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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도 놀란 ‘한국 토종 피아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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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팽도 놀란 ‘한국 토종 피아노맨’

서정보기자 입력 2015-10-22 03:00수정 2015-10-22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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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권위 ‘쇼팽콩쿠르’ 한국인 첫 우승 조성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큰 콩쿠르에서도 떨지 않는 강심장을 갖고 있다. 이번 콩쿠르 결선에서도 첫 번째 주자로 나섰으나 긴장하는 기색이 없었다. 2015 쇼팽콩쿠르 홈페이지
쇼팽 피아노협주곡 1번의 긴 서주가 이어지는 동안 그는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를 덤덤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긴장하는 빛은 찾아볼 수 없었다. 5분여의 서주가 끝나고 그의 시간이 되자 그는 미간을 모은 채 마치 눈물을 흘릴 것 같은 표정으로 몰입하기 시작했다. 그 격정적 감정 표현과 달리 그의 손길은 건반 위를 부드럽게 오갔다. 1악장이 끝난 뒤 그는 눈이 마주친 지휘자에게 싱긋 웃어 보였다. 만족한 얼굴이었다. 인터넷으로 본 연주 영상은 감격 그 자체였다.

20일(현지 시간) 끝난 제17회 폴란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조성진 씨(21)는 결선 진출 때부터 압도적 기량으로 우승 영순위로 꼽혔다. 올해 쇼팽 콩쿠르에는 27개국 160명이 참가해 예선과 본선을 거쳐 8개국 10명이 결선에 진출했다.

그는 “1년여 동안 음악에 대한 내 해석과 스타일을 변화시키고자 많이 노력했는데 이번 콩쿠르를 통해 성공적으로 발휘된 것 같다”며 “앞으로 쇼팽은 물론이고 많은 레퍼토리를 갖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콩쿠르를 앞두고 프랑스 파리에서 쇼팽의 발자취와 기록을 찾아다닌 결과 쇼팽의 음악뿐 아니라 예술가적 삶과 감성을 이해하게 돼 이번에 좋은 성적을 거두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10세 때 음악이 너무 좋아 피아니스트가 되기로 마음먹었다는 그는 “피아니스트로서의 삶에 만족하지만 깊이와 감정을 담은 진정한 음악가를 꿈꾼다”며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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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에서 공연을 지켜본 박제성 음악평론가는 “완벽에 가까운 연주로 다른 연주자들을 압도했다”며 “최근 쇠퇴 기미를 보이던 쇼팽 콩쿠르가 조성진을 우승자로 뽑아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말했다.

여섯 살 때 피아노를 시작한 조 씨는 피아니스트 신수정 서울대 음대 명예교수와 박숙련 순천대 교수를 사사했다.

11세이던 2005년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데뷔한 이후 2008년 국제 청소년 쇼팽 콩쿠르 최연소 우승, 2009년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우승,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 2014년 아르투르 루빈스타인 국제 피아노 콩쿠르 3위를 차지하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거쳐 2012년부터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서 미셸 베로프 교수에게 배우고 있다. 베로프 교수는 지난해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심사위원으로 방한했을 때 조 씨에 대해 “호기심 많고 집중력이 강한 연주자다. 무엇보다 대단한 건 온몸이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모든 음악을 자신의 것으로 표현해 낸다”고 말했다.

조 씨는 어릴 적부터 말이 없고 속이 깊은 ‘애어른’이었다는 게 주위 사람들 얘기다.

신수정 명예교수는 “재주도 비상했지만 연습도 보통 열심히 하는 게 아니었다. 어릴 적에도 (연주가) 어렵고 힘들다는 단어가 아예 머릿속에 없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숙련 교수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가르쳤는데 나가는 콩쿠르마다 1등을 하는데도 우쭐하는 기색이 없었다”며 “중학교에 들어간 뒤로는 이미 자신의 음악 세계를 체득해서 기교를 가르치기보다는 곡의 해석이나 접근법에 대해 서로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조 씨는 21일에도 우승한 기분에 들뜨지 않고 그날 밤 열릴 갈라 콘서트 연습에 매진했다고 박제성 평론가가 전했다.

조 씨는 2010년 동아일보가 선정한 ‘2020년을 빛낼 대한민국 100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쇼팽 콩쿠르 2등 상은 지난해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3위를 차지했던 캐나다의 샤를 리샤르아믈랭(26)이 받았다.

조 씨는 내년 2월 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이번 쇼팽 콩쿠르 입상자들과 함께 갈라 콘서트를 갖는다.
※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1927년 시작된 쇼팽 콩쿠르는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와 더불어 세계 3대 음악 콩쿠르로 꼽힌다. 쇼팽의 고향인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5년에 한 번씩 열리며 16∼30세의 연주자들이 쇼팽의 곡만으로 실력을 겨룬다. 유명한 우승자는 마르타 아르헤리치(1965년) 크리스티안 지메르만(1975년) 스타니슬라프 부닌(1985년) 등이 있다. 한국인은 2005년 임동민 임동혁 형제가 공동 3위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쇼팽#콩쿠르#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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