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내다보고 적성 맞는 학과 선택을”… ‘진학지도 패러다임 전환’ 공청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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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진로 및 진학 지도,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응권 우석대 총장, 김성길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 심규선 동아일보 대기자, 김호섭 선문대 기계ICT융합공학부 교수, 배성근 교육부 대학정책관.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2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열린 ‘진로 및 진학 지도,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공청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응권 우석대 총장, 김성길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 심규선 동아일보 대기자, 김호섭 선문대 기계ICT융합공학부 교수, 배성근 교육부 대학정책관. 박경모 전문기자 momo@donga.com
동아일보는 새누리당 김세연 의원, 새정치민주연합 서영교 의원,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와 공동으로 22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진로 및 진학 지도,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청회는 점수에 맞춰 대학을 선택하는 기존 관행을 버리고 학생의 적성과 희망, 학과의 비전과 취업률 등을 보고 대학을 선택해야 한다는 취지를 확산시키기 위한 것이다.

김 의원은 축사를 통해 “우리나라 학생들은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교육이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절감했기에 ‘진로교육법’을 제정했는데 보람을 느낀다”며 “마치 수용소 같은 중고교를 졸업하고 비싼 대학 등록금 내고 공부해도 취업이 잘 안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좋은 충고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 의원도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 10명 중 7명이 ‘전공 선택을 후회한 적이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학벌과 스펙에 따른 대학 진학의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며 “공청회에서 나온 방안들을 법적·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심규선 동아일보 대기자는 “수십 년간 간판과 점수가 지배해온 대학 진학 패러다임은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다. 이 자리가 학생들이 즐겁게 공부하고, 사회 발전에도 기여하며, 동시에 행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조발제에 나선 김호섭 선문대 기계ICT융합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학생의 83%, 학부모의 91% 이상이 4년제 대학 이상의 교육을 받길 원하고 있다. 주된 이유는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해서다. 2008년 대학진학률이 무려 84%에 이르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이는 미국과 일본의 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015년 현재 4년제 대학은 189개교, 대학생 수는 211만 명이다. 2010년 이후부터 학령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4년에는 고교졸업자가 대학 입학 정원보다 16만 명 정도 부족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그래서 최근 입시는 학생들의 경쟁에서 대학들의 학생 유치 경쟁으로 바뀌고 있고, 대학은 성적 좋은 학생(Best Student)이 아니라 잠재력 있는 학생(Right Student)을 뽑고 싶어 한다. 학생들도 유명 브랜드(대학 간판)보다는 맞춤형 브랜드(자신의 적성에 맞는 학과)를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김성길 전국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 회장은 “많은 학생이 자신의 진로에 대한 별다른 생각 없이 강요된 삶을 살다가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는 순간에 고민하기 시작한다. 학과를 선택할 때도 흥미와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점수에 맞춰서, 또는 남들이 선택하는 학과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관행은 연간 10조 원의 국가적 낭비(추산)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평생직장은 사라지고 평생직업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직업군의 변화가 빠르기 때문에 지금 유망한 학과보다 10∼20년 후에 유망한 학과를 내다보는 안목을 갖고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성근 교육부 대학정책관은 “두 발제자의 문제 제기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100억 원을 투입한 공통원서시스템을 활용해 모의고사 성적과 진로상담을 통한 적성만 입력하면 학생의 적성에 맞는 전국의 모든 학과를 쉽게 검색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그는 50대 이상이 무시험으로 들어갈 수 있는 ‘평생학습 단과대 사업’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김응권 우석대 총장은 “대학을 잘 선택하면 4년이 즐겁지만, 학과를 잘 선택하면 40년이 행복하다”며 “현재 부모들이 갖고 있는 대학과 학과에 대한 고정관념을 100세 시대를 살아갈 자녀들에게 일방적으로 주입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 총장은 “2014년 지방대학 취업률(55.1%)이 수도권 대학(54.3%)을 추월했다. 대학도 이제 ‘백화점 대학’이 아닌 ‘전문점 대학’으로 가야 한다”며 “취업의 질은 기업의 규모가 아닌 취업 당사자가 느끼는 만족감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영식 전문기자 ysahn@donga.com
#진학지도#진학지도패러다임전환#공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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