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치 아픈 수학?… 수포자도 눈 번쩍 뜰 ‘돈 되는 수학’이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대한민국 산업수학 주간’ 행사 25일까지 서울에서 열려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산업수학 주간’에서 그레임 웨이크 뉴질랜드 마세이대 명예교수는 “뉴질랜드 산업계는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학자와 적극 협력하고 있다”며 “산업수학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제공
22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산업수학 주간’에서 그레임 웨이크 뉴질랜드 마세이대 명예교수는 “뉴질랜드 산업계는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학자와 적극 협력하고 있다”며 “산업수학이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 제공
《 #2013년 서울시는 심야버스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고민에 빠졌다. 서울 전역을 총 9개(현재는 8개) 노선으로 망라하려니 최적의 노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때 심야시간대 통화데이터 30억 건과 택시 승하차정보 500만 건에 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파악해 노선을 짤 수 있었다.

#집에 들어서면 TV부터 켜는 사람들은 종종
TV가 먹는 전기량이 궁금하다. 국내 벤처기업 인코어드 테크놀로지는 집안 전체의 전기사용량을 센서 하나로 측정한 뒤 기기별 전력 파형을 분석해 사용량을 구분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계량기를 만들었다. 이 계량기를 이용하면 TV나 세탁기 등에 드는 전기사용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누진세까지 예측할 수 있다.

최근 수학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사례들이 국내외에서 속속 소개되고 있다. 이들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서울에서 마련됐다. 21일부터 5일간 서울 코엑스와 연세대에서는 ‘대학민국 산업수학 주간’ 행사가 열린다. 산업수학은 세상의 문제를 수학적 방식으로 해결하고 상품 개발에 수학을 활용하는 활동을 뜻하는 용어로 2000년대 들어 산업 전 분야에 도입되고 있다. 》

○ 영화 실재감 더하고 선거 결과 예측


올해 아카데미상 과학기술상은 론 페드키우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수학 박사인 그는 물체가 부서지는 모습을 실제처럼 구현하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인 ‘피스뱀 파괴 시스템(PhysBAM Destruction System)’을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이 기법은 영화 ‘터미네이터’ 등에 활용됐다. 페드키우 교수는 2008년에도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 거대한 바다 소용돌이를 표현해 아카데미 과학기술상을 수상했다. 미국에서는 수학이 영화의 실재감을 더하고, 석유 매장지를 발굴하며, 선거 결과를 예측하는 등 사회 전반에 기여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도 2004년부터 산업체와 수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양계장에서 온도와 습도를 최적화하는 문제, 정해진 무게대로 한 상자 안에 과일을 포장하는 문제 등을 수학이 해결하고 있다.

22일 산업수학 혁신 포럼 연사로 나선 그레임 웨이크 뉴질랜드 매시대 명예교수는 “뉴질랜드에 풍부한 철광석에서 희소 금속인 바나듐을 뽑아내는 방법을 수학에서 찾고 있다”며 “농수산업, 광물, 에너지 등 주요 분야의 기업이 산업수학회와 꾸준히 소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순수 수학에 치중된 문화를 바꾸고자 2011년 수립한 제4기 과학기술기본계획에서 수학과 산업의 협업에 대한 정책연구를 실시하고 문부과학성에 수학혁신기구를 설치했다. 마사토 와카야마(若山正人) 일본 규슈대 부총장은 “도쿄대, 나고야대, 규슈대 등 주요 대학과 기업이 수학 협력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며 “특히 규슈대에는 산업수학연구소(IMI)가 세워지면서 철도 선로를 조정하거나 자동차 엔진 컨트롤에 대한 최적화 연구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 판교 테크노밸리에 수리연구소 분소 설치

한국 수학의 연구 수준은 세계 11위권이지만 산업계 기여도는 아직 초보 수준이다. 수학계의 역량이 산업계에도 영향을 발휘할 수 있도록 8월 미래창조과학부는 국가수리과학연구소와 함께 ‘산업수학 점화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전국 21개 대학이 34개 기업과 함께 파생상품 가치평가나 난류 유동 계산 등 산업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이다.

박형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은 “수학자와 산업계의 협력이 성공한다면 대학과 기업 모두 수학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공감하는 산업수학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며 “수리과학연구소의 분소를 판교 테크노밸리에 설치해 벤처기업에 수학적 해결책을 제공하는 창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 소장은 또 “수학이 입시를 위한 학문을 넘어 다양한 산업의 해결책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진다면 ‘수포자(수학을 포기하는 학생)’가 늘어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웅 동아사이언스 기자 ilju2@donga.com
#수학#수포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