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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SPA 한국 상륙 10년… 패션 공식이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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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SPA 한국 상륙 10년… 패션 공식이 바뀌었다

김범석기자 입력 2015-10-24 03:00수정 2015-10-2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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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백화점에 2030 고객들이 북적북적 왜?
2005년 9월 유니클로의 첫 매장이 국내에 들어서면서 한국의 SPA 패션 역사는 시작됐다. 해외 브랜드와 국내 브랜드가 각축전을 벌이는 동안 국내 SPA 패션 시장 규모는 3조 원대로 커졌다. 2일 유니클로와 에르메스의 디자이너였던 크리스토퍼 르메르와의 협업 상품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는 유니클로 롯데월드몰점의 모습(위), 이마트가 만든 브랜드 ‘데이즈’ 매장 풍경(중앙),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 쇼윈도 모습. 각 업체 제공
14일 오전 현대백화점 판교점. 평일임에도 이곳 3, 4층에 마련된 ‘제조유통일괄형(SPA) 패션 존’은 20, 30대 젊은 고객들로 북적였다. 대학생 김호성 씨(25)는 “한곳에 유명 브랜드들이 다 몰려 있기 때문에 옷을 비교해 가며 살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SPA 패션 존에는 유니클로를 비롯해 H&M, 에잇세컨즈, COS, 아메리칸이글, 탑텐, 에이랜드, 원더플레이스 등 8개 SPA 패션 브랜드가 한꺼번에 모여 있다. 전체 매장 규모는 8264m². 일반 대형마트의 총 영업면적과 비슷한 넓이다.

2일 서울 중구 퇴계로 유니클로 명동중앙점. 매장 앞에는 아침부터 700여 명이 몰려 긴 줄을 섰다. 이날은 유니클로가 에르메스의 디자이너였던 크리스토퍼 르메르와 협업해 만든 한정판 의류를 공개한 날이었다. 이 제품을 사려고 개장 시간(오전 11시 반) 3시간 전에 온 사람들도 있었다.

유니클로 상륙 10년, 3조 원 규모로 커진 SPA 시장

국내 SPA 패션의 역사는 2005년 9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인천점, 잠실점에 일본계 브랜드 유니클로 매장이 들어서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후 스페인의 자라, 스웨덴의 H&M 등 해외 브랜드가 잇달아 국내에 상륙했다. 여기에 이랜드의 ‘스파오’를 시작으로 이마트의 ‘데이즈’,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에잇세컨즈’ 등 국내 대기업들이 만든 ‘토종 SPA’ 브랜드가 가세하면서 10년 만에 국내 패션뿐 아니라 유통업계의 중요한 한 축으로 성장했다. 백화점이 SPA 브랜드를 위해 넓은 매장을 내주고 소비자들이 SPA 브랜드 옷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은 현재 SPA 패션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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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SPA 패션 시장 규모는 3조1700억 원이다. SPA 패션 시장이 막 성장하던 2008년(5000억 원)과 비교하면 6배 이상으로 커졌다. 국내 SPA 1위 업체인 유니클로의 매장 수는 현재 159개로 한국에 온 지 10년 만에 백화점, 복합쇼핑몰, 가두점을 가리지 않고 전방위로 들어섰다.

SPA 패션이 팽창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상품 그 자체다. 싼 가격의, 비교적 괜찮은 품질의, 무난한 디자인의 제품이 대량으로 쏟아졌다. 흡습 발열 내의, 경량 패딩 점퍼, 기능성 속옷 등 히트 상품들도 나타나면서 소비자들이 SPA 제품에 지갑을 열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SPA 업계가 남녀 캐주얼뿐 아니라 어린이, 잡화, 가정용품까지 사업군을 다양하게 확대하고 있어 성장세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옷 입는 공식이 바뀌었다

SPA 패션은 봄·여름, 가을·겨울 신상품이 나오던 기존 패션업계 공식과 달리 매주 새로운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값싼 제품을 수시로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다 보니 소비자들의 소비패턴도 바뀌었다. 특히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해외 유명 럭셔리 브랜드 제품을 고집하지 않는 이른바 ‘가치 소비’족들이 늘어났다. 티셔츠처럼 안에 입는 옷은 SPA 브랜드 제품으로 사고, 아낀 돈으로 여행이나 취미 활동 등 다른 데에 쓰는 형태의 소비다. 원은경 에잇세컨즈 트렌드팀장은 “예전에는 ‘저가=싸구려’ 인식이 강해 브랜드 로고가 드러나는 고가 제품을 입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으나 SPA 패션 도입 이후에는 기본형 의상을 입어도 된다는 실속형 소비 경향이 뚜렷해졌다”고 말했다.

이런 변화는 SPA 패션의 무난한 디자인에도 이유가 있다. SPA 브랜드들은 연령, 남녀노소 구분을 하지 않는 ‘노(no) 타깃’ 전략을 택하고 있다. 과거엔 남성 직장인은 남성복 매장, 중년 여성은 마담 의류 매장을 찾는 등 쇼핑의 구역이 명확했다. SPA 패션 도입 이후 중장년층도 젊은 캐주얼 의류를 부담 없이 살 수 있을 정도로 패션 소비에서 계층 간 칸막이 현상이 사라졌다. 매장 점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여러 옷을 입어 볼 수 있는 쇼핑 환경이 만들어진 것도 SPA 패션의 인기 이유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매머드급으로 성장하는 SPA 패션이 향후에는 값싼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저가 라인’, 디자인에 민감한 소비자들을 겨냥한 ‘스타일 라인’ 등 한 브랜드 안에서도 소비자 취향에 따라 다양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서 복합 쇼핑몰로 유통 권력 이동

SPA 패션은 국내 유통업계 권력의 축을 백화점에서 대형 복합 쇼핑몰로 바꿔 놓았다. 좁은 백화점 대신 넓고 쾌적한 대형 복합 쇼핑몰에 SPA 브랜드 매장이 잇달아 들어서면서 젊은 고객들의 발길도 따라 이동했다. H&M코리아 관계자는 “H&M 매장 면적이 1300∼3000m²이기 때문에 이런 공간이 없는 기존 백화점에는 매장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대아이파크몰의 경우 자라, 갭, H&M 등 SPA 브랜드를 1층 입구부터 배치하고 있다. 총매출에서 SPA 브랜드 비중은 28%로 5년간 15%포인트가량 상승했다. 서일엽 현대아이파크몰 이사는 “젊은 고객들을 중심으로 집객력을 높이다 보니 다른 상품 매출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추호정 서울대 교수(의류학)는 “그동안 한국 패션은 주로 백화점을 통해서 유통이 됐고 소비자 역시 높은 수준의 서비스와 쾌적한 쇼핑 환경, 질 좋은 상품에 끌려 백화점에 갔는데 이제는 백화점에 꼭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변화에 맞춰 백화점들은 대형 복합 쇼핑몰과 백화점을 결합한 매장을 새로 내는 방식으로 SPA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있다. 롯데백화점 김포공항점과 수원점이 대표적이다. 현대백화점은 보세 편집매장 형태의 국내 SPA 브랜드 ‘에이랜드’와 독점 계약했다.

‘SPA 공습’에 직격탄을 맞은 곳 중 하나는 밀리오레, 두타 등 동대문을 중심으로 한 1세대 도·소매 패션쇼핑몰이다. ‘메이커’는 아니지만 값싸게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에 젊은 소비자들이 몰려 2000년대 초반까지 호황을 맞았다. 그러나 불친절하고 제품 값이 흥정에 따라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질 좋은 제품을 싸게 살 수 있는 SPA 브랜드 매장이 우후죽순으로 문을 열자 문을 닫는 패션몰도 생겼다.

SPA로 타격 받은 국내 중견 패션업체들


SPA 브랜드 매장이 잇달아 들어서는 것과 동시에 나타난 현상은 국내 중견 패션업체들의 매출 하락이다. 특히 중가 이하의 이지 캐주얼 의류 브랜드들이 고전하고 있다. 한 중견 패션업체 간부는 “SPA 매장에 고객들을 다 뺏겨 매출이 매년 ‘반 토막’ 나고 있다. 영세한 국내 업체들은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후려치는 SPA 브랜드를 당해 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 백화점 캐주얼 브랜드 담당자는 “현재 국내 패션업계는 고가의 럭셔리 브랜드 아니면 저가 SPA 브랜드 등 양극화돼 있다”며 “애매한 중가 패션 브랜드들이 살아남기 힘든 구조”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의류업체는 제조와 유통이 일체화된 형태가 아님에도 ‘SPA’라고 홍보하는 이른바 ‘SPA 마케팅’을 벌이기도 한다.

추호정 교수는 “해외 브랜드들이 국내 온라인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등 한동안 강세를 띨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국내 업체들은 새로운 유통 채널을 발굴하거나 공략 계층을 확대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제조유통일괄형(SPA) 브랜드 ::

의류 기획과 디자인, 생산, 유통, 판매까지 전 과정을 제조사가 맡는 브랜드. 제조사가 대규모 직영매장을 운영해 비용을 낮추고, 고객 수요와 시장 변화에 따라 다품종을 짧은 시간에 대량 공급하는 게 특징.


▼성인 79%가 “SPA 선호”… 그 이유 물었더니▼

“고가 제품과 품질 차이 없어서” 55%… “색깔 사이즈 등 종류 다양해서” 24%



간 3조 원대 시장으로 성장한 제조유통일괄형(SPA) 패션에 대해 소비자 10명 중 8명은 SPA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4명은 SPA 패션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동아일보와
시장조사 전문 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은 1∼5일 여론조사 프로그램인 ‘서베이24’를 이용해 성인 1000명(남성 510명, 여성
490명)을 대상으로 SPA 패션에 대한 인식 및 선호도 조사를 실시했다. 응답자의 79.3%는 ‘SPA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했으며 43.0%는 ‘SPA 패션을 선호한다’(매우 선호한다 6.0%, 선호한다 37.0%)고 답했다. 특히 20대
응답자 중 64.9%, 30대는 45.0%가 선호한다고 답해 연령이 낮을수록 SPA 패션에 대한 호감도가 높음을 알 수 있었다.
SPA 패션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12.1%에 그쳤다.

SPA 패션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선호하지 않는다’는 응답자(121명)를 제외한 879명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전체의 54.7%가 ‘고가 제품과 품질 차이가
없어 굳이 비싼 제품을 사지 않아도 돼서’라고 답했다. 해외 럭셔리 브랜드 등 비싼 제품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가치 소비’를
하려는 최근 경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색깔이나 사이즈 등 제품 및 종류가 다양해서’(24.3%), ‘매장이 넓고 쾌적해
쇼핑하기 편해서’(15.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SPA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들은 ‘이 브랜드들이 주로
몰려 있는 대형 복합 쇼핑몰에 자주 가는 것’(35.9%)이 삶의 가장 큰 변화라고 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40대의 35.7%,
50대의 37.8%가 ‘(SPA 때문에) 백화점 입점 브랜드나 고가 패션 제품을 사는 횟수가 줄었다’고 답한 것. 양요한
마크로밀엠브레인 상무는 “SPA 브랜드 제품 대부분이 캐주얼 의류다 보니 이를 통해 젊게 보이려고 하는 중년 고객이 많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소비의 빈도와 금액에 있어서는 3개월에 한 번(40.9%) 쇼핑을 하고 회당 4만∼6만 원(37.2%)을
쓴다는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한편 SPA 브랜드 제품을 사 본 적이 없는 사람들(207명) 중에는 ‘SPA 등 패션에 관심이 없다’(48.3%)고 답한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spa#유니클로#에잇세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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