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면가왕’ 복면 쓰면 트로트 가수, 벗으면 로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26일 07시 05분


비록 얼굴은 가면으로 가렸지만, 끼는 가릴 수 없다. 10여년 동안 힘든 시기를 보내고 대중 앞으로 나온 그의 목소리는 어떨까. 사진제공|대영에이브이
비록 얼굴은 가면으로 가렸지만, 끼는 가릴 수 없다. 10여년 동안 힘든 시기를 보내고 대중 앞으로 나온 그의 목소리는 어떨까. 사진제공|대영에이브이
■ 16년차 가수의 새 출발 새 도전

10여 년 전 드라마 OST로 대중에게 알려진 가수
소속사와 분쟁으로 활동중단에 조울증까지 경험
“웃기려고, 재미로 가면 쓴 것 아니다” 심정 절박


MBC 예능프로그램 ‘복면가왕’이 화제를 모은 덕분일까. 대놓고 따라했다. 복면 속에 얼굴을 감추고 노래하는 가수가 실제로 등장했다. 이름도 ‘뽕면가왕’이다.

트로트 특유의 흥을 뜻하는 ‘뽕’을 내걸어 오로지 음악으로 승부하겠다는, 그럴 듯한 이유를 내놓는다. 그렇다면 가면은 왜 쓰고 나왔을까.

“다 먹고 살려고 그러는 것 아니겠느냐.”

이 단 한 마디에 모든 것이 담겼다. 누군가는 하다하다 별걸 다 한다고 비웃을 수도 있지만, 그는 “산전수전 다 겪고 절박한 심정으로, 살기 위해 복면을 쓰게 됐다”고 강조했다.

“인생의 큰 사건들로 대중 앞에 서는 걸 꺼리게 됐다. 더 이상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었다. 대중과 친숙한 트로트로 편하게 노래하고 하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절대 트로트를 한다는 것이 부끄러워서 가면을 쓴 것이 아니다.”

이 쯤 되면 차라리 영화 ‘복면달호’의 실제 인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실제로 그는 ‘복면달호’ 속 봉달호(차태현) 캐릭터처럼 ‘이중생활’을 할 계획이라고까지 말한다. 록 가수 봉달호가 복면을 쓰고 트로트 가수로 변신해 활동한 것처럼 그도 복면을 쓸 때는 트로트 가수로, 평상시에는 로커로 활동할 예정이다.

“솔직히 지난해 케이블채널에서 방송한 ‘트로트 엑스’라는 오디션 프로그램 본선에서 떨어진 적이 있다. 하하! 트로트와 록, 장르 구별하지 않고 인정받는 가수가 되고 싶다. 그럴 자신도 있다.”

이런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서기로 하기까지 그는 고민도 많았다. 실제 “인생의 큰 사건”들이 이어졌던 지난 10여년의 시간은 “밝고 긍정적인 성격”이었던 그에게 극심한 “조울증까지” 안겨주었다.

그는 사실 16년차 가수로, 10여 년 전 드라마 OST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가수다.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하면 연관검색어로 몇몇 가수의 이름이 나올 정도로 어느 정도 대중적 인지도를 갖추고 있기도 하다. 당시 자신의 걸쭉한 목소리가 담긴 곡이 어느 곳에서든 흘러나왔다고 그는 돌이켰다. 록 장르를 맛깔 나게 소화한다는 평도 받았다. ‘대박 가수’가 될 것처럼 인기를 모았다.

그러나 그게 전부였고, 끝이었다. 소속사와 겪은 분쟁으로 더 이상 활동하지 못했다. 전속계약이 끝나서도 마찬가지였다. 혼자 만들어 발표한 앨범은 “정말 폭삭 망했다”.

그러다 지금에 이르렀다. 한때 로커로 촉망받았다는 그는 지금, 마지막 몸부림을 치고 있는 셈이다.

“가면을 쓰면 자유로운 사람이 되는 것 같다. 그동안 서지 못했던 무대를 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을 것 같은 힘도 생긴다. 얼마 못 가 가면 속 얼굴이 공개될 수도 있다. 온갖 비난을 받게 된다고 해도 웃기려고, 재미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꼭 알려주고 싶다.”

P.S. 그런 그의 “먹고 살겠다”는 “절박한 심정”을 온전히 인정하고, 그 역시 오랜 기간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감추고 활동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뢰(?) 위에서 기자는 그의 이름을 이 지면에서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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