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특별교부금 ‘갑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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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교육청 재정운영성과 평가지표에 ‘누리과정’ 반영

최근 교육부가 17개 전국 시도교육청의 지방교육재정 운영성과를 평가하면서 누리과정 예산 편성 정도에 따라 특별교부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누리과정은 예산 편성 책임을 놓고 정부와 지방 교육청이 갈등을 빚고 있는 사안. 평가 결과에 따라 총 1100억 원 규모의 특별교부금이 교육청에 차등 지급되기 때문에 교육부의 ‘갑(甲)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는 최근 ‘지방교육재정 운영성과평가’ 결과를 발표하며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시 지역은 울산, 인천, 대구, 부산이 1∼4위를, 도 지역은 경북, 제주, 경남, 전남, 충남이 1∼5위를 차지해 우수 교육청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총 1100억 원의 특별교부금을 우수 교육청에 인센티브 형식으로 차등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평가지표다. 이번 평가는 총 2개 영역, 11개 지표, 27개 세부지표에 따라 총 100점 만점으로 평가가 이뤄졌다. 교육부의 ‘평가지표별 배점표’를 살펴보면 평가항목 중 ‘재원 배분의 적절성’(50점) 영역에 ‘1-2 주요 의무성 지출사업의 예산편성 및 집행의 적절성’(20점) 항목이 있다. 이는 100점 만점의 평가에서 5분의 1을 차지하는 큰 비중. 쉽게 말하면 교육청이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사업에 얼마나 충분한 돈을 확보해 썼느냐 하는 것이다.

‘의무성 지출사업’이 무엇인지 배점표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본보 취재 결과 이는 누리과정, 초등돌봄교실, 교원명예퇴직금, 교육환경개선비 4가지 항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중 누리과정이 평가점수 20점 중 약 절반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감들이 누리과정에 많은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할수록 교육부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특별교부금을 받도록 평가가 짜여진 것이다.

누리과정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매년 수혜 대상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예산 규모가 눈 덩이처럼 불어나자 교육감들이 예산 편성을 거부하고 나선 상태. 여기에는 최근 몇 년 동안 시도교육청들이 재정악화와 빚(지방채) 증가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도 배경으로 작용했다. 이후 교육부가 누리과정을 아예 ‘반드시 예산을 편성해 지출해야 하는 항목’으로 법을 바꾸는 등 갈등 끝에 일단 올해는 교육감들이 한발 물러서 지방채를 발행하는 방법으로 파국을 막았다.

교육감들은 “가뜩이나 사정이 어려운 교육청이 내년에도 빚을 내 누리과정에 돈을 쏟아부을 수는 없다”며 “내년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21일 충남 부여군에서 열린 시도교육감협의회 임시총회에서도 교육감들은 누리과정 예산편성 문제에 공동 대응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교육감들은 누리과정은 대통령 공약인 만큼 교육청 예산이 아니라 국가 예산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교육부가 재정평가와 특별교부금을 무기로 교육감들에게 누리과정 예산 편성을 압박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재정난을 겪는 교육청의 입장에서는 1100억 원이라는 특별교부금을 못 받으면 아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최근 교육부는 국립대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를 정부의 대학 재정지원과 연계시켜 ‘갑질’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교육부는 내년 재정평가에도 누리과정 예산 반영 여부를 평가기준에 넣는다는 계획이어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은택 기자nabi@donga.com
#교육부#특별교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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