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사려깊지 못한 유승민 의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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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초선 의원들에게 불이익 주면 가만있지 않겠다” “공천을 100% 확신한다” “공천 룰 싸움 한심하다” “민정수석실이 뭘 안다고” “내가 까칠해서 덜 굽힌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57·대구 동을)이 최근 강연이나 국정감사 등에서 한 말이다. 이해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으나 한편으로 사려 깊지 못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는 지난해에도 ‘청와대 얼라(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애)’라는 말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품위는 떨어져 보인다. 스스로 “내가 까칠해서(거칠어서) 그렇다”고 말하지만 가볍고 오만하게 비치는 것도 사실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 뒤 지명도가 높아졌다. 그렇지만 정작 지역구에는 냉담한 분위기가 많다. 유 의원이 훌륭한 정치인으로서 성장하려면 이런 상황을 두려운 자세로 직시해야 한다. 밖에서 아무리 이름을 알려도 집(지역구)에서 인정받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최근 총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이재만 전 동구청장(56)과의 대결을 앞둔 유 의원의 위상이 흔들리는 양상이다. 지역구 발전 기대감도 이 전 청장에 비해 떨어진다는 조사도 있다.

유 의원과 이 전 청장이 뚜렷한 대결구도를 형성하는 현실에 대해 지역구에는 박 대통령과 결별한 유 의원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유 의원이 10년 동안 지역구에 깊은 신뢰를 주지 못했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3선을 하면서 과연 지역구에 얼마나 기반을 쌓고 신뢰를 줬는지 고개를 갸웃하는 주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유 의원의 3선은 박 대통령이 만들어 준 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유 의원은 ‘따뜻하고 합리적 보수’와 ‘개혁’을 자주 입에 올리지만 구호 수준이어서 공허하게 들린다. 주민들이 ‘저런 게 바로 따뜻함이고 개혁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도록 해야 실력이다. 일각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그가 지도자로 나아가려면 거칠고 거창한 말 대신 정교하고 구체적이며 사려 깊고 따뜻한 말을 통해 믿음직한 중량감을 쌓을 수 있어야 하겠다. 이런 세상물정조차 모른다면 ‘얼라’다.

이권효·대구경북취재본부장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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