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직원 복지’ 구글 직원, 회사 주차장서 트럭 생활…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2일 16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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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 인기 직장 중 하나인 구글에 입사한 23세 청년이 보통 월 2000달러(약 228만 원) 넘는 비싼 집세를 절약하려고 트럭을 주거공간으로 개조해 회사 주차장에서 생활하고 있어 화제다.

이 청년은 성(姓)은 밝히지 않고 ‘브랜든’이란 이름만 공개한 채 자신의 트럭생활을 상세히 소개하는 블로그(www.frominsidethebox.com)를 운영하고 있다.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하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5월 중순 구글에 들어간 브랜든은 회사가 있는 실리콘밸리 마운틴뷰 인근 단칸방의 평균 월세를 알아본 결과 약 2180달러에 달했다고 적었다. 그는 “나는 회사에서 하루종일 일하고, 집에선 잠만 잔다. 그런데 월 2180달러를 방세로 내면 나한테 남는 것이 아무 것도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런 비싼 방세를 지불하는 건 ‘월급을 태워서 없애는 바보짓’이란 설명이다.

그는 궁리 끝에 2006년형 중고 포드 E350 트럭을 구입해 집으로 쓰기로 했다. 차량 가격 8800달러를 포함해 수리비 등록비 등 총 1만 달러(약 1140만 원) 정도가 들었다. 트럭 짐칸을 개조해 침대, 서랍장, 옷걸이만 구비했다. 초기엔 회사 경비원들이 밤마다 찾아와 “당신 누구냐?”며 검문하곤 했지만 그가 구글 직원이라는 사실을 안 뒤부터는 “집이 좋다”고 인사를 건네곤 한다.

브랜든은 공짜 식사 등 최고의 직원 복지를 자랑하는 구글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그는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모두 구내식당에서 해결하고, 빨래도 회사 세탁소에 맡긴다. 샤워는 회사 체련단련장에서 출근 직후, 퇴근 직전에 한다. 노트북PC,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들은 회사에서 충전한 뒤 퇴근한다. 그러면 밤새 집(트럭)에서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처럼 아끼는 돈은 그대로 그의 통장에 쌓이고 있다. 그는 구체적인 연봉을 밝히지 않았지만 “월급의 90%를 저축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만의 저축 공식<저축액=트럭생활 기간×{주변 집세(월 2180달러)-트럭 보험료(월 121달러)}-트럭 마련 비용(1만 달러)>을 세워놓고 그렇게 모아진 돈이 얼마인지를 블로그에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있다. 트럭생활 5개월 만인 10월21일 트럭 마련 비용 1만 달러를 전부 충당하며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브랜든은 “대학 졸업하면서 학자금 빚이 2만2434달러나 되는데 지금 같은 저축 속도면 이 그 빚도 머지않아 다 청산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 달에 수천 달러(수백 만 원)씩 저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난 젊다. 이런 시도(트럭 생활)를 하기에 지금보다 더 좋은 때가 있느냐. ‘내가 이렇게 사는 게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하는 걱정 따위를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래서 “5개월 밖에 안 된 트럭생활을 중단할 어떤 이유도 지금은 없다. 언제까지만 하겠다는 ‘종료 시점’도 정해 놓지 않았다”고 했다.

뉴욕=부형권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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