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마르크스주의 비평가’ 테리 이글턴이 말하는 진정한 지식인의 의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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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가의 임무/테리 이글턴, 매슈 보몬트 지음/문강형준 옮김/608쪽·2만5000원·민음사

2008∼2009년 약 9개월간 대표적 마르크스주의 문화비평가인 테리 이글턴(72)과 신진 영문학자인 매슈 보몬트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 교수가 나눈 대화를 모은 책이다. 주로 보몬트가 묻고 이글턴이 답하는 인터뷰 형식이다.

이글턴은 1970년대 옥스퍼드대 워덤 칼리지에서 연구교수로 재직하면서 마르크스주의 비평 세미나를 장기간 여는 등 영국 좌파계의 핵심 이론가로 꼽힌다. 1960년대 유럽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정치적 실패에 실망해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포스트구조주의에 열광했을 때에도 그는 마르크르주의를 굳건히 지켰다.

그의 비평은 최근까지 실존주의와 페미니즘, 라캉주의적 포스트구조주의의 담론을 받아들여 마르크스주의적 비평 능력을 배가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 책은 시대별로 이글턴의 저작과 주요 사건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비트겐슈타인과 루카치, 알튀세르, 베냐민, 브레히트, 아도르노 등 지난 세기 저명한 이론가들에 대한 이글턴의 비평을 세세히 보여준다.

특히 그는 사회주의 비평가의 임무에 대해 ‘대중의 문화적 해방에 참여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그저 마르크스주의에 입각한 텍스트 분석이 아니라 구체적 활동을 통해 언제 올지 모르는 메시아(사회주의)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세기 후반부터 최근까지 서구 마르크스주의의 비평과 흐름을 알고 싶다면 비교적 쉽게 정리된 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비평가의 임무#테리 이글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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