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國定 공방’에 묻힌 國政… 文 “의견일치 하나도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청와대 5자 회동]

22일 청와대 5자 회동은 덕담만 주고받은 자리가 아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날을 세우자 박근혜 대통령도 자신의 생각을 분명히 밝히며 대응했다.

박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는 이번 회동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에서 벗어나 노동개혁과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로 국정의 무게중심을 옮기고자 했다. 그러나 108분간 이어진 회동은 역사 교과서 논쟁에 발목을 잡히면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교과서 국정(國定)화 공방에 박 대통령이 추진하는 국정(國政) 운영의 정상화가 표류하는 형국이 되고 만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 한때 고성이 오간 역사 교과서 논란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을 만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와 관련해 거의 토론 수준으로 (논의가) 진행됐다”고 전했다.

▽문 대표=경제가 어려운데 대통령께서 왜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매달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국민은 국정 교과서를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라고 생각한다. 국정화를 중단해 달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목소리를 높이며) 내가 지금까지 참았는데 그만해라.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

▽문 대표=(우파 성향의 교학사 교과서를 예로 들며) 친일 사관에 입각한 글이 있다.

▽김 대표=사실이 아니다. 친일·독재 미화가 우려된다면 (야권 진영도) 집필에 참여해라.

▽박 대통령=검정 교과서 집필진의 80%가 편향된 역사관을 가진 특정 인맥이다. (좌편향) 7종의 검정 역사 교과서를 돌려 막기로 쓰고 있어 결국 하나의 좌편향 교과서라고 볼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정 교과서는 불가피하다.

▽문 대표=역사 교과서를 다 읽어봤는데,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좌편향) 부분은 없다.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면 검인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교육부에 책임이 있다.

▽김 대표=교과서만 문제가 아니다. 교사용 지도서를 봐라. 빨갛다(좌편향이라는 의미).

이날 박 대통령은 “북한이 정통성 있는 국가인 양 기술돼 있는 현재의 역사 교과서를 배운 세대들이 통일시대를 대비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한 뒤 “현재의 검인정 교과서로는 통일시대와 급변하는 동북아시대의 주인이 되기 어렵기 때문에 올바른 역사 교과서는 필수적”이란 말도 했다.

문 대표는 회동 직후 기자들을 만나 “대통령과 김 대표의 역사 인식은 상식과 동떨어져 거대한 절벽을 만난 것 같았다”고 지적했다.

○ 박 대통령 “(자위대 한반도 진출 여부) 내가 결정”

박 대통령은 야당에 노동개혁과 청년 일자리 창출에 협조해줄 것을 간곡히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3년 동안 국회에 호소했지만 아직도 성과가 없어 무척 답답하다”며 “여기 계신 분들의 아들딸 문제라 생각하고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데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다.

김 대표는 서울의 지도까지 펼쳐놓고 “관광객을 유치하려 해도 호텔이 없다”며 관광진흥법 통과를 주문했다. 그러나 이 원내대표는 “경제 활성화 법안 30개 가운데 23개가 처리됐다”고 한 뒤 오히려 박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 이행을 촉구했다.

문 대표는 안심번호 활용 국민공천제와 관련해 “대통령께서 여야 대표 간 합의에 간섭한 것은 삼권분립에 반하는 일”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이에 박 대통령은 직접 언급을 피했다. 그 대신 김 대표는 “발표문을 다시 읽어 봐라. 합의가 아니다”라며 “의원총회 추인을 받아야 효력이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문 대표는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이 좌초 위기를 맞은 데 대해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는 한편 일본 자위대의 북한 진출 논란에 대한 문제제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한국의 동의가 없으면 (자위대는 한반도에) 들어오지 못하는 것이고 그 결정은 대통령인 제가 한다”고 못 박았다.

문 대표는 회동 직후 “오늘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일치된 부분이 하나도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모처럼 이뤄진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꽉 막힌 정국을 푸는 데 역부족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egija@donga.com·홍수영 기자
#청와대5자회동#5자회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 등과 ‘5자 회동’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무성 새누리당,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박 대통령,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 등과 ‘5자 회동’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무성 새누리당,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박 대통령,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원내 대표와 회동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원내 대표와 회동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원내 대표와 회동을 갖기에 앞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원내 대표와 회동을 갖기에 앞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원내 대표와 회동에서 여야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원내 대표와 회동에서 여야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원내 대표와 회동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박 대통령,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원내 대표와 회동에 앞서 환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박 대통령, 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원내 대표와 회동에서 여야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원내 대표와 회동에서 여야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원내 대표 회동을 하기 위해 접견실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원내 대표 회동을 하기 위해 접견실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원내 대표 회동을 하기 위해 접견실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여야 대표·원내 대표 회동을 하기 위해 접견실에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3시 청와대에서 회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이종걸 원내대표가 22일 오후 3시 청와대에서 회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