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이들 볼모로 언제까지 무상보육 예산싸움 할 참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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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보육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싸움이 연례행사가 됐다. 전국 1만4000여 개 어린이집을 회원으로 두고 있는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정부 예산에 누리과정 반영을 요구하며 28일부터 사흘간 교사들의 집단 연차휴가를 예고했다.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은 21일 임시총회를 열고 “내년부터 5년 동안 누리과정 보육비를 편성하지 않겠다”고 결의했다. 교육감들의 집단행동은 올해 들어서만 4번째다. 어린이를 볼모로 한 힘겨루기에 맞벌이 부부들만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누리과정은 3∼5세 미취학 아동들에게 매달 22만 원을 지원하는 무상보육으로 연간 총 4조 원가량이 든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예산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시행해 해마다 ‘보육대란’ 직전까지 치닫고 있다. 작년 11월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분쟁으로 지원 중단 사태가 우려되자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여야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가 5600억 원을 국고에서 지원하고 일부 지방채로 메우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새누리당 지도부의 거부로 자중지란을 겪다가 올해는 간신히 해결했으나 내년 예산 확보 문제로 다시 충돌한 것이다.

시도교육청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영유아를 보육할 책임을 진다’는 영유아보육법을 들며 정부가 책임지라고 요구했다. 이에 맞서 정부는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이 의무 지출하도록 올 9월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고쳤다. 서로 법적 근거를 들이대며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교육개발원은 작년 말 발간된 보고서에서 “누리과정으로 시도교육청은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면서 “누리과정은 국가의 정책사업이므로 당연히 국고보조로 지원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정부는 저출산 종합 대책을 내놨지만 유아 보육 갈등을 방치하고 출산율이 높아지길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다. 박근혜 대통령은 무상보육 갈등의 해법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애초에 ‘증세 없는 복지 확대’를 내걸었을 때부터 무상보육 대란은 예상됐다. 시도교육청의 채무가 18조 원이 넘는데 계속 빚으로 땜질할 수는 없다. 국가 재정형편에 맞게 무상보육을 하위 70% 계층으로 줄이는 방안까지 포함해 근본 대책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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