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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은 과욕, ADD는 무책임 기술이전 집착 말고 개발비 낮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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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은 과욕, ADD는 무책임 기술이전 집착 말고 개발비 낮춰라

이정훈 편집위원 입력 2015-10-24 00:00수정 2015-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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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11월호/‘폭주 기관차’ KFX를 고발한다
● 방공미사일 포기하고 쌍발에 올인한 공군
● 非첨단 기술의 국산화가 현실적 선택
● 단가 낮추고 수출로 활로 뚫어야
● ‘전투기 시장 甲’ 미국과 맞서지 말라

“미국이 한국형 전투기(KFX) 개발에 필요한 핵심 기술 4개를 제공하지 않아도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

9월 22일 공군본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정경두 공군 총장이 한 이 말 한 마디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KFX 사업이 무산된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가 하면, 기술 제공을 거부한 미국을 질타하는 여론이 형성됐다. 우리의 무능을 비판하는 논조도 있었다.

미국이 4개 기술을 주지 않으면 KFX를 만들지 못하는가. 아니다, 그 기술이 적용된 부품을 미국에서 사와서 탑재하면 된다. 그래서 정 총장은 “(미국이) 4개 기술을 제공하지 않아도 KFX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답변한 것이다. 그런데 왜 난리를 쳤는가. 이참에 4개 기술이 적용된 부품을 국산화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애국적으로 들리는 ‘이참에 국산화’가 문제였다. 떡을 찐 이들은 줄 생각을 하고 있지도 않은데, ‘줄 것이다’라고 ‘확신’했던 것이다. 이는 KFX 사업이 ‘장밋빛’으로 치장됐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어느 나라, 어느 기업이든 첨단 기술은 쉽게 내주지 않는데 받아올 수 있다고 보고 사업계획을 만든 것이다. 최악의 상황은 차치하고, 차선으로 떨어졌을 때를 대비한 ‘플랜 B’도 없이 가려는 것이 KFX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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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X 사업에는 시장을 무시하는 개발론자들의 ‘오만’이 숨어 있다. 새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시장’이라는 중차대한 사실을 간과했다. KFX 사업은, 개발이 완료되면 한국 공군에 120대를 공급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한국 공군은 120대를 구매한다는 계약에 서명한 사실이 없다. 한국 공군은 과연 120대를 사줄 것인가.

그것이 궁금하다면 정 총장에게 물어보아야 한다. 확실한 답을 듣고 싶다면, ‘KFX의 단가가 얼마가 되든’이라는 단서를 붙여야 한다. 그렇게 하면 정 총장은 아마, “장차 공군에 배정될 예산과 KFX의 가격이 지금 예상하는 대로라면 살 수 있을 것이다”라는 답밖에 하지 못할 것이다. 이는 전투기 개발사업이 ‘황금빛’이 아닐 수 있다는 중요한 암시가 된다.

KFX 사업은 1990년대 일본이 추진한 차기 지원전투기(FSX) 사업과 흡사하다. 두 사업은 모두 미국의 록히드마틴을 ‘선생’으로 모시고 국산 전투기를 개발하는 것이다. 정 총장은 주일 공군무관을 했기에 FSX 사업을 잘 안다.

1980년대 후반 일본은 대단한 무역흑자로 호황을 누렸다. “미국에 대해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 기고만장했다. 일본은 대미 무역흑자를 줄여준다는 논리로 국산 전투기 141대를 개발·제작하는 FSX 사업에 들어갔다. ‘지갑이 빵빵’했기에, 많은 기술을 국산화하려 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기술 국산화가 쉽지 않아 개발비는 계속 올라갔다. 개발이 완료돼 양산에 들어간 1990년대 후반부터는 장기불황이 시작돼 예산 증가율도 둔화했다. 그 때문에 항공자위대는 구입 대수를 130대로 줄이더니, 급기야는 98대(애초 대비 약 70%)로 ‘확’ 깎아버렸다.

미국에서 사왔으면 될 기술을 많은 돈을 들여 개발했으니, FSX사업으로 개발한 F-2 전투기는, 성능은 F-16 신형과 비슷한데 가격은 두 배 이상 비쌌다. F-16보다 좋은 전투기가 F-15다. F-15에는 F-16에 한 개 들어가는 엔진이 두 개 들어 있어 훨씬 크고 파워도 세다. 항공자위대에서는 “F-2를 왜 F-15보다 비싸게 사야 하는가”란 불만이 터져 나왔다.

기술 국산화라는 숙원은 이뤘지만 가격 때문에 ‘기린아’는 천덕꾸러기가 됐다. 미쓰비시에서 마지막 F-2를 생산했다고 보도한 일본 언론 기사를 보면 그 분위기가 침울하기 그지없다.

새로 개발한 전투기의 손익분기점은 통상 300대 생산으로 본다. 그때의 일본은 ‘무기 금수(禁輸) 3원칙’을 따랐기에 F-2를 수출하지 못했다. 항공자위대는 98대만 도입했다. 미쓰비시는 상당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다.

FSX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얻는 교훈은 ‘우리는 KFX를 반드시 수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출을 하려면 단가를 낮춰야 하는데, 그러려면 기술 국산화를 어느 정도는 포기해야 한다. 이는 지극히 ‘이율배반’적이다. KFX 사업 목적은 기술 국산화인데, 현실은 그 반대로 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만을 토로할 필요는 없다. KFX를 개발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국산화이기 때문이다.

4개 핵심 기술 같은 첨단 기술을 국산화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KFX는 비(非)첨단 기술을 국산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첨단 기술 개발에 치중하면 ‘배가 산으로 간다’.

미국도 기술 제일주의를 지향하다 ‘가격의 덫’에 걸린 적 있다. 1990년대 미국은 JSF 사업이라는 이름을 걸고 F-35 스텔스기 개발에 도전했다. 미국(공군·해군·해병대)이 2443대, 공동 개발에 참여한 8개국이 718대를 구입할 것이라는 애드벌룬을 띄워놓고…. 그런데 기술적인 장애에 봉착해 이를 해결하느라 개발비가 늘어났다. 당연히 대당 가격이 올라 8개국은 당초 예상한 도입 대수를 612대로 줄였다.

개발론자에게 모든 걸 맡기지 말라


그리고 2012년, 미 국방부는 국방예산을 삭감해야 하는 재정절벽(sequester)에 직면했다. 가장 큰 구매자인 미국도 F-35 도입 대수를 줄여야 하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그렇게 되면’ F-35의 단가가 올라가니, 8개국의 부담이 커지게 된다. 8개국이 또 도입 물량을 줄이면, F-35 단가는 더 올라가, 다시 미 공군을 압박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다급해진 미 국방부는 공동 개발에 참여하지 않은 동맹국을 두들기는 것으로 해법을 찾았다. JSF 사업을 시작할 때는 언질조차 주지 않던 조건을 제시해, 이스라엘(44대)과 일본(42대), 한국(40대)을 새 고객으로 모신 것이다.

라팔을 개발한 프랑스는 일본 꼴이 나고 있다. 애초 프랑스는 영국 등 4개국과 공동으로 전투기를 개발하기로 했다. 그런데 자국 기술력을 과신해 떨어져 나와, 단독으로 라팔을 개발했다. 그리고 첨단 기술을 첨부하다보니 가격이 높아졌다. 336대를 도입하겠다던 프랑스 군은 294대 구매에 그쳤다. 라팔을 제작하는 닷소는 수출에 노력하다, 최근에야 겨우 이집트에 24대를 수출하기로 했다.

유로파이터의 미래도 그리 밝지 않다. 미국의 JSF처럼 4개국이 공동 개발했기에 라팔보다는 큰 시장이 있었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유로파이터 역시 단가가 올라가 4개국은 애초 거론한 765대가 아닌 620대만 도입했다. 수출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한국과 일본 수주전에서 연패한 끝에, 오스트리아에 15대, 사우디아라비아에 72대, 오만에 12대, 쿠웨이트에 28대 등의 수출 물량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다.

단발기가 사고율 낮다


이것이 국제 전투기 시장의 냉엄한 현실이다. 스텔스를 비롯해 최첨단 기술을 넣어 성능을 향상시켜도 가격이 올라가면 자국군조차 구입 대수를 줄이는 것이다. KFX 역시 이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개발을 완료하면 한국 공군이 ‘무조건’ 120대를 사고 수출도 이뤄진다고 믿는다면, 이는 심각한 오산이 아닐 수 없다.

정 총장의 답변으로 4개 첨단 기술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확인되자 국방과학연구소(ADD)에 포진한 KFX 개발주의자들은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서인지, 4개 기술 국산화를 주장했다. 이는 중요한 다짐이지만, 이면에 KFX의 개발비가 심각한 수준으로 올라간다는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시장과 가격을 무시하는 개발주의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은, 아이 말만 듣고 모든 재산을 사교육비로 투자하는 것과 같다.

정 총장의 답변 장면을 지켜보면서 기자는, KFX를 개발하고 생산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사장에게 “KFX 개발이 완료되면 KAI는 KFX를 얼마나 수출할 수 있는가” 묻고 답변을 들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는 KFX 사업에 숨은 더 큰 약점을 살펴보기 위해서다. 이 허점은 사업을 시작한 다음에는 수정할 수가 없다.

FSX와 JSF, 라팔, 유로파이터의 사례는 ‘KFX사업의 성패는 개발한 전투기의 단가를 낮추는 데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투기 개발비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부품은 엔진이니, 엔진 가격을 낮추는 방안부터 찾아야 한다. 우리는 KFX를 작은 엔진 두 개를 탑재한 쌍발기로 만들려 한다. 그런데 단가는 큰 엔진 한 개를 넣은 단발기로 제작해야 낮아진다.

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1990년대 후반 한국이 추진한 한국형전투기 프로그램(KFP) 사업이다. 큰 엔진 한 개를 탑재한 F-16과 작은 엔진 두 개를 탑재한 F/A-18은 동급으로 여겨진다. 한국은 두 기종을 놓고 KFP사업을 펼쳤는데, 그때 드러난 가격 비율이 3대 2였다. 같은 돈으로 F-16은 120대, F/A-18은 80대 살 수 있었다.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과거에는 가끔 비행 중 엔진이 꺼졌기에, 쌍발기를 주로 제작했다. 그래야 한 개 엔진이 꺼져도 남은 엔진으로 가까운 공항에 착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이 발전해, 엔진 문제로 전투기가 추락하는 비율이 낮아졌다. 분기점이 바로 F-16의 등장이었다.

F-16과 F/A-18, 한국의 KFX와 일본의 F-2(FSX)는 미 공군 기준으로 보면 저급(low) 전투기에 해당한다. 1970년대 미 공군은 저급 전투기 도입 을 결정하고 입찰에 부쳤는데, 그때 록히드마틴(당시는 제너럴 다이내믹스)은 F-16을, 보잉(당시는 맥도널 더글러스)은 F/A-18을 내놓았다. 치열했던 이 경쟁에서 미 공군은 싸고 기름도 적게 먹는 단발의 F-16을 선택했다.

이 선택이 옳았음은 객관적으로 입증됐다. 1만 비행시간당 엔진 사고로 인한 추락률을 비교해보면, F-16은 3.22, F/A-18은 3.64로, F-16이 오히려 낮기 때문이다(2014년).

이를 수용한 것이 미 해군·해병대다. 미 해군·해병대는 염분 섞인 바닷바람을 맞으며 흔들리는 항공모함과 상륙모함에서 전투기를 사용해야 하므로, ‘안전해야 한다’는 점을 우선시해 F/A-18을 골랐다. 그런데 지금은 F/A-18의 후속기로 단발인 F-35C(해군)와 F-35B(해병대)를 선택했다. 이는 쌍발기가 안전하다는 주장이 무너졌다는 분명한 증거가 된다.

거꾸로 가는 한국 공군


한국은 전투기 엔진을 생산하지 못하니 KFX에는 미국산이나 유럽산 엔진을 탑재해야 한다. 그런데도 쌍발기가 더 안전하다는 ‘쌍팔년도’ 논리에 젖어 있으니, 유수의 전투기 제작사로부터 비웃음을 산다.

쌍발기 선택은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KFX 사업을 기획한 이들은 쌍발로 하면 개발비는 1.8조, 양산비는 1.7조, 30년간 운영비는 1.3조, 도합 4.8조 원이 더 들어가고, 개발 기간도 2년 정도 늘어날 것으로 봤다. 공군의 안중에는 ‘국민 세금과 시간’이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KAI와 방위사업청의 오모 본부장 등이 반발했으나, 공군을 꺾지 못했다. 전투기 세계에서 ‘절대 갑’은 공군이기 때문이다.

FSX와 JSF 사업 경과에서 유추할 수 있는 또 다른 진실은, KFX 사업도 중간에 사업비가 증가할 것이란 사실이다. 세계의 전투기 제작사들은 한국이 잡아놓은 KFX 사업 예산이 너무 적은 것에 주목한다. 사업비가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면 더더욱 단발을 선택해야 한다. 수출까지 생각한다면 절대적으로 단발이 유리하다.

단발이 수출에 유리하다는 것은 F-16과 F/A-18의 판매 실적을 비교하면 금방 알 수 있다. F-16은 지금까지 4426대, F/A-18은 1481대가 팔려나갔다. 1481대 가운데 미 해군·해병대 등이 안전을 이유로 ‘의도적’으로 사준 것이 1048대다. 제3국으로 수출된 F/A-18은 433대에 그친 것이다. 그렇게 쌍발은 완패했다.

ADD 배제 요구한 록히드마틴


쌍발기 선호론자들은 라팔과 유로파이터가 쌍발인 것을 강조하는데, 이는 현실을 모르는 지적이다. 유럽 국가들은 저급 전투기에 넣을 수 있는 대형 엔진을 개발하지 못했다. 그들이 자신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은 작은 엔진이기에 쌍발기를 만든다. 유럽은 미국의 국방 기술에 종속되지 않겠다는 신념이 있다. 전투기 가격을 낮추려면 미국에서 대형 엔진을 사와 단발기를 만들면 되지만, 그렇게 하면 기술 종속이 되니, 비싸더라도 자신들이 만든 엔진으로 쌍발기를 제작하는 것이다.

작은 엔진조차 제작하지 못하는 한국이 ‘유럽의 길’을 가는 것은 옳지 않다. 한국은 어떻게 해서든 KFX를 싸게 만들어 수출하고, 수출로 번 돈으로 엔진 등 핵심 부품을 개발하는 ‘다른’ 길을 걸어야 한다. 한국은 비(非)첨단 기술을 국산화해야 한다. 첨단 기술을 국산화하는 것은 그다음에 도전할 과제다.

‘쌍팔년도’ 정서에 젖은 공군의 고집에 적극 편승한 것이 ADD다. 독자는 ADD가 첨단무기 개발에 노력한다고 믿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ADD가 첨단무기 개발에 진력한 것은 노태우 정부 때까지다. 이후로는 기업의 능력이 크게 발전해, 현재의 무기 개발은 기업들이 주도한다.

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T-50 개발이다. T-50은 ADD를 배제하고 KAI가 미국의 록히드마틴을 ‘선생’으로 삼아 공동 개발한 것이다. 그때 록히드마틴은 ADD 배제를 조건으로 T-50 공동 개발에 참여했다. 세계 최고의 전투기 업체는 왜 ADD를 배제했을까.

록히드마틴 처지에서 T-50은 처음 만들어보는 신무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T-50은 팔기 위해 만드는 ‘보통품’이니, 록히드마틴은 상업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려 했다. ADD와 함께 하면 첨단에 주목할 것이고, 그러면 단가가 올라가 ‘장사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록히드마틴의 이 판단은 결과적으로 옳았음이 입증됐다.

KFX도 상업적인 관점에서 보고 제작해야 한다. 그러나 ADD는 기술에 중점을 두고 KFX를 만들려고 한다. 4개 기술을 국산화하겠다는 것 등이 그 증거다. ‘돈과 시간과 인력을 한정하지 않은 개발은 개발이 아니다’라는 업계 금언을 놓치는 무책임이다.

ADD에 T-50 사업 배제는 충격이었다. 그런 까닭에 공군이 KFX 사업을 검토하자 주도권을 잡으려 공군 주장에 편승했다. ‘공군+ADD’ 대 ‘KAI’ 대결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 쌍발파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합동참모본부가 정하는 작전요구성능(ROC)에 쌍발을 집어넣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이는 월권이다. 작전요구성능에는 ‘이러한 작전을 할 수 있는 전투기를 개발해달라’는 내용만 들어가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그러한 능력을 가진 전투기를 개발하기 위해 엔진을 단발로 할지, 쌍발로 할지는 업체에 맡겨야 한다. KFP와 1, 2, 3차 FX 등 한국이 펼친 사업이 모두 그러했다.

3전 3승한 쌍발론


모든 공군이 쌍발을 주장한 것은 아니었다. 2002년 처음 KFX 사업을 기획한 공군본부의 실무자들은 미 공군(F-16)을 본보기로 삼아 단발기 소요를 제기했다. 이 기획서는 공군본부 ‘별’들의 회의인 정책회의에 올라갔다. 공군본부 장성은 대부분 조종사 출신이다. 조종사 출신들은 전투기 추세에 밝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이는 택시 운전기사가 세계 승용차 트렌드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세계 승용차 추세는 현대차나 기아차에서 최신 승용차를 기획하는 이들이 가장 잘 안다.

정책회의에 들어온 장성들은 쌍발기가 안전하다는 고정관념에 젖어 있었다. 이들은 실무자들이 내놓은 소요제기가 맘에 들지 않았는지, 한 번에 끝내야 할 회의를 3차례 거듭한 끝에 쌍발로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KFX 탐색개발을 하면서 다시 단-쌍발 논쟁이 일었다. 이 싸움 역시 매우 치열했는데 다시 쌍발이 이겼다. 그리고 국방부가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최종적으로 조사했을 때 역시 공군이 이겼다. 신승(辛勝)이긴 하지만 쌍발 주장은 3전 3승을 한 것이다.

쌍발론이 3연승을 한 데는 ‘음흉한 비결’이 있었다. 그 비결은 공군이 자기 예산만으로 KFX를 개발하겠다고 한 것이다. KFX사업은 누가 봐도 예산이 늘어날 것이 분명한데, 공군이 자기 예산만으로 해내겠다고 했으니, 조사기관들은 ‘그렇다면 해봐라’는 심정으로 쌍발론을 승인해준 것이다. 공군의 이런 다짐을 음흉하다고 한 것은, 중대한 허점이 있기 때문이다.

공군의 주요 전력증강 사업 중 하나가 북한의 미사일 공격을 막는 방공유도탄 도입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패트리어트로 불리는 PAC-3를 도입하는 것이다. 지금 한국은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를 구축하고 있으나, 이 체제로는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없다.

그래서 국내 개발을 뜻하는 ‘한국형’을 떼어내고, 발사된 북한 미사일을 실질적으로 요격하는 PAC-3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최근에는 북한이 대포동미사일을 고각(高角) 발사 실험한 것이 확인되자, 이를 요격하기 위해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게 됐다.

공군은 ‘PAC-3와 사드는 별도 예산으로 도입해야 한다’며 아예 공군 사업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렇게 함으로써 ‘예산 여유’가 생겨 쌍발의 KFX 개발을 고집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를 음흉한 비결이라고 표현했다.

왔다갔다 하는 ADD의 주장


공군은 작전을 하는 부대이니 쌍발화를 주장하려면 작전과 관련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기자는 참모차장과 기획참모부장 등 공군 요인이 참석한 회의에서, “쌍발화 주장은, 공군 작전을 하는 데 쌍발 엔진이 유리하다는 증거가 있어야 타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쌍발 엔진을 택해야 하는 작전적 이유를 설명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대답을 듣지 못했다.

이러한 공군에 ADD가 혼을 빼놓은 제의를 했다. 지금 문제가 된 4개 기술을 국산화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2013년 1월 28일 국회에서는 KFX 사업과 관련해 분수령을 이루는 행사가 있었다. KFX를 쌍발로 개발하느냐 단발로 개발하느냐를 놓고 토론회가 벌어진 것이다. 공군은 토론장이 미어터질 정도로 많은 장병을 보내 쌍발파의 주장을 성원하게 했다.

그때 ADD는 토론장 밖에 쌍발의 KFX 모형과 함께 4개 부품 가운데 핵심인 AESA 레이더 모형을 전시해놓고, “개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 시절 ADD의 A박사는 공사 동기인 공군 참모총장 B대장을 수시로 만나며 KFX를 쌍발로 개발해야 한다는 의견을 주고받았다. 공군과 하나가 됨으로써 ADD는 T-50을 개발한 KAI를 밀어내고 KFX 사업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한 ADD가 미국에 AESA 레이더 등 4개 기술 제공을 요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곤란해진 ADD는 다시 AESA 레이더 등을 독자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는 그 주장을 믿지 않는다. ADD는 레이더를 개발할 능력도 장비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레이더와 항공기는 전혀 다른 분야다. KFX는 항공공학자들이 만들지만, 레이더는 전자공학자들이 만든다. ADD에서 쌍발의 KFX 개발을 외쳐온 A박사는 항공공학자이지 전자공학자가 아니다. 국내 최고의 레이더 기술 집단은 ADD가 아니라 ‘LIG 넥스원’이라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이 AESA 레이더를 개발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ADD가 아닌 이 회사의 능력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ADD, 개발기관 아닌 사업기관

2013년 국회 토론회에서 ADD가 전시한 AESA 레이더 모형. 당시 ADD는 이 레이더를 개발할 수 있다고 했으나, KFX 사업이 본격화하자 미국에 제작 기술을 제공해달라고 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지금은 돈과 인원과 시간을 한정짓지 않기에 LIG 넥스원은 AESA 레이더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정지으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ADD는 KFX를 설계할 능력도 없다. 항공기를 설계할 인원을 가장 많이 거느린 곳은 KAI다. 따라서 KFX 개발이 확정되면, ADD는 KAI에 설계를 맡겨야 한다. 이러한 사실은 ADD가 첨단무기를 개발하는 연구집단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ADD는 방사청을 대신해 사업비를 나눠주는 사업관리자일 뿐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오래전부터 “ADD는 첨단 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방사청 예산을 대신 집행하는 프로그램 매니저가 됐다”고 지적해왔다. 이런 문제가 공론화하지 못한 것은 ADD로부터 사업을 따와야 하기 때문이었다.

개발비를 받은 업체가 개발에 성공하면, 그 사업을 담당한 ADD 팀원은 인센티브를 받는다. 그래서인지 ADD는 T-50처럼 업체가 바로 외국 업체와 연결해 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차단하려고 한다.

방산 분야에 밝은 이들은 ADD를 큰 규모로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전투기를 비롯한 대부분의 무기는 방산기업이 개발할 수 있으니 ADD는 그 규모를 축소해 첨단 무기만 개발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ADD가 시장을 무시하고 첨단만을 추구하다 실패한 사례로 꼽히는 것이 K-2 전차 개발이다. K-2 전차는 파워팩을 국산화하지 못해 그렇지 성능은 세계 최고라는 평을 듣는다. 이러한 K-2를 개발한 것은 명목상으로는 ADD이지만, 실제로는 하도급업체인 현대로템이다. 현대로템은 ADD가 요구하는 대로 첨단 기술을 추가해 ‘명품’을 만들었다. 그 결과 가격이 비싸지자 한국 육군조차 도입량을 줄였다.

돌이켜보면 명품 전차를 만들려는 것 자체가 잘못된 판단이었다. 현대전에서는 전차 전력의 비중이 줄어들었다. 아파치를 비롯해 전차를 잡을 수 있는 항공무기가 늘어났기에 최첨단 전차를 만들 이유가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ADD는 세계 최고 전차 개발에 도전해 K-2를 만들게 했다. 이는 세계 트렌드를 보지 않고 ‘개발을 위한 개발’을 한 경우에 해당한다.

우리는 미국이 제3국에, 수출을 전제로 한 전투기 제작기술을 제공한 적이 없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일본의 FSX와 대만의 IDF 사업은 비(非)수출을 전제로 한 것이기에 미국은 기술을 제공했다. 예외가 T-50 사업인데, 이는 미국이 중점을 두지 않은 훈련기 개발이기에 가능했다. 미국은 미국산 전투기와 경쟁할 전투기를 만들고자 하는 나라에는 기술을 제공하지 않으려 한다. 아니, 죽이려고 한다.

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1980년대 이스라엘의 ‘라비’ 전투기 개발이다. 미국은 이스라엘이 미국제 엔진을 넣어 F-16급 전투기 라비를 개발했는데도, 바로 압력을 넣어 라비 생산을 포기시켰다. 그 일을 겪은 후 이스라엘은 완제 전투기 개발에는 도전하지 않고, 전투기의 핵심 부품 개발과 전투기 개조사업에 매진해 그 분야 최고가 됐다.

미국은 한국이 추진하는 3차 FX 사업 수주경쟁에서 이기려다보니, KFX 사업 파트너가 돼 기술을 제공하게 됐다. 미국산 무기를 팔려 마지못해 참여한 것이다.

KFX는 미국이 개발한 최강의 전투기 F-22와 모양이 비슷하고, 미국이 개발을 완료해가는 F-35와는 그 크기가 비슷하다. 모양으로는 ‘스몰 F-22’이고, 힘으로 보면 F-35급인 것이다. 그런데 스텔스 성능과 AESA 레이더 등도 탑재하겠다고 하니, KFX는 F-35의 경쟁자가 될 수 있다. 이러한 KFX를 록히드마틴이 좋아할 리 없다.

한국이 KFX에 첨단 기술을 붙이면 붙일수록 ‘선생(록히드마틴)’은 교묘하게 ‘물을 먹이는’ 수를 쓸 것이 분명하다. 기술 제공료를 한없이 올리거나 기술 제공을 거부함으로써 결정적인 함정에 빠지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전투기 세계를 아는 이들은 미국과 경쟁하지 말라는 말을 한다.

국민에 대한 예의

정경두 총장의 국정감사 답변으로 주춤하게 된 지금, KFX 사업을 바로잡아야 한다. 처음으로 돌아가 가격을 낮추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미국과 공존하며 전투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F-35가 아닌 F-16급 전투기를 만드는 것으로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5년 후쯤 KFX 사업은 오도가도 못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 30년 전 야심 차게 경전투기 ‘테자스’ 개발을 추진했던 인도가 함정에 빠져 꼼짝도 하지 못하고 있다. ADD와 공군은 장밋빛 미래만 내놓을 것이 아니라 인도의 실패 원인부터 분석해보아야 한다. 그것이 말없이 ‘혈세’를 내는 국민에 대한 예의다.

이정훈 편집위원 | hoon@donga.com
<이 기사는 신동아 2015년 1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한국형 전투기#kf-x#국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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