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심의벌점 2배로 높이는 평가규칙 강행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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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길들이기로 악용될 위험”… 여야 “즉각 중단해야” 한목소리

방송통신위원회가 심의에서 제재를 받은 방송 프로그램에 대해 벌점을 지금보다 최대 2배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방송계, 학계에 이어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의원들은 여야를 넘어 “방통위의 이번 조치가 헌법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유승희 의원은 25일 성명을 내고 “방통위가 추진하는 ‘방송평가 규칙 개정’은 언론 활동의 억압과 위축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면서 “논란이 많은 사안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여서는 안 되며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당내에서 최고위원과 ‘표현의 자유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유 의원은 “방송사는 3년마다 받는 재승인 심사에서 1, 2점 차로 떨어질 수도 있다”면서 “벌점에 따라 방송사 존폐가 결정될 수도 있기 때문에 방송이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자기 검열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 방송의 ‘공정성’ ‘객관성’을 평가하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유 의원은 “방송의 공정성과 객관성 평가는 언론 자유의 본질에 관한 것으로 헌법적 가치를 훼손할 위험성이 매우 크다”고 우려했다. 같은 당의 정호준 의원은 “방통위가 한국방송학회에 의뢰한 ‘방송의 공정성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 연구’ 용역 결과가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를 모르겠다”면서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방송을 장악하려 한다는 오해를 받기 쉽다”고 비판했다.

방통위의 움직임에 새누리당도 우려를 표시했다. 국회 미방위 소속 새누리당 민병주 의원은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방송의 오보나 막말에 대해 제대로 심의해야 한다는 내용은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공정성과 객관성 부분은 언론의 자유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부분이기 때문에 쉽게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미방위에서 새누리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박민식 의원은 “공정성, 객관성이라는 말은 보는 사람의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애매한 표현”이라면서 “이처럼 명확하지 않은 기준이 방송 길들이기를 위한 무기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앞서 23일 방통위는 상임위원 5명 가운데 2명이 ‘권력의 방송 길들이기’ 등을 우려하며 격렬히 항의하다 퇴장한 가운데 방송평가 규칙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기로 결정했다.

김기용 kky@donga.com·홍정수 기자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심의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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