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함께하는 명품 CAR TALK] 이정란 “첼로의 소리를 닮은 엔진, 첼로의 곡선을 닮은 바디”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26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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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란이 연인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자신의 첼로를 들고 BMW 뉴X4와 함께 했다. 이정란은 뉴X4가 마치 첼로처럼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차라며 만족해했다. 스포츠동아DB
이정란이 연인처럼 아끼고 사랑하는 자신의 첼로를 들고 BMW 뉴X4와 함께 했다. 이정란은 뉴X4가 마치 첼로처럼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차라며 만족해했다. 스포츠동아DB
■ 첼리스트 이정란 & BMW 뉴 X4

RPM 올라가는 소리 첼로의 울부짖음 같아
그 짙은 저음이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첼로를 닮은 유려한 곡선이 마음에 꼭 들어
넓은 실내…여기 첼로 실으면 딱 좋겠네요


2스텝 오버된 듯 하얀 조명 속으로 그녀가 또각또각 걸어 들어왔다. 미려한 곡선의 첼로 몸통을 다리 사이에 끼우고는 잠시 숨을 고른다. 이윽고 왼손이 지판을 귓가에 바짝 붙여 쥐고, 오른 손의 활은 미끄러지듯 보잉을 시작한다. 바흐다. 무반주첼로모음곡 1번 프렐류드의 고아한 음률이 안개처럼 자욱이 깔린다. 일순 감았던 그녀의 눈이 번쩍 뜨이더니 활이 황급히 움직인다. 거칠게 찰현된 그녀의 첼로가 으르렁 포효하기 시작한다. 성스러움과 고혹의 마성을 동시에 지닌 소리. 성녀와 마녀의 두 얼굴을 지닌 여인. 그녀는 첼로를 연주하는 사람, 이정란(32)이다.

이정란은 서울대 재학 중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국립고등음악원에서 수학했다. 오디션을 거쳐 20대의 나이에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첼로 부수석이 됐다. 2014년 5월, 서울시향을 나온 그녀는 솔리스트와 실내악 연주, 출강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악기 실으면 딱 좋겠는데요?”

BMW 뉴 X4 운전석에 앉아 본 이정란이 뒷좌석을 돌아보며 말했다. 첼로는 현악기 중 더블베이스 다음으로 덩치가 큰 악기다. 해외공연이 잦은 첼리스트들은 악기운반이 늘 고민거리다. 더블베이스는 화물칸으로 보내버리면 되지만 첼로는 워낙 예민한 악기라 기내에 들고 타야 한다. 항공사마다 운임 비용이 다르긴 하지만 성인 1인과 똑같은 요금을 내야하는 경우도 있다.

“이 차는 굉장히 신기해요. 요기까지는 세단인데 요기서부터 하나가 더 붙어 있다는 느낌? 선도 굉장히 부드럽고. 내부를 보니 실내가 넓더라고요. 처음 든 생각이 이 차에 첼로를 실으면 딱 좋겠다는 거였죠.”

이정란은 프랑스 유학시절 후배들인 박지윤(바이올린), 이효주(피아노)와 함께 창단한 피아노트리오 ‘제이드’의 멤버이기도 하다. 각 분야에서 손꼽히는 솔리스트들이 모인 만큼 제이드는 순식간에 한국 클래식음악계를 대표하는 피아노트리오로 자리매김했다. 9월에는 노르웨이 트론하임 국제실내악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했고, 10월에는 캐나다 뮤직페스티벌 초청을 받아 투어를 다녀왔다. 몬트리올과 할리팩스, 토론토를 돌며 4회 연주를 했다. 동양에서 날아온 ‘미녀 3총사’의 연주회 소식에 캐나다 관객들은 조기매진으로 화답했다. 제이드의 연주를 듣기 위해 몰려든 관객들은 통로와 계단까지 꽉꽉 들어찼고, 수십명이 입구에서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는 후문이다.

●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연주를 하고 싶다”

이정란의 첼로 소리를 좋아하는 팬들이 많다. 깊은 떨림을 갖고 있는 소리다. 음악을 듣고 있으면 연주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거짓말을 하지 못 하는 소리다. 이정란은 “음악의 본질에 대해 새삼 깨달은 계기가 있었다”라고 했다.

20대 초반, 한 거장(당시 89세)의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한 일이 있었다. 평소 흠모해 마지않던 노 거장 앞에서 이정란은 현란한 기교를 과시할 수 있는 현대 작곡가의 곡을 자신 있게 연주했다. 연주를 듣고 난 거장이 말했다.

“흠을 잡을 수가 없는 연주로구나. 이 곡을 연주하려면 나도 연습을 좀 해야겠다. 아직도 손이 돌아가려는지 모르겠다만(웃음)…. 그런데 말이다.”

노 거장이 미소를 거두고 말했다.

“넌 음악을 왜 하는 거지?”

답이 막혔다. 이정란은 “한참을 생각하다가 ‘나 자신을 위해서 한다’고 대답했던 것 같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거장이 다시 물었다.

“네 음악을 듣고 누군가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무엇하러 네 음악을 들어야 하겠니?”

그 이후 이정란은 음악을, 첼로를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다. 단 한 마디를 연주하더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싶었다.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좀 틀리더라도 성공한 연주라고 생각하며 무대에 올랐다.

● RPM 올라가는 소리는 마치 첼로의 울부짖음 같아

이정란이 운전면허를 딴 것은 2002년 1월. 하지만 운전을 시작한 것은 올해 2월부터다. 그동안 이정란의 면허증은 장롱에서 긴 잠을 잤다. “첼리스트는 운전도 아름답게 할 것 같다”라고 하니 이정란이 “우하하”하고 크게 웃었다.

“저도 제가 굉장히 조심스럽게 운전을 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운전연수를 받으러 갔는데 선생님이 운전 처음 해 보는 사람이 맞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왜 이렇게 속도를 내냐고.”

“최고속도 몇 km까지 밟아 봤냐”고 물으니 “쫌 밟아 봤어요”하며 웃는다. 집이 공연장, 강의를 나가는 학교와 거리가 멀어 밤 운전이 많단다. 요즘은 요령이 생겨 막히는 시간을 피해 다니게 됐다. 야심한 시각에 밤 도로를 신나게 달리며 음악 듣는 재미에 푹 빠졌다. 차 안에서는 웬만하면 클래식이 아닌 다른 장르의 음악을 듣는다. 요즘은 재즈가 좋다. 가을이니까.

“가속페달을 힘차게 밟을 때 RPM이 올라가는 소리, 엔진이 요동치는 소리를 정말 좋아해요. 마치 첼로가 저음으로 울부짖는 소리 같기도 하고.”

이정란에게 첼로는 가속페달과 같다. 그녀가 힘차게 활을 그으면 관객들은 마음의 RPM이 쑥쑥 올라간다. 심장이 강렬하게 요동을 친다. 뉴 X4를 여기저기 만져보던 이정란은 “유려한 곡선이 첼로를 닮았다”며 “SUV는 특유의 편안함과 실용성이 사람의 마음에 안정을 가져다준다는 점이 첼로와 비슷하다”고 했다.

첼로는 사람의 목소리를 가장 많이 닮은 현악기라는 말을 듣는 다. 첼로의 짙은 저음은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덥혀준다. 이정란은 “나중에 기자님만을 위해 바흐의 무반주첼로모음곡을 연주해 드릴 게요”하며 헤어졌다. 고마웠다. 설사 지켜지지 못할 약속이라 해도 상관없다. 그녀의 마음이 전해져 왔으니까. 틀림없이 내 마음이 움직였으니까. 그녀가 머물다 간 뉴 X4에서 첼로의 나무향이 났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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