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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리문학상 권여선 “소설 그만 쓸까 고민했는데 상 받으니 야단을 맞은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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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리문학상 권여선 “소설 그만 쓸까 고민했는데 상 받으니 야단을 맞은 느낌”

김지영기자 입력 2015-10-22 03:00수정 2015-10-22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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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동리-목월문학상, 소설 권여선-시 문정희
수상작 '토우의 집'… 1970년대 인혁당 사건 배경
산자락 마을의 어린아이 눈 통해 고통스러운 비극의 현대사 그려
《 소설가 권여선 씨(50)가 제18회 동리문학상, 시인 문정희 씨(68)가 제8회 목월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수상작은 권 씨의 장편 ‘토우의 집’(자음과모음)과 문 씨의 시집 ‘응’(민음사)이다. 동리·목월 문학상은 경북 경주 출신인 소설가 김동리(1913∼1995)와 시인 박목월(1916∼1978)을 기리기 위해 경주시와 동리·목월기념사업회가 제정했다. 경주시와 경북도, 한국수력원자력㈜이 공동 주최하고 있다. 상금은 각 7000만 원. 시상식은 12월 4일 경주시 The-K 경주호텔에서 열린다. 》

제18회 동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권여선 씨는 “‘토우의 집’이 평자나 독자들에게 많은 주목을 받지는 못했던 터여서 기쁨과 고마움이 한결 크다”고 말했다.
수상 소감을 묻자 권여선 씨는 “야단을 맞는 느낌”이라고 했다. 등단 19년 차인 그는 올 들어 소설을 그만 쓰고 싶다는 생각에 시달렸다. 그러다 “다시 써 보자, 갈 데까지 가 보자 하는 마음으로 돌아섰는데, 그 와중에 동리문학상을 받으니 그런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이 상이 작가에게 문학에 대한 사랑을 일깨우는 계기가 된 셈이다.

‘토우의 집’은 1970년대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을 배경으로 삼은 작품이다. 소설은 산자락에 자리한 마을의 어린이들을 통해 어른들이 부대끼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준다. 잔잔하게 펼쳐지던 이야기는 주인집에 세 든 세 자매 영과 원, 희의 아버지가 ‘감옥에 갇혔다’는 소문만 남긴 채 사라지는 비극으로 마쳐진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현대사’라는 설정에 대해 권 씨는 “어리고 죄 없는 존재가 겪는 고통은 가혹하다. 이 사건 자체가 그런 비극을 예비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서 “원이를 생각하면 지금도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털어놨다(소설이 주요 인물인 원이는 아버지가 사라지고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갇힌 뒤 실어증세를 보인다). 권 씨는 “누구나 그것을 상실하고는 도저히 살아갈 수 없는 뭔가가 있는데, 이를 부당하게 빼앗긴 사람들이 겪는 상처에는 무한한 사과와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마음이 집필 동기가 됐다”고 밝혔다.


학부 졸업 때 동리 선생의 단편에 대한 논문을 썼고, 대학원에서 장편 ‘사반의 십자가’에 대한 소논문을 쓰기도 했다. 권 씨는 동리 선생의 작품이 “인생의 잡다한 부분을 소거하고 삶의 본질을 핵으로 틀어쥐는 강렬하고 순수한 형식미가 있다”면서 “선생의 미학에 경외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기왕 쓰는 김에 죽을힘을 다해 변화를 꾀해 보고 싶다”며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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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리문학상 심사위원회(이어령 김주영 김지연 전영태 강석경 임형영)는 “구비문학적 사건의 전개와 인물의 설정, 어둠 속에 빛나는 유머와 기지, 잘 짜여진 구도의 안정적 정립 등 작품을 만들어 내는 솜씨가 장인의 경지”라고 평했다.



제8회 목월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문정희 시인은 “뉴욕 퀸스의 고교에서 목월의 시 ‘나그네’를 읊다가 아름다운 가락에 목이 메던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동아일보DB
목월문학상 문정희 “내안의 시인을 꺼내주신 분… 목월의 이름으로 수상 뭉클”▼

수상 시집 ‘응’
활달한 여성적 에너지 가득 담겨 제목 ‘응’은 시가 차오를때 시인의 대답
“나의 펜은 피… 난 쓰는 것으로 존재”

“여고 시절 ‘문학의 밤’ 행사에서 목월 선생이 릴케의 시를 들려줬을 때 시인이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목월은 열일곱 소녀 안에 들어 있던 시인을 꺼내 준 분이다. 목월의 이름으로 상을 받게 돼 뭉클하다.” 수상 소감을 묻자 문정희 시인은 밝은 목소리로 기쁨을 전했다. 목월은 미당 서정주와 함께 문 시인을 등단시킨 심사위원이기도 하다. 그만큼 인연이 깊다.

수상작 ‘응’은 여성적 생명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로 꼽히는 문 시인의 활달한 에너지가 담긴 시집이다. 신사임당, 어우동, 허난설헌, 나혜석 등 역사 속 여성들이 등장해 다채로운 여성의 힘을 보여 준다. 문 시인은 “이 시대의 언어는 흙탕물처럼 더럽혀져 있고 불안하고 산만하다”면서 “싱싱한 야성을 노래하는 시집을 통해 메시지나 감동보다 매혹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독특한 제목 ‘응’에 대해선 “시가 차오를 때의 시인의 대답”이라고 설명했다.

시집에 수록된 시 ‘불을 만지고 노는 여자’에서 그는 여성이 시를 쓴다는 것에 대해 이렇게 노래한다. “여자가 시를 쓰는 것은/불을 만지고 노는 것과 같다/몸속에 키운 천둥을 홀로 캐내는 일과 같다/소리 없이 비명처럼 내리는 비로/땅 위에 푸른 계절을 만드는.”

여자는 그 자체로 철학이요 현재라고 생각한다는 문 시인은 “자본과 속도와 경쟁이 인간과 자연을 파괴하는 시대에 모태와 사랑을 노래한 것”이라고 말했다. 시인으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묻자 문 씨는 “나의 펜은 피”라면서 “오직 쓰는 것으로 나는 존재한다”는 답을 들려줬다. 한국시인협회장 임기가 내년 봄에 끝난다는 그는 “떠돌이, 외톨이, 독립군의 작가로 돌아가 자유와 고독을 포식하고 싶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목월문학상 심사위원회(권기호 신규호 김기택 문효치 정호승)는 “원초적 생명력이 가득한 그의 시는 터치가 굵고 거침없다. 여성 시인인데도 오히려 남성적 스케일이 느껴진다”면서 “서재이면서 자궁이기도 한 그의 시의 사당에서 앞으로 더 큰 접신(接神)의 시를 기대한다”고 평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권여선#문정희#동리문학상#목월문학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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