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科’ 없는 대학병원 실험 주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2018년 완공 ‘은평성모병원’ 화제

‘새로운 콘셉트의 대학병원이 어떤 파괴적인 변화를 불러올지 궁금하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이 2018년 하반기 서울 은평구에 세울 은평성모병원(조감도)이 의료계에서 화제다. 25일 가톨릭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은평성모병원은 ‘임상과 파괴’, ‘격리외래 시스템 구축’ 등 기존의 유명 대학병원에서 전혀 도입하고 있지 않은 다양한 환자 중심 병원 운영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작은 규모의 병원이 아니라 병상이 814개나 되는 대형병원이 이런 새로운 시도를 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학교법인 가톨릭학원 상임이사로 은평성모병원 건립위원장을 맡고 있는 손희송 주교는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완전히 새롭고 선진화된 운영 방식으로 제공할 계획”이라며 “은평성모병원이 국내 대형병원의 새로운 스탠더드를 만들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대형병원에서 과(科)가 사라진다

의료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은평성모병원의 특징은 국내 처음으로 임상과 중심의 조직 운영 시스템을 탈피한다는 것. 내과, 외과, 소아과 같은 ‘과’를 이 병원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은평성모병원은 장기 또는 질환별 진료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전체 병원의 진료 시스템을 현재 의료계에서 강조하고 있는 다학제 통합진료 시스템으로 구축하겠다는 것. 가령, 심장과 뇌혈관 질환을 다루는 심뇌혈관센터의 경우 순환기내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영상의학과 의료진이 동시에 진료한다. 또 여성센터의 경우 산부인과, 유방외과, 종양내과 전공 의사들로 의료진을 구성한다. 이렇게 되면 환자 입장에서 병원에 왔을 때 어디를 찾아가야 할지가 보다 명확해지며 여러 의사들이 보기 때문에 의료진의 다양한 시각들을 한꺼번에 들을 수 있다.

은평성모병원에는 △심뇌혈관 △여성 △척추통증 △소화기 △당뇨갑상샘 △조혈모세포이식 등 총 14개 센터가 설치될 예정이다. 가톨릭중앙의료원은 병원의 주된 이용자가 될 은평구 지역의 인구 특성을 반영해 센터를 구성했다고 설명한다.

○ 격리외래로 감염병 확산 막는다

그동안 국내 의료기관들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감염 예방 기능을 설계 과정에서부터 대폭 강화한 것도 중요한 특징 중 하나로 꼽힌다. 5∼7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서 부각된 병원 내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감염 예방을 위해 이 병원은 격리외래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감염병을 전파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를 처음부터 분리하려는 시도다. 격리외래는 일반 외래 시설과 공간적으로 완전히 분리된다. 또 공간 전체적으로 음압시설도 함께 설치한다. 의료기기를 이용해야 하는 진단과 검사도 모두 해당 공간에서만 진행된다.

최종영 가톨릭중앙의료원 기획조정실장은 “격리외래 시스템은 실제 감염병 예방은 물론이고 병원을 찾을 때 환자들이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일반병상 대비 음압격리병상 비율도 법적 기준인 1%를 훨씬 웃도는 4.7% 수준으로 확보할 계획이다.

○ 의료 낙후 지역을 바꾼다

은평성모병원에 대한 지역사회의 기대도 크다. 대학병원이 한 곳도 없을 만큼 의료 인프라가 낙후된 은평구 일대에 국내 ‘빅 5’ 병원인 서울성모병원 계열 대학병원이 생기기 때문이다.

손 주교는 “지역사회에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도 은평성모병원의 중요한 목표 가운데 하나”라며 “호스피스 병동 운영은 물론이고 주민을 위해 병원에 공원형 공간을 마련하고 의료봉사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쳐 지역 주민들의 병원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의료낙후#격리외래#감염병#대학병원#은평성모병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