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진짜 이태원은 뒷골목에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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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티크 가구-이슬람 거리로 오세요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앤티크 가구거리가 고(古)가구와 도자기 등을 구입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위쪽 사진). 국내 최초 이슬람 사원인 이슬람 서울성원을 중심으로 펼쳐진 우사단길에 가면 이슬람 옷가게, 음식점, 서점 등 이색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앤티크 가구거리가 고(古)가구와 도자기 등을 구입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위쪽 사진). 국내 최초 이슬람 사원인 이슬람 서울성원을 중심으로 펼쳐진 우사단길에 가면 이슬람 옷가게, 음식점, 서점 등 이색적인 풍경을 볼 수 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당신에게 ‘이태원’은 어떤 곳인가. 특히 외국인에겐 서울보다 더 유명하다는 이태원은 보통 용산구 이태원로 ‘북쪽’ 거리 일대를 의미한다. 하지만 매일 이곳 밤거리를 불태우는 원색 네온사인과 국적 불명의 음식점, 사람 무리에 질렸다는 이태원 나들이객도 적지 않은 상황. 이 사람들을 위한 새로운 모습의 이태원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펼쳐져 있다. 이태원로 남쪽 모세혈관처럼 뻗어 나간 뒷골목 두 곳이 신선함을 가져다 줄 정도다.

미세먼지가 싹 씻겨 나간 25일 오전 10시. 이태원과 한강을 잇는 ‘보광로’ 주위 가게 문이 하나둘 열리기 시작했다. 이곳 상인들이 좌판에 내놓은 물건은 목(木)가구와 접시들. 한눈에 보기에도 공장에서 찍어내지 않은 듯 귀티가 흐른다. 이곳은 일명 ‘앤티크 가구거리’로 불리는 이태원 남쪽 뒷골목이다. 1960년대 용산기지에 주둔하던 미군이 본국으로 돌아갈 때 내놓은 가구를 취급하던 가게가 늘어나면서 가구거리가 형성됐다. 1만 원대에도 구입할 수 있는 작은 도자기, 그림 등 빈티지 소품(1940년대 이후 생산)부터 1000만 원을 훌쩍 넘는 100년 넘은 유럽 원산의 고가구까지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장소는 서울에서도 흔치 않다.

만만치 않은 가격대의 물건이 많지만 요즘 이곳을 가장 많이 찾는 사람은 20, 30대다. 손전수 영일가구 대표는 “중후함이 매력인 영국 가구부터 화려한 장식을 갖춘 프랑스 고가구까지 유럽 대부분 국가의 고가구를 만날 수 있다”며 “특히 분위기 좋은 카페가 늘어나면서 장식용 가구, 소품을 보러 오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80여 개에 이르는 가게마다 다루는 가구 분위기가 모두 달라 여러 가게를 찾아다니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앤티크 가구거리에서 동쪽으로 150m 떨어진 골목인 ‘우사단길’의 별명은 ‘이슬람 문화거리’다. 이태원119안전센터 뒤로 이어진 골목을 따라가면 가장 먼저 익숙하지 않은 향신료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한국 사람들보다는 코가 크고 수염을 기른 아랍계열 사람이 더 많은 걸 보면 ‘여기가 한국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슬람 색채가 짙다.

이곳에 이슬람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한 건 1976년 우리나라 최초의 이슬람 사원인 ‘이슬람 서울성원’이 들어서고 나서다. 사원을 중심으로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이집트 등에서 건너온 무슬림들이 집을 얻어 살기 시작했다. 서울치고는 건물 임대료, 물가가 싸다는 소문이 나면서 젊은 예술인들의 유입도 많이 늘었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 예술인들이 만든 수공예품, 먹거리가 거래되는 ‘계단장’(이슬람 사원 동편 계단)은 최근 우사단길의 대표적인 구경거리로 손색이 없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이태원의 다양성은 이태원로 남쪽 뒷골목에도 무궁무진하게 펼쳐져 있다”며 “앤티크 가구거리를 중심으로 도로 정비, 시설 개선을 서둘러 색다른 명소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이태원#서울용산구이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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