아크사의 감독 권한을 갖고 있다.

하지만 갈등이 잦아들지는 미지수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베츨렘은 “이스라엘 경찰이 무방비 상태의 팔레스타인들을 구타하고 권총으로 위협하는 등의 과잉 진압 영상이 SNS상에서 확산되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측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 24일부터 3일간 이어지는 유대교 휴일을 맞아 서안지구의 종교 명소 등에서 양측의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스라엘 내부 혼란도 커지고 있다. 24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는 좌파 단체 피스나우의 주도로 시민 6000명이 네타냐후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네타냐후의 안보정책은 실패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두 종족, 두 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가두행진을 벌였다고 BBC는 전했다.

지난 5주간 이어진 이-팔 간 유혈충돌로 이스라엘인 10명이 흉기 공격 등으로 숨지고 팔레스타인인 49명이 이스라엘군의 총격 등으로 숨졌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분노의날#팔레스타인#이스라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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