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친일미화 교과서 만들건가”… 김무성 “걱정되면 집필에 참여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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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5자 회동]
“인상 좋으신데 말씀은 참 세네요”… 朴대통령, 이종걸에 ‘날선 농담’도

22일 청와대 5자 회동의 시작은 부드러웠지만 끝은 냉랭했다. 청와대를 나온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왜 만나자고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회동이 끝난 뒤에도 청와대와 여야는 제각각 브리핑을 했다. 3각 브리핑이 벌어진 셈이다. 108분간의 5자 회동은 자기 할 말만 하고 나온 자리가 된 셈이다.

청와대 접견실에 먼저 도착해 여야 지도부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은 “두 대표님과 원내대표님들 사이가 좋으신 것 같다. 귓속말도 하시고…”라며 분위기를 이끌려 했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종걸 원내대표님 이름에 ‘종’자가 들어가지 않나. 제 이름에 ‘유’자가 들어가니 19대 국회에서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좋겠다”는 말로 화답했다.

하지만 카메라가 퇴장한 뒤 참석자들은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였다. 2012년 대선후보 TV토론을 방불케 할 정도로 기 싸움이 치열했다고 한다. 테이블 위에는 물과 차만 준비돼 있었다.

공방은 예상대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서 가장 뜨거워졌다. 전체 회동시간의 3분의 1이 넘는 30분을 할애하며 서로 하고 싶은 말은 다 했다. 다른 이슈로 넘어갔다가도 다시 역사 교과서 얘기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았다. 양측의 주장은 평행선을 달렸다. 문 대표가 모두 발언을 통해 선공을 하자 박 대통령은 “한국에 태어난 것을 부끄럽게 하는 역사를 고쳐야 한다”고 맞섰다.

회동 막바지에 박 대통령은 이종걸 원내대표를 보고 “훌륭한 원내대표시고 인상도 좋으신데 말씀은 참 세게 하시네요”라고 농담조로 이야기했다고 한다. 이날 날선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과 문 대표는 5자 회동을 앞두고 대선후보 TV토론처럼 준비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미국 방문 전인 2주 전에 회동 준비를 지시했다. 할 말은 해야겠다는 생각에서다. 각 수석실은 회동에서 언급할 분야별 사안들을 추려냈고, 박 대통령이 의제를 최종 선택한 뒤에는 관련 자료 정리에 밤을 지새웠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수치 하나까지 꼼꼼히 확인하며 ‘심화학습’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 대표도 회동 직전까지 사전준비회의를 열어 주장할 내용에 대한 최종 검토를 했다. 회동 전후 신경전도 치열했다. 문 대표는 이날 청와대 회동에 당 대변인을 배석시킬 것을 요청했으나 청와대가 거부하자 “정말 쪼잔하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이날 회동은 대변인 배석 없이 진행됐고 브리핑은 여야 원내대표가 맡았다. 5자 회동에는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과 현기환 정무수석만이 배석했다.

박민혁 mhpark@donga.com·길진균 기자
#청와대5자회동#5자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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