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한기흥]‘경찰의 날’에 떠난 ‘굿 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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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나 영화에 등장하는 경찰관에는 ‘굿 캅’도 있고 ‘배드 캅’도 있다. 대중문화에 투영된 경찰의 이미지는 정의의 용사이기도 하고, 공공의 적이기도 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 주고 법질서 유지를 위해 땀을 흘리다 때로는 몸을 다치고 목숨을 잃기도 한다. 한편으론 단속 대상에게 미리 정보를 흘려 주거나 강압적인 수사와 인권 유린으로 사회적 비판을 받는 일도 있다.

▷18일 부산 북부경찰서 만덕지구대에 주차된 차량을 털려 한 혐의로 체포된 친구들을 풀어 달라고 10대들이 몰려가 소동을 피우다 공무집행방해로 입건됐다. 철없는 미성년자들이라고 하지만 경찰지구대를 습격해 “친구들은 죄가 없다”며 경찰관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몸싸움까지 했으니 경찰을 얼마나 우습게 봤는지 모르겠다. 조금만 위급한 기미가 있어도 총을 빼들고 곤봉을 휘두르는 미국 경찰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그냥 넘어가진 않았을 것이다.

▷그제 울산의 동해남부선 철길에서 경주경찰서 내동파출소 소속 이기태 경위(57)와 김태훈 경사(45)가 자폐성 장애 2급인 김모 군(16)이 화물열차에 치이지 않도록 구하려다 열차를 피하지 못해 이 경위와 김 군은 그 자리에서 숨지고 김 경사는 오른쪽 다리가 부러졌다. 경찰은 모텔에서 난동을 부리다 연행된 김 군을 귀가시키려 했으나 김 군은 순찰차에서 “용변이 보고 싶다”며 잠시 내린 뒤 달아나다 붙잡히자 “집에 가기 싫다”며 철길에 드러누웠다고 한다. 아마 경찰은 살고 장애학생만 열차에 치였더라면 온갖 비난이 쏟아졌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제70주년 경찰의 날이어서 비보(悲報)가 더욱 안타깝다. 최근 5년간 공무 중 순직한 경찰관이 82명, 부상한 경찰관이 1만612명이나 된다. 대한민국이 밤거리를 걸어 다녀도 신변 안전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나라가 된 건 경찰의 노고 덕이다. 세계적으로 한국은 치안이 확립된 나라로 꼽힌다. 일부가 눈살을 찌푸리게 해도 국민을 위해 목숨까지 내놓는 경찰의 노고에 감사할 줄 아는 것이 성숙한 시민사회다.

한기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
#경찰의날#경찰관#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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